가난한 사진작가 김장우와 사랑에 빠진 안진진.
"사랑은 힘이 들어요."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면 엄마를 폭행했던 이유는 엄마와 안진진과 안진모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니. 그래서 탈출을 꿈꾸었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런 이유로 덜 사랑한하는 나영규를 선택한다. 나영규처럼 철저한 계획 속에서 살아가는 이모부와 결혼한 이모의 삶이 어떤 줄 알면서도.
안진진의 선택은 옳은가, 그른가?
아마도 이후에 적당히 안정적이고 적당히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영규는 안진진의 가족 문제도 다 감내해 줄 능력이 되니까.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어떻게든 삶에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간다면 가능한 얘기다.
김장우는 이상, 나영석은 현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상당히 머리 아픈 문제다. <오징어 게임>의 ○X 퀴즈가 떠오르기도.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휠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 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 슬픈 사랑의 노래들 중에 명작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하지는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을 위해 수도 없는 이별을 대신해준다.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취준 그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10장.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된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 11장.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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