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읽어버렸다.
아무래도 벌거벗은 나무의 이미지가 뇌리에 콕 박혀있나보다.
주인공 경아는 6.25때 20대 초반을 보낸, 아마도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 사이의 사람. 그러면서도 딱히 무슨 사상을 좇지도 않고 크게 부자이거나 가난하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 동네에서도 마주칠 법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래서 더 우리 윗세대의 보통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 할머니들과 그 다음 세대의 사람들 모두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의 사건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경아를 비롯한 우리 모두 중에서 그럴듯한 사연 하나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각자의 사연을 생각하고 나면 받아들이기 어렵던 사람도 이해하게 된다. 포용의 범위가 넓어진달까.
소설 속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박완서의 작품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