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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박완서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나목

박완서 지음
세계사 펴냄

읽었어요
또 읽어버렸다.
아무래도 벌거벗은 나무의 이미지가 뇌리에 콕 박혀있나보다.
주인공 경아는 6.25때 20대 초반을 보낸, 아마도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 그 사이의 사람. 그러면서도 딱히 무슨 사상을 좇지도 않고 크게 부자이거나 가난하다고도 할 수 없는 우리 동네에서도 마주칠 법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래서 더 우리 윗세대의 보통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 할머니들과 그 다음 세대의 사람들 모두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의 사건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경아를 비롯한 우리 모두 중에서 그럴듯한 사연 하나둘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 각자의 사연을 생각하고 나면 받아들이기 어렵던 사람도 이해하게 된다. 포용의 범위가 넓어진달까.
소설 속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박완서의 작품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좋다.
2022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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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진작가 김장우와 사랑에 빠진 안진진.
"사랑은 힘이 들어요."
아빠가 술을 많이 마시면 엄마를 폭행했던 이유는 엄마와 안진진과 안진모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니. 그래서 탈출을 꿈꾸었다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런 이유로 덜 사랑한하는 나영규를 선택한다. 나영규처럼 철저한 계획 속에서 살아가는 이모부와 결혼한 이모의 삶이 어떤 줄 알면서도.

안진진의 선택은 옳은가, 그른가?
아마도 이후에 적당히 안정적이고 적당히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영규는 안진진의 가족 문제도 다 감내해 줄 능력이 되니까.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어떻게든 삶에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간다면 가능한 얘기다.

김장우는 이상, 나영석은 현실.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글쎄, 상당히 머리 아픈 문제다. <오징어 게임>의 ○X 퀴즈가 떠오르기도.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휠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 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 슬픈 사랑의 노래들 중에 명작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하지는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을 위해 수도 없는 이별을 대신해준다. 유행가는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취준 그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10장.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된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 11장.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모순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읽었어요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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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청소년과 사회 초년생이읽으면 좋은 책.
얼마나 열심히 살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지 알겠다.
장마다 열정적인 작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작가의 진심이 가득해서 따르지 않으면 혼날 거 같다.
특히 업무용 메일 보내는 방법은 진짜 유용함.
문제는 실천!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정문정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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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매력적인 두 주인공, 공상수와 박경애가 있다.

공상수는 자신도 아픔이 많은 인간인데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언니'이며, 팀원인 경애의 마음도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 상수가 경애에게 이렇게 메일을 쓴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체념적이었던 경애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을 그저 내버려두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들에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작중에 1999년 10월 동인천 인현동 화재사건이 중요하게 언급된다. 상수와 경애의 친구가 그날 희생됐으며 각자 슬픔을 혼자서만 끌어안고 여지껏 살아왔는데 그때의 일을 얘기하며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올 한 해, 겪고 싶지 읺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오늘 무안공항 비행기 불시착 사건은 세월호나 이태원 사고만큼 충격적이었고 슬펐다. 상수와 경애처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상처가 나아지는 걸까.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아야 나아지는 걸까. 어떤 행동을 해야 나아지는 걸까. 모르겠다.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창비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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