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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은 어떤걸까. 감히 짐작해보건데 먹먹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나는 여름이면 온몸을 바다에 던져 즐기는편인데 숨을 크게 내쉬고서 몸을 수직으로 만들어 물로, 더 깊은 물로 들어갈때면 그렇게 먹먹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물 속으로, 더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듯 또는 가라앉듯 추락하는 모습으로 깊은 슬픔에 대한 형상을 만들어본다.
은서는 그렇게 가라앉아 퉁퉁 불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읽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었다. 곧장 도서관에 달려갔고 세페이지정도를 넘기자마자 덮고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이건 읽지 않았는데도 소장용이 분명하다고 확신이 들었다.
이 문장으로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은 따로 있다.
“네 속눈썹을 세어봤는데 마흔두 개야.”
내 속눈썹을 하나씩 세어볼 정도로 나를 보고있었다면 그거 틀림없이 사랑아니냐는 은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쏟아져 훔쳐내야하는 그런 슬픔은 아니었다. 하염없이 먹먹해지는 슬픔. 누군가는 이 꺼림칙한 슬픔을 싫어할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호불호가 강한 슬픔이다.
나에겐 호였다. 누군가는 지탄할 은서의 행동이 모두 납득이 갔다. 앞뒤 서사가 그렇게 나를 이끌었다. 그래서 은서도 완이도 세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이해하기에 모두를 납득하기에 내가 슬퍼지는 소설이었다.
너무슬프면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게 되듯이. 이 소설은 그러했다.
어떤책은 완독 후 다시 첫페이지를 펼쳐보게 된다. 뒷페이지에서 앞페이지로 연결이 되는 책들이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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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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