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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월의 애송이도서>
“곁에 있다는 것” _김중미 / 창비
예전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소설 속의 ‘가난’이 표현된 내용들을 읽으면서
(난 ‘부자사람’이 아닌데도)
마음 한켠에 이상한…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다른 한 켠에서 이런 삶을 누군가는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문화가정, 기초수급자, 보호종료 청소년,
비정규직노동자, 한부모가정, 독거노인 등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엔 픽션 소설로 시작했다가,
끝날 때는 논픽션 사회복지 책을 본듯한 느낌…
감상하러 봤다가, 반성하게 되는…느낌…
소설 속 십대 주인공들인, 지우, 강이, 여울이는,
자신의 동네에 빈민체험관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한다.
어린 십대들이 뭘 할 줄 아냐고
뜯어말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동네 어른들과 함께 연대하여
자신들의 뜻을 이루어내고야 만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부모가 이혼해서, 할머니랑만 살아서,
중학교까지밖에 졸업을 못해서,
가난하고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해서,
배달 알바를 해서, 보육원 출신이라서,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 “곁에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소중했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가 가난하고 대단한 곳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빈곤체험하는 볼거리가 되는 것을,
누구보다 원치 않아하는 이들이었다.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동네에서 살면서,
왜 그곳을 지키려고 했을까.
본문 내용에서도 나온 것 처럼,
수찬이처럼 ‘갈 데가 없어진 사람들이 깃들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말은,
단순히 이곳에 빈곤체험장을 짓지 말자를 넘어선,
함께 연대하여 불평등의 벽을 허물어,
서로 존중하고 섬기고 연대하여 사랑과 희망으로
가난한 자들이 선택한 ‘희망’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할머니세대들이, 엄마아빠세대들이 무너져
가난이 대물림될 수 밖에 없었지만
계속 포기하지않고 이전 세대들과 함께 곁에서
한마음과 한 목소리를 내려한 것 말이다….
PS 이 책은,
사회적계층과 가난, 사회복지, 연대, 가정, 공동체,
편견, 이웃,,,,사회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ㅡ 책 본문중에서 ㅡ
p31 영민오빠를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가난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가난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초생활수급권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는 영민)
p131 “괜히 동정하는 척 하지마. 가정집 애들이 뭘 안다고”
내 편에서는 공감과 선의였지만
언니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p240 그 사다리는 각자의 노력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사다리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p244 나는 단지 평범한 사람, 딱 중간쯤으로 사는 게 목표다. 그런데 그 목표로 가는 길도 수월치 않다.
p266 “오빠, 사진이나 그림에 담긴
우리동네 골목이 낯설어.
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감추고 싶었을 모습까지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 불편해.”
오빠도 사진을 보며 천천히 웅얼거렸다.
“빈곤에 대한 관음증이니까”
p278 “공영재개발은 도시 빈민 지역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꿀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생태계를 완전히 짓밟는 거라고.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게 해야한다고.”
p300 …자기가 얼마나 가난한지, 부모라는 인간들이 얼마나 매정한지를 소명하는 과정은
괴롭고 수치스러웠다.
그런데 더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자신을 기생충보듯 할 때였다.
p309 “그런데 언젠가부터 겨울만 되면 연탄이랑
김장 김치 가져와서 나눠 주면서 생색을 내고,
어떨 때는 방송에도 나와. 그때마다 언짢아.
동정받는 거 같아서.”
p358 “지우야, 너는 촛불이 이길 것 같아?”
“잘 모르지만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이잖아.
뭔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이모할머니는 언젠가는 자신들이
꼭 이길 것이라고 믿어. 나도 그러길 바라고.
우리가 약자인 건 맞지만 그 약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손을 맞잡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
작가의 말 중에서 ㅡ
“어떤 가난도 사회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고,
정치적이지 않은 가난이 없다.
법은 가난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어떤 시대도 가난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미래도 가난한 자들의 편이 아닐 거라고
체념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희망을 선택해야한다.
…. 이 불평등의 벽을 허무는 길은,
존중과 섬김, 연대와 사랑을 복원하는 것 뿐이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이 경계를 허물고
견고한 저들만의 벽에 틈을 내고
그 틈을 벌리는 일, 그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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