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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광인의 수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열린책들 펴냄
불가피한 죽음 앞에서 모든 의미는 상실된다.
반쯤은 죽고 싶은, 반쯤은 살고 싶은 그런 마음.
삶이 점점 짐이 되어가는 과정.
그는 이러한 생각과 더불어 육체적인 고통과 공포까지 끌어안은 채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야 했다. 통증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아침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법원으로 출근해서 말을 하고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스물네 시간을 꼼짝 없이 집안에 틀어박혀 매분 매초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그렇게 파멸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고 불쌍히 여겨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만 했다. p73
그는 화가 나서 그들과 대판 싸웠다. 그러나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러는 동안만큼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죽음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p.88
늘 이런 식이었다. 어디선가 한 줄기 희망이 반짝하는가 싶다가도 금방 절망의 파도에 휩쓸려 버리고 결국 똑같은 통증, 그 빌어먹을 통증, 똑같은 절망만 남고 모든 것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p.103
그렇게 보낸 1년, 2년, 그리고 10년, 20년. 언제나 똑같은 삶. 살면 살수록 생명은 사라져 가는 삶. 그래, 나는 산에 올라가고 있다고 상상했지. 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던 거야. p.116
「그래, 모든 게 그게 아니었어.」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괜찮아. 할 수 있어, 〈그것〉을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것〉이 대체 뭐지?」 그는 스스로에게 묻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p.132
나는 왜 여기에 왔을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뭐가 그토록 두려워 도망치려 하는 걸까. 도대체 어디로 도망치려 하는 걸까. 무언가 끔찍한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데, 도망칠 수가 없다. 나는 언제나 나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 나다. p.146
내 전 존재가 나는 살아야 한다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외치면서 동시에 점점 더 강렬하게 죽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바로 이러한 분열이 가장 끔찍했다. p.147
삶을 떠올리며 생각해 보니 끔찍한 것은 죽어 가는 삶이었다. 어쩐 일인지 삶과 죽음이 하나로 뒤엉켰다. 무언가가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려 하는데 완전히 찢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p.148
나는 온종일 예의 그 우울한 느낌과 싸워 결국 이겨 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섬뜩한 침전물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마치 어떤 불행한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데 나는 단지 잠시 동안만 그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을 뿐 불행이 내 영혼의 밑바닥에 도사리고 앉아 나를 휘어잡고 있는 것 같았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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