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미소를 띄기도, 코끝이 찡해지기도, 눈물이 눈 앞을 가리기도 했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통제하기 어렵고, 제멋대로라서. 최근엔 여러 대화 중 '성악설'을 밀어붙이며 아이들은 태어나기를 악한 존재다, 영악하다며 멋대로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큰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는? 나도 아이일 때가 있었는데? 부끄러워졌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온 마을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다. 아이도 세계에서 당당히 1인분을 하는,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인 것이다. 성악설을 어줍잖게 주장하기 전에 먼저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의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어린이를 먼저 존중할 때 어린이도 똑같이 조심스레 어른을 존중할 수 있다. '오늘의 나'가 있기까지 영향을 준 수많은 어른들을 생각한다. 덕분에 별 일 없이 나이를 잘 먹을 수 있었다. 나에게도 김소영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더 깊은 생각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까? ㅎㅎ 김소영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요즘 아주 어린 아가용 니트를 하나 뜨고 있는데, 책을 읽다 요상하게 니트를 더 열심히 뜰 용기가 생겼다. 사실 연습용이라 대상이 없지만 추운 세상에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언젠간 어느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예쁘게 떠야겠다!
- 나는 이제 어린이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해 준다. 반대로 어린이에게 하지 않을 말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다.
- 절망적인 소식들이 쏟아질 때면 자연히 포기하는 쪽으로 몸과 마음이 기운다. 분노와 무력감 사이를 오가다 보면 이 나라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기 버리는 짐을 결국 어린이가 떠안을 것이다. 나는 조그마한 좋은 것이라도 꼼꼼하게 챙겨서 어린이에게 주고 싶다. 거기까지가 내 일이다. 그러면 어린이가 자라면서 모양이 잘못 잡힌 부분을 고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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