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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당신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의 표지 이미지

가스라이팅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은이), 이진 (옮긴이) 지음
수오서재 펴냄



그러나 진실은, 가스라이터는 한번도 당신의 친구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p.268) ⁣

이토록 자극적인 문장으로 이 책의 리뷰를 시작함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혹시라도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으면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부디 하루라도 빨리 괴로움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문장을 택했다. 사실 스스로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은 그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다만 받아들이지 못할 뿐. ⁣

우리가 그들의 가스라이팅을 쉬이 가스라이팅이라고 판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그들은 당신이 괴로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러나 증명하기엔 불충분할 정도로만 괴롭힌다. (p.117)” 그래서 스스로도 이게 정말 가스라이팅인지, 내가 가스라이터와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 헷갈려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 반복적으로 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그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이 맞을까? 그 선상에서 생각해보면 결론을 내는 일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

사실 나 역시, 이 책을 쉽게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사람도 가스라이터일까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열었고, 이 책을 덮을 때에는 이 사람은 가스라이터이자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딱한 영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민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내가 이 말을 굳이 적는 이유는, 사실 대부분 가스라이팅에 노출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특별히 나약한 누군가만 당하는 일도 아니고, 특별히 사악한 누군가만 가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모두 가스라이터가 되기도 하고, 가스라이팅을 당하게 되기도 한다. 그게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하는 이유다. ⁣

이 책을 더욱 권하고 싶은 이유는 구성이 너무나 좋다. 이 책의 저자가 서문에서 굳이 차례대로 모든 장을 읽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이유를 너무나 절절히 알겠더라. 감정적 호소에서 전문적 지식까지를 모두 담아냈기에, 정말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빛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흔들리고 있던 내게도 저자는 계속 말했다. “stop. 너 자신을 위해서 이제는 stop.”이라고. 그리고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을 읽었다. ⁣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고 당신의 감정을 인정해줌으로써 이해받는다는 기분이 들도록 당신을 조정하는 것이다. 가스라이터는 당신에게 얻을 게 있을 때에만 사과한다. (p.28)⁣

가스라이팅에서 우리는 “후버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당신이 멀어진다 싶을 때, 가스라이터가 당신을 다시 흡입하는 방식을 묘사하는 말이다. (p.69)⁣

만약 가스라이터를 향한 애정이, 가스라이터로 인한 괴로움보다 큰 상태라면 이 책은 다소 아프게 읽힐 수도 있다. 저자는 끈임없이 그 덫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로움이 즐거움보다 큰 관계라면 당장 아플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벗어나야하기에, 치유되어야 하기에 이 책이 던지는 쓴소리는 약이 될 것이다. 아주 작은 의심의 씨앗이라도 든 채 이 책을 찾은 것이라면, 꼭 그 약을 먹고 더는 아프지않기를 바란다.⁣

책의 말미에 치유법이 담겨있는데, 이 파트의 소제목이 “당신 스스로를 도와라”였다. 나는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도울 생각이 없을 때 주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그것은 마음에 닿지 못하기에 이 소제목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 파트는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꽤 다양한 치료법을 담고 있기에 각각에게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리라 생각된다. 우리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각기의 성향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고, 우리가 맺는 관계들도 과거의 그것과는 점점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간다. 그러나 절대 바뀌지 않을 한가지는 “나를 도울 절대적 한 사람은 나”라는 것이다. 김혼비 작가가 한 말처럼 누구에게도 늦지 않게 이 책이 건네져야 하는 이유도 아마 그 점에서 일 것이다. ⁣

세상에는 분명 다양한 가스라이터가 존재한다. 그들은 때때로 선의 얼굴을 쓰고 있고, 내게 필요한 것을 제시할 때도 있겟지만 “그렇다고해서 당신이 그들을 참아줘야 하는 건 아니다. (p.252)”는 말을 부디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에게도 이 책이 쓰지만 좋은 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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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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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네, 기후변화가 걱정입니다.
하지만 아니요, 기후변화가 우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닙니다.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건 실업, 범죄, 가난같은 것 들이죠
(p.87, 환경문제가 아니라도 걱정할 게 많아 중)


제목부터 모순처럼 느껴지는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선량하다'와 '기후파괴자'가 같은 선상에 올 수 있는 게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 책을 펼쳤다. 나도 그렇고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를 접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이 딱 인용문 같지 않을까? 분명 지구온난화도 걱정되고, 북극곰이 빙하가 없어 고립된다는 것도 걱정일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아이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26℃이하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하지만 늘 근본적 문제의 고민이 생긴다. 나 하나 그렇게 한다고 정말, 기후가 달라져? 맞다. 기후는 사회적 문제이기에 모두 함께 고민해야만 나아질 수 있고 (물론 한 두명의 노력도 완전히 쓸모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걸 다 고려해가며 살 수가 없다. 일단 수많은 이들이 먹고사는 '생존문제'에는 탄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해, 발전적 삶을 살기 위해 기후를 파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어쩌면 최근 읽은 환경 관련 책 중에 가장 솔직하고, 가장 '친서민'적이며, 가장 현실적이다. 그런 점이 오히려 마음에 더 깊이 닿더라. 내 능력 밖의 문제들, 내가 실천할 수 없는 방안들을 줄줄이 달아놓은 책보다 기후가 나에게 무슨 영향을 주는지, 삶과 기후가 가지는 모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면서 그런 것들을 고려하며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대체로 환경 친화적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닿았다. 나 역시 어쩌면 환경친화적인 생각구조였지, 기후친화적이지는 않았던 점들을 배우게 되기도 했고, 나의 주관적 범위에 큰 오차가 있을 수 있음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를 읽으며 크게는 두가지 마음이 들었다. 먼저 진지하지만 무겁지는 않은 말투 위에 슬쩍 얹어둔 25가지 주제는, 내 마음이 편하자고 기후에게 내뱉던 변경같았다. '어쩔 수 없이' 안에 담긴 내 진짜 마음은 '그렇게 해도 될만한 이유'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헤 보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이 세상을 향한 블랙코메디처럼 느껴졌다. 스스로 친환경적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우리가 기후를 어떻게 파괴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환경운동가인 작가가 방어기제나 인지편향 등 심리학에 기후문제를 얹어 풀어준 까닭인지, 한층 발가벗은 기분이 되기도 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기후 정책의 약점을 배우기도 하며 기후에 대해, 기후친화적인 삶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다 어쩔 수 없잖아?”라는 말은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 이해”를 바라는 변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는 그렇게 고민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기후친화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기도 하는 책이었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

토마스 브루더만 지음
동녘 펴냄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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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그런 상상해본 적 있지 않나. 영화나 게임 속으로 내가 직접 들어간다면? 또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릴 때도 그랬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종종 그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어릴 때 가장 들어가고 싶었던 곳은 “슈퍼마리오”였고, 어른이 되어 가장 만나고 싶은 것은 “도라에몽”이다. 도라에몽, 금 많이 꺼내줘~)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동화책, 『에모몬스토리』를 소개한다.

먼저 『에모몬스토리』는 무척이나 익살스러운 일러스트와 '게임'이라는 소재를 통해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더욱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되는 설정이라니!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단박에 빠져들 것 같다. 글씨도 꽤 큼직하고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 아직 글밥이 많은 책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또 3권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읽기 훈련에도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에모몬스토리』는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돌아와, 오빠의 컴퓨터에서 『에모몬스토리』라는 게임을 켠 세민이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 “예언의 아이”가 된다. “예언의 아이”에게 주어진 미션은 나쁜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 에모몬을 잡는 것! (에모몬은 나쁜 감정을 먹고 자라는 괴물로 설정된 만큼, 다양하게 변신하기도 하고 예상도 어려운 존재. 비록 무척이나 예측이 어렵고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잡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사냥한 에모몬은 무기로 사용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갈등을 해결해주어야 하기에 시험성적 때문에 멀어진 기찬이와 준호의 갈등을 해결해주고, 가족들에게 다이어트를 강요받아 가족과 멀어지는 지수를 돕기도 해야 한다. 또 손님들의 갑질에 지쳐버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에모몬들로부터 구출하기도 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소재가 게임이고 익살 넘치는 일러스트가 가득 해 그냥 재미있는 동화책이라 생각했는데, 내용 면에서도 생각할 것이 많아 무척 좋았다.

『에모몬스토리』을 읽고 난 후 “엄마, 세상에 에모몬이 하나도 안 자라면 좋겠어.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잖아”라는 아이에게 “나쁜 감정을 잘 해결하는 것도 사람에게는 필요해, 너한테 에모몬이 오면 엄마가 꼭 잡아줄게”라고 말해주었더니 “엄마의 에모몬도 걱정 마. 내가 싹 정리해줄게”라는 사랑스러운 아이.

『에모몬스토리』는 이렇게 사랑하는 이의 감정을 지켜주고 싶게 하고, “나쁜 감정”을 잘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꼭 한번 만나보시길!

에모몬 스토리 1

공윤희 지음
창비교육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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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누가 나에게 이번 가을, 초등학생 아이가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을 묻는다면, 나는 고민도 없이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를 추천할 것 같다.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는 감동과 교훈이 정말 “가득” 들어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번 소개했던 책이지만, 정말 좋은 책이라 또 한 번 소문을 내 본다..)

사실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는 이미 눈높이 어린이문학상 동화부분 대상을 받으며 스토리 자체의 탄탄함이 입증하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독자의 리뷰나 댓글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너무 감동적이다.”라는 말이 빠지지 않을 만큼 큰 감동을 주는 책이다. 사실 아이보다 먼저 이 책을 읽었을 때 아이도 이 책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재미 요소가 없어서 흥미를 느끼지 않으려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도 무척이나 이 책에 빠져 부지런히 읽어주었다.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는 엄마를 잃은 다빈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도훈이 등 무척이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로 결핍과 치유를 통해 진정한 감동과 배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엄마를 잃고 고모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지만 다빈이는 방학 등의 원인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우연히 가게 된 공원에서 도훈이, 캐나다 할머니, 비눗방울 모녀, 초콜릿 언니 등을 만나며 저마다의 사연을 만나고 타인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까지 다독이게 되는 다빈이를 보며,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이 왜 서로 기대 사는 존재라고 하는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아이도 망태 아저씨의 비밀이 밝혀질 때, 엄마를 끌어안으며 엉엉 울기까지! 할 만큼 감동을 했으며,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겠다고 말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쉬이 인정하지 못하고 미움과 날 선 경계를 가지곤 한다.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를 읽으며, 진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깊은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를 꼭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읽으셨으면 좋겠다. 더 많은 집에서 읽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로의 다름을 보듬는 것이 조금은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어느새 가을이다. 책 읽기 좋은 계절.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를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

이보리 지음
오늘책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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