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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놀러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전시 '천경자 판화전, 미완의 환상여행'. 천경자 화백의 며느리인 유인숙이 '미완의 환상여행' 출판 기념으로 하는 전시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순간 '딸도 아닌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추억하며 글을 썼다고? 얼마나 각별한 사이였길래...' 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자서전은 미화하고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 읽기 불편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제3자의 시각이 섞여 있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천경자라는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결혼생활과 시어머니인 천경자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구체적으로 실려 있어,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재미도 있었다. 문체가 간결한데다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가독성이 좋다보니 만화책 읽듯이 후루룩 읽었다.
나는 사실 천경자 하면 떠오르는 것은 '위작 사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도 위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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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 사건'은 이제 다들 알게 됐다. 그 <미인도>는 진품이 아닌 위작이 분명하다. 어머니가 직접, 본인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그걸로 끝난 일이었다. 화가다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어머니가 그린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미인도>에 그려진 여자의 는빛이 희미하고 머리의 꽃도 조잡하다고 하셨다. 일부 사람들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미인도>의 감정위원회는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정했다. 판정이 나온 후 어마니는 미국으로 가버리셨다. 출국하시면서 어머니가 이렇게 인터뷰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뽀얀 안개 같은 것이 걷히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어머니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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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 화백이 죽고 얼마 안되어 위조범이 <미인도>가 위작임을 고백했다고 한다. 결국은 살아 계실 때는 '자기 작품도 못 알아보는 작가'라는 비난만 받고, 진실은 밝혀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괜히 내가 화가 난다. 그런데 여전히 미술계에서는 1990년대에 진품으로 판결났으니 나몰라라 하고 있다. 미술계가 한 작가를 권력으로 굴복시킨 사건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역시 어딜가나 권력이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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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천경자 화백의 다양한 모습 : 담배&커피 애호가, 지나가면 알아보는 셀럽, 그 시대에 흔하지 않았던 워킹맘, 해외여행마저 드물던 시대에 나홀로 여행러, 화가다운 예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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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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