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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은이) 지음
자이언트북스 펴냄
나 김초엽 사랑하네,,,
몇 번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보다 장편을 훨씬 좋아한다. 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장을 덮은 이후 밀려오는 감동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단순히 장편이라는 이유 하나였지만 긴가민가 한 마음도 있었다. 김초엽 작가의 글은 단편과 매우 짧은 단편으로만 접해봤기 때문이다. 단편을 그렇게 잘 쓰는 사람이 과연 장편도 잘 쓸까? 근데 잘 쓰면 반칙 아닌가? 이런 재능 몰빵.. 불공평하지 않나? 결과적으로 이건 재능 몰빵이 맞고, 세상은 진짜 불공평하다. 결국 인간을 너무 사랑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다루는 작가.. 너무 귀하고 고마우며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연달아 SF 장르를 읽어서 그런지, 내가 사는 세계가 곧 멸망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인간이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쓰레기만 넘치는 폐허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초록빛 식물들이 뒤덮인 세상이 나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책 띠지에 이런 말이 쓰여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재건하는 사람들의 마음.”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작가, 그리고 그가 그려낸 인물들이 세계와 인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뭣같고 살기 싫은 세상이어도 애틋하기 마련이다. 끝끝내 인류를 사랑하는 그 마음에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괜히 울컥했다.
그저 독성 물질이 퍼진 대기와 그럼에도 살아남는 인류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마어마한 사랑을 다루기까지 한다. 사랑하지 않는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말이다. 크게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 없이 모든 등장인물이 여성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성별이분법적 사고가 아니고.. 섹스와 젠더의 차이 여부에 대해 다루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세상엔 여성의 이야기가 더더더 많이 필요하니까.
로봇, 혹은 식물에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책의 재미를 백프로 즐기지 못한 기분이 들어 아쉽다. 이 책을 나보다 신나게 읽어줄 여러 얼굴이 떠오른다. 한입만 잡솨봐 진짜 후회하지 않아…
p. 226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거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우린 정해진 멸종의 길을 걷고 있어. 설령 돔 안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런 인류가 만들 세계라곤 보지 않아도 뻔하지. 오래가진 못할 거야.”
…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 뿐이지. 말도 안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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