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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익명이고 너를 조아해 (또 하나의 익명이에게)의 표지 이미지

안녕, 나는 익명이고 너를 조아해

익명이, 라부 (지은이) 지음
제우미디어 펴냄

[20211210]
『안녕, 나는 익명이고 너를 조아해』 완독
(별점 : 4/5)

사람들은 익명을 생각하면 신비롭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른다. 분명 악이용해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건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기 때문에, 나는 익명을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익명은, 모두가 함께 쓰는 하나의 이름처럼 여겨지면 좋겠다.

이 책은 그림체가 너무 매력있고 귀엽다. 이 책에 나오는 익명이는 하얀 털뭉치를 뭉쳐 놓은 느낌인데, 그 캐릭터가 익명이라는 단어를 더 잘 설명해주는 듯했다. 위로도 노력이고, 칭찬도 노력이고, 다정함도 노력인데, 귀여운 캐릭터에 순수함을 담은 대화를 담아낸 작가님의 노력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제야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게 없다는 것을 실감한 것 같았다.

난 분명히 졸린데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자지 않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가만히 누워있었을 뿐이고, 오늘 하루를 헛되게 보내지도 않았는데. 아마도 오늘은 내일과 별로 다른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내일에 대한 기대감 없이 자야지, 하는 생각만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이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니 내가 너무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보내야만 한다고 나에게 말했던 것 같다. 내 머릿속은 좋은 기억들로만 꽉 차있고, 안 좋은 기억이라고는 잊어버릴 만큼 사소한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안 좋은 일이 닥치면 좋아지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지 좋게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괜찮지 않은 순간들마저 그래야만 할까봐 겁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를 믿어줘야겠다. 싫다면 싫은 대로, 좋다면 좋은 대로, 괜찮지 않다면 지쳐도 괜찮다고.

때로는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런 때가 있어야 행복할 때도 생길 테니까. 쓸데없는 걱정이 내 머릿속을 떠돌아다녀 골치 아플 때도 있는데, 그때는 그냥 지금 온 나의 행복을 즐기라고 했다. 어떡하지, 라는 생각보다는 그래, 라는 긍정적인 표현이 더 나을 것이다. 싫어, 보다는 좋아, 라는 표현이 나을 것이고. 걱정이 행복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 좋겠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1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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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89v

20241222

마지막 책장을 덮었음에도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책에 담겨 있었던 서은 엄마의, 주연 부모님의, 거짓 진술을 했던 목격자의, 주연을 도운 담임선생님의 입장. 전편에서는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내가 이해했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얽히고 복잡해진 관계에서 각 사람들의 입장을 보며, 나조차도 어떨 땐 서은 엄마의, 어떤 땐 주연 엄마의, 또 어떨 땐 다른 사람들의 편을 들었다.

주연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올랐다가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아무리 무겁고 중대한 일일지라도 저급한 말들로 치장을 해 주고 받으면 결국 가벼운 일처럼 보여진다. 아무리 진실이 들어났음에도 이 저급한 말들이 파편으로 날아와 주연의 마음에 생채기만 남겨 떠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주연을 괴롭혔다.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헷갈렸던 건 모순투성이인 등장인물들의 마음이었다. 주연과 서은이 살아온 환경을 눈에 띄게 대비되어 나타난다. 주연은 돈이 많은 집안에서 자라 자신이 원치 않는, 지나치게 꾸며진 것들로만 둘러싸인 채 자랐다. 그에 반해 서은은 가난한 집안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한 채 자랐다. 그런 서은과 주연을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여기서 서은은 1편에서 주연을 자신이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2편에서는 자신이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가장 먼저 주연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 서은을 향한 주연의 마음은 친구로서의 우정보다는 소유욕에 강했다고 생각한다. 주연을 서은을 가지고 싶어했고, 그런 소유욕이 모든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주연의 부모님은 본인들이 주연에게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생각했고, 주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문장 하나하나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로지 예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못했다. 이런 부분을 보면 주연 부모님이 주연을 너무 사랑했기에, 내 딸만은 저 꼭대기에 있어야만 행복할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벌어진 상황이 아닐까 싶다.

서은의 죽음을 기점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서은 엄마는 처음에는 주연을 죽이고 싶은 아이, 라고 표현했다. 그러다 주연이 찾아오며 배고프다고 하자, 그런 주연을 살리고 싶은 아이, 라고 나타냈다. 서은 엄마에게 주연은 증오의 대상이자 자신이 죽은 딸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하게 편안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1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땐 모든 게 이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2편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가 그려내지고, 또 마무리가 되었다. 그 마무리가 또다른 이야기의 문을 열 것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모든 게 무너지고, 끝났다고 생각하는 삶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그것을 다시 만들어냈다. 이렇게 무너진 부분을 짓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보통의 '삶'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 2

이꽃님 지음
우리학교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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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89v

  • s17님의 2100년 12월 31일 게시물 이미지

2100년 12월 31일

이희영 외 3명 지음
우리학교 펴냄

2023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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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n89v

내가 읽어봤던 로맨스 소설 중에서 제일 좋았던 책. 서로 좋아하지만 사귈 수 없다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설정도 좋고 여러 명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보여주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이 소중하고, 좋아했던 사람이 저승사자로 나타난다는 판타지스런 몽글몽글한 설정까지 좋았다. 다음에 또 읽고 싶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서은채 지음
황금가지 펴냄

2022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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