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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의 표지 이미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박한선 (감수) 지음
디플롯 펴냄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 친화력에서 찾습니다. 두 진화학자는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라고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정함을 무기로 삼아 번성해온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따뜻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 좋았는데요. 특히 보노보나 다른 영장류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처음 접한 내용) 친화력과 '자기 가축화'를 연결시켜 설명한 부분이었는데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 '가축화'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의 '자기 가축화'와는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자기 가축화는 친화력을 향상시키는데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가축화징후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나는데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작은 뇌, 두개골이 작아지고, 얼굴이 작아지는 현상이 이러한 자기가축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다정’이란 말이 시대적으로 화두인 것 같습니다. ‘친절함’, ‘우호적인’이라는 단어에 비해 ‘다정함’이 불러일으키는 타인에 대한 따뜻함과 친화력인 느껴지는데요. 타인에 대한 ‘환대’ 라는 단어도 떠오릅니다. 예전에 '다정과 친절사이'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저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친절하지만 다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친절과 다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친절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도움을 청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정은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신경을 써줄 수 있으며 감정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암튼 친절한 사람에서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202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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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면서 다른 어떤 책보다 큰 위안을 얻었다. 책을 읽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과 세계가 바뀌는 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 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

이 소설을 읽으며 몇 가지 사실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과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평범한 미래는 우리에게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믿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조금은 더 닿아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 역시 (「진주의 결말」) 되새겨본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에는 유독 소설가가 많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도 소설가가 여러 명 등장한다.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되고, 희망보다 절망에 더 가깝게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는 소설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소통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충분히 들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의 공백을 메꿀 수 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에서 소설가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일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소설가는 공감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다.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주인공과 지민은 돌아가신 지민의 엄마가 자살 전에 쓰신 소설의 줄거리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소설의 줄거리가 자신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아 놀라게 된다.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던 이들은 접신하는 미국인 줄리아에게 가서 자신이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를 묻는다. 줄리아는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죽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과거는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지만 미래는 가능성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다. 지민의 엄마는 소설에서 과거를 기억해야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기억해야한다고 말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며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고, 괴롭고, 삶을 지탱하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미래에서 보자면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 가장 좋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면 지금의 슬픔은 좀 더 옅어질 지도 모른다. 희망을 놓지 않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 답답할 때 추천!
2023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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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나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게시물 이미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지음
갤리온 펴냄

2023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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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관조의 삶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일본 저자의 책이어서 다이세쓰와 도겐선사라는 잘 모르는 일본 철학자와 승려 이야기가 있는데 의외로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확실히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더 흥미롭다.

무척 얇아서 단숨에 훌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누구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라는 챕터였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재에 오롯이 집중함으로써 (명상의 효과) 내면을 탐구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니체는 몸이 약했는데 산책을 매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산책이란게 보통 생각하는 여유있게 걷는 일반적인 산책이 아니라 하루에 5Km씩 걷는 것이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걸었다고 한다. 독일에 철학자들이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다. 산책을 많이 하고, 명상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일본의 철학자 부분에서 일본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구절이 나오는데 전에 봤던 구절이라 반가웠다. '이제 곧 죽네/경치 보이지 않고/매미 소리만' 앞으로 찾아올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채 시끄럽게 울기만 하는 매미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삶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삶의 깨달음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답의 내용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깨달음은 특별한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 된다. 지금 ‘이것’을 하고 있으면서도 ‘저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 즉 나만의 명상법을 발견한다면 누구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니체와 함께 산책을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은이), 김윤경 (옮긴이)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1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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