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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했다.
진이와 지니의 관계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희망을 죽음으로 맺어버리는 결말까지
역시 정유정 작가다.
몰입감과 호흡이 빨라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게 빨려들어간다.
어느새 내가 램프에 갇힌 진이가 되어가고,
어느새 내가 '다정한 그녀'를 되찾게 해주고 싶은 민주가 되어가고,
어느새 내가 인간의 이기심에 이용만 당하는 지니가 되어간다.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버트런드 러셀
작가는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을 살아가는 죽음을 앞둔 자의 이야기를 써 나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살고 싶음에 고군분투하는 진이의,
그리고 진이를 돕는 민주의 "생의 가장 치열했던 사흘"을 그렸다.
살아있는 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 한다고.
내 마음은 진이의 회복을 응원했다.
진이가 자신의 몸을 찾고, 어쩌면 민주와의 깊은 우정이나 사랑의 결말까지 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철저히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인간에 의해 인간들 속으로 끌려 나온 후,
인간으로 인해 생사의 질곡을 넘나들고
인간을 위해 쾌락의 도구가 되었다가
인간에게 자신을 통째로 강탈당해버린 지니의 삶을
지니의 시점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인간을 위한 동물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보노보나 침팬지를 만나게 된다면,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인사해야겠다.
"안녕... 나는 너 친구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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