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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
창비 펴냄

버들이라는 여성 인물의 삶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세 명의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열여덟 살 버들이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어머니는 혼자서 버들과 남동생을 키워 냈다. 버들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중매쟁이가 사진결혼을 권한다.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여성이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이다. 하와이에 가면 못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결심을 하게 된다. 먼 이국 땅 하와이로 가는 길은 쉽지가 않다.

버들은 친한 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간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어 과부로 친정에 와있던 홍주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하와이행을 선택한다. 사진보다 스무살은 더 늙어보이는 남편을 만나고, 송화는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이한다. 버들은 스물여섯살의 태완을 만난다. 하지만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던 태완은 버들에게 마음을 쉽사리 열지 않는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버들과 송화, 홍주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전반부의 스토리가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데 반해 후반부가 조금 느슨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버들이 태완에게 비극적인 첫사랑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2021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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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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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면서 다른 어떤 책보다 큰 위안을 얻었다. 책을 읽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과 세계가 바뀌는 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 바뀐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

이 소설을 읽으며 몇 가지 사실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과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평범한 미래는 우리에게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믿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마음에 조금은 더 닿아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 역시 (「진주의 결말」) 되새겨본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에는 유독 소설가가 많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도 소설가가 여러 명 등장한다.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되고, 희망보다 절망에 더 가깝게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는 소설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소통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충분히 들어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일의 공백을 메꿀 수 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에서 소설가는 바로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일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소설가는 공감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사람이다.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주인공과 지민은 돌아가신 지민의 엄마가 자살 전에 쓰신 소설의 줄거리를 듣게 된다. 두 사람은 소설의 줄거리가 자신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 같아 놀라게 된다.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던 이들은 접신하는 미국인 줄리아에게 가서 자신이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를 묻는다. 줄리아는 두 사람은 결혼할 것이기 때문에 죽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과거는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지만 미래는 가능성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다. 지민의 엄마는 소설에서 과거를 기억해야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기억해야한다고 말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으며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고, 괴롭고, 삶을 지탱하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미래에서 보자면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 가장 좋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면 지금의 슬픔은 좀 더 옅어질 지도 모른다. 희망을 놓지 않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 답답할 때 추천!
2023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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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나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게시물 이미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지음
갤리온 펴냄

2023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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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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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을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 친화력에서 찾습니다. 두 진화학자는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라고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정함을 무기로 삼아 번성해온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따뜻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 좋았는데요. 특히 보노보나 다른 영장류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처음 접한 내용) 친화력과 '자기 가축화'를 연결시켜 설명한 부분이었는데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 '가축화'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의 '자기 가축화'와는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자기 가축화는 친화력을 향상시키는데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게 됩니다. 가축화징후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나는데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작은 뇌, 두개골이 작아지고, 얼굴이 작아지는 현상이 이러한 자기가축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다정’이란 말이 시대적으로 화두인 것 같습니다. ‘친절함’, ‘우호적인’이라는 단어에 비해 ‘다정함’이 불러일으키는 타인에 대한 따뜻함과 친화력인 느껴지는데요. 타인에 대한 ‘환대’ 라는 단어도 떠오릅니다. 예전에 '다정과 친절사이'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저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친절하지만 다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친절과 다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친절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도움을 청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정은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신경을 써줄 수 있으며 감정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암튼 친절한 사람에서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박한선 (감수) 지음
디플롯 펴냄

2021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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