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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필립 후즈 지음
돌베개 펴냄
- 모든 책상과 의자들을 굽어보는 위치에 커다란 히틀러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거기 있는 걸 안다는 듯 그의 눈이 차갑게 우리를 주시했다. 우리는 벽에 박힌 못에서 액자를 떼어 내 책상 위에다 박살을 냄으로써 히틀러를 해방시켜 주었다. 사방으로 유리 조각이 튀었다. 우리는 초상을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의 얼굴 위에서 차례로 춤을 추었다. 그런 다음 모든 설계도와 영수증과 명함을 한 더미로 쌓아 올린 뒤, 케이크 위에 체리를 올리듯 히틀러의 잔여물로 그 위를 장식했다. (p.59)
- 간수들이 우리를 법정으로 데려갔다. 우리 운명이 어찌될지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없었다. 붙잡힌 것만 빼면, 친구들도 과연 같은 마음일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애국자였다. 우리의 적은 조국을 앗아 간 독일과, 그들 편에 서서 그런일이 벌어지게 만든 덴마크인들이었다. 우리의 영웅은 여전히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노르웨이인들과, 수적으로 밀리면서도 나치의 쉼 없는 공습으로부터 자기네 나라를 용맹하게 지키고 있는 영국 조종사들이었다. 우리는 전쟁 중이었고, 나는 그저 붙잡힌 군인일 뿐이었다.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p.151)
제 세계 2차대전 당시 덴마크의 상황을 보여주는 책. 2차세계대전 당시 약소국들의 대하여 접해본 기억이 없어서 주제부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처칠 클럽의 일원이었던 크누드 페데르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진다. 덴마크 정부가 힘없이 독일에 굴복하였을 때, 소년들의 바로 옆 이웃인 노르웨이는 독일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독일에 굴복할 수 없다며 희생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노르웨이에 소년들은 자신들의 조국, 덴마크에 회의감을 느끼며 독일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청소년 문학 작품이라 그런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 사이사이에 사건의 부가적인 설명들이 달려있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소년들 간의 다툼과 평소에 나누는 대화들을 내용에 넣으면서 이들 또한 평범한 소년임을 알려주는 부분까지…미워할 수 없는 책이다. 결국 큰일을 해내지는 못하였지만 덴마크 국민들을 일으켜 세운 불씨가 되어준 소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에피소드 전 마지막 챕터에서의 마지막 페이지…괜히 쾌감이 느껴졌다. 영화의 엔딩 같았달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의 자상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를 기재한 페이지만 10페이지 정도가 되는데, 챕터 및 크누드의 인터뷰를 뒷받침할 자료들의 출처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기재해두었다. 관심 있는 이야기는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링크들이 소개와 함께 하나하나 적혀있다. 표지 디자인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읽었다. (자료출처를 이렇게 자세히 읽어본 건 처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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