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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작가가 미상인 책은 <춘향전>이 유일하다.
오래 전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 판소리로 불리고, 내용을 덧붙여 소설로 옮긴 판소리계 소설. <열녀춘향수절가> 완판 84장본과 경판 30장본, 영인본까지 충실히 실려 있다.
누가 뭐래도 주인공은 춘향. 이몽룡과의 만남에 적극적이고, 정절을 생명보다 중하게 여기는 입체적, 자기주도적, 능동적인 인물이다. 소식 없는 낭군을 잊고, 수청만 들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유혹과 기약없는 기다림에도 힘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준다.
단오날 첫만남에 이몽룡은 춘향이 서시인지, 우미인인지 중국 역사 속 미인들을 읊퍼대지만(완판본), 경판본에선 선녀가 하강하였다며, 금이냐, 해당화냐, 귀신이냐며 첫눈에 반하는 심정을 그린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사랑가> 중 정을 통하는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몽룡이 그리워 서럽게 울며 부르는 <갈까 부다>는 판소리의 대사를 모두 포함하면서 더 자세히 기록되어 생동감이 넘친다.
"저리 가거라 가는 태도를 보자.
춘향아 우리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너도 나를 업어야지.
갈까 보다 님을 따라 갈까보다" 주옥 같은 문장들이 읽는 눈을 해학과 재미로 즐겁게 만든다.
판소리는 들어보라. 들을 때 마다 구성진 목소리에 끌린다. 내용이야 다 알지만, 생생한 묘사가 있는 소설로도 읽으면 맛과 흥이 더해진다.
영국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우리에겐 <춘향전>은 설레임, 애절함과 짜릿한 통쾌감을 보여준 최고의 84부작 조선 로맨스 드라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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