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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넘은 디자인 거장들의 결코 멈추지 않을 창작열에 대하여 (Design Hero 20)의 표지 이미지

80세 넘은 디자인 거장들의 결코 멈추지 않을 창작열에 대하여

아일린 퀀 외 1명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과제 때문에 빠르게 속독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책. 당장 10월부터 있는 실기시험들 때문에 도피성으로 다시 읽게 된 책이다. 물론 전에 자세히 읽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포함되긴 했다. 이 책은 디자인계의 전설로 불리는 거장 20명의 인터뷰 내용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잊고 살아가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조언 중에서도 유독 열정과 개방성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빠르게 변화되어가는 디자인 세계에서 열정과 개방성은 당연하게도 가장 중요한 부분들 중 하나다. 열정이 없으면 포기하기 쉽고, 개방성이 없으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책 속 엄청난 디자이너들의 조언들 사이 소개말이 인상적이었던 디자이너가 한 분 계시는데 바로 ‘마이클 그레이브스’다. 69세 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척수 감염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면서 자신의 인생에 제3막이 열렸다고 표현한 것부터 존경할 만하다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환자 입장에서 병원, 휠체어, 실내 환경 등의 의료 서비스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했다는 게 그저 놀라웠다. 이 밖에도 엄청난 양의 조언들과 디자이너들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인터뷰가 공존하는데, 80세를 넘은 디자이너들인 만큼 대답 하나하나에 그들이 걸어온 길들이 느껴지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듯하다. 책을 읽으며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내용을 곱씹다 보니 책의 머리말처럼 작업(일)은 부담이 아니라 삶의 필수 요소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시 때문에 쉬고 있던 일이 나한테는 자부심과 열정, 정체성의 풍부한 원천이 되어주었던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된 거다. 밀턴 글레이저의 말처럼 어딘가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받아졌달까… 저자의 바람대로 디자이너들의 대화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들의 너그러운 영혼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식어가는 날엔 한 번씩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책.

- 최고의 빛은 누군가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p.165,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

-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당신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삶, 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도움을 얻기 위해 과거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창의성을 발휘해야만합니다. 자신의 열정을 따라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뒤쫓지 마십시오. 당신의 직관, 당신의 가슴, 당신의 열정을 따르세요. (p.293, 도시계획가 베벌리 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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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책상과 의자들을 굽어보는 위치에 커다란 히틀러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거기 있는 걸 안다는 듯 그의 눈이 차갑게 우리를 주시했다. 우리는 벽에 박힌 못에서 액자를 떼어 내 책상 위에다 박살을 냄으로써 히틀러를 해방시켜 주었다. 사방으로 유리 조각이 튀었다. 우리는 초상을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그의 얼굴 위에서 차례로 춤을 추었다. 그런 다음 모든 설계도와 영수증과 명함을 한 더미로 쌓아 올린 뒤, 케이크 위에 체리를 올리듯 히틀러의 잔여물로 그 위를 장식했다. (p.59)

- 간수들이 우리를 법정으로 데려갔다. 우리 운명이 어찌될지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없었다. 붙잡힌 것만 빼면, 친구들도 과연 같은 마음일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애국자였다. 우리의 적은 조국을 앗아 간 독일과, 그들 편에 서서 그런일이 벌어지게 만든 덴마크인들이었다. 우리의 영웅은 여전히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노르웨이인들과, 수적으로 밀리면서도 나치의 쉼 없는 공습으로부터 자기네 나라를 용맹하게 지키고 있는 영국 조종사들이었다. 우리는 전쟁 중이었고, 나는 그저 붙잡힌 군인일 뿐이었다.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p.151)

제 세계 2차대전 당시 덴마크의 상황을 보여주는 책. 2차세계대전 당시 약소국들의 대하여 접해본 기억이 없어서 주제부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처칠 클럽의 일원이었던 크누드 페데르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진다. 덴마크 정부가 힘없이 독일에 굴복하였을 때, 소년들의 바로 옆 이웃인 노르웨이는 독일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독일에 굴복할 수 없다며 희생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노르웨이에 소년들은 자신들의 조국, 덴마크에 회의감을 느끼며 독일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청소년 문학 작품이라 그런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 사이사이에 사건의 부가적인 설명들이 달려있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소년들 간의 다툼과 평소에 나누는 대화들을 내용에 넣으면서 이들 또한 평범한 소년임을 알려주는 부분까지…미워할 수 없는 책이다. 결국 큰일을 해내지는 못하였지만 덴마크 국민들을 일으켜 세운 불씨가 되어준 소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에피소드 전 마지막 챕터에서의 마지막 페이지…괜히 쾌감이 느껴졌다. 영화의 엔딩 같았달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의 자상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를 기재한 페이지만 10페이지 정도가 되는데, 챕터 및 크누드의 인터뷰를 뒷받침할 자료들의 출처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기재해두었다. 관심 있는 이야기는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링크들이 소개와 함께 하나하나 적혀있다. 표지 디자인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읽었다. (자료출처를 이렇게 자세히 읽어본 건 처음인듯)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필립 후즈 지음
돌베개 펴냄

2021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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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책. 우선 겉 표지 디자인을 굉장히 잘 뽑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실물을 받아보았을 때 대충 슬레이트 그레이, 키와 그레이 정도로 보이는 양장의 색감이 굉장히 예쁘다고 느꼈다.(블랙이나 다른 그레이 색상으로 제작되었다면 별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브와 피에르를 알게 된 계기로는 무슈 디오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디올의 제자라는 이름으로 이브 생 로랑을, 그리고 그 이브 생 로랑의 애인으로 피에르 베르제를 알게 되었다. 주변에 패션 디자인 전공자들이 많다 보니 간간이 들리는 말들로만 알았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 밖에 다른 정보들은 거의 문외한이라 보아도 무관하다. 추도문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브 생 로랑에게 쓴 피에르 베르제의 편지들을 엮어놓았다.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고, 그 안에 담긴 피에르 베르제의 깊은 애정과 사랑, 질투심, 원망 그리고 존경심은 다소 복잡한 감정으로 느껴진다. 분명 담담한 문체인데 이런 감정들이 묻어나온다는게, 또 50년 동안 이어진 그들 사이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게 흥미롭다. 무채색의 세상에 이들만 덩그러니 푸르른 색이 입혀져있는. 이 둘의 만남 사이엔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결국 피에르는 이 모든 것을 여름 햇볕의 따뜻한 추억으로 여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 이 편지는 온전히 너를 향한 것, 우리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이자 너에게 말을 거는 나의 방식이니까. 듣지도 답하지도 않을 너에게. (p.17)

- 어느날 문득, 네 내면의 가장 지독한 욕망은 자기파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내가 너와 너무나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말하듯이 완벽한 평행을 이루고 있었기에 너를 구하는데 실패한거야. (p.50)

-
엘뤼아르가 누슈를 생각하며 그랬듯이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주변의 모든 것들에 너의 이름을 써.
.
이것은 마지막 편지이지만 결별의 편지는 아니야. 어느 날 다시 너에게 글을 쓰게 될지 누가 알겠어?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
.
오늘, 나는 꿈에서 깨어났어. 생의 한 장이 끝났음을 너의 죽음이 알려준거야. (p.145)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은이), 김유진 (옮긴이) 지음
프란츠 펴냄

2021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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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후드득 내리던 날에 괜히 학교에 있기 싫어서 어무니 병문안 갈 겸 우산을 고쳐 쓰곤 바로 학교를 나왔다. 버스를 타고 중고서점에 내려 한참을 있다 병원으로 향했었는데 그때 산 책이다. 시집은 정말 잘 읽는 편이 아닌데 뭐에 이끌린 듯이 집어왔던 기억만 있는 걸로 봐선 딱히 이유가 있어서 구매했던 건 아닌 거 같다. 뭔가 이거다! 할 장점이 있는 책은 아니라 느꼈지만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다. 마루에서 외할머니 무릎베개에 누우면 조곤조곤 해주시는 옛 추억 이야기 같아서 훌훌 읽었다. 함축된 시는 아니다. 오히려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 사이사이 쓰인 삽화들도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편하게 읽히는 게 꽤나 신기했고.. 이 기회에 ‘토지’라는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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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p.13, 산다는 것)
-
육신이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밤은 깊어 가고
밤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 (p.44, 밤)
-
언제나 그 꿈 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p.57, 어머니)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2021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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