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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은이), 김유진 (옮긴이) 지음
프란츠 펴냄
선물 같은 책. 우선 겉 표지 디자인을 굉장히 잘 뽑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실물을 받아보았을 때 대충 슬레이트 그레이, 키와 그레이 정도로 보이는 양장의 색감이 굉장히 예쁘다고 느꼈다.(블랙이나 다른 그레이 색상으로 제작되었다면 별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브와 피에르를 알게 된 계기로는 무슈 디오르를 빼놓을 수 없는데, 디올의 제자라는 이름으로 이브 생 로랑을, 그리고 그 이브 생 로랑의 애인으로 피에르 베르제를 알게 되었다. 주변에 패션 디자인 전공자들이 많다 보니 간간이 들리는 말들로만 알았을 뿐이지만 말이다. 이 밖에 다른 정보들은 거의 문외한이라 보아도 무관하다. 추도문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브 생 로랑에게 쓴 피에르 베르제의 편지들을 엮어놓았다.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고, 그 안에 담긴 피에르 베르제의 깊은 애정과 사랑, 질투심, 원망 그리고 존경심은 다소 복잡한 감정으로 느껴진다. 분명 담담한 문체인데 이런 감정들이 묻어나온다는게, 또 50년 동안 이어진 그들 사이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게 흥미롭다. 무채색의 세상에 이들만 덩그러니 푸르른 색이 입혀져있는. 이 둘의 만남 사이엔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결국 피에르는 이 모든 것을 여름 햇볕의 따뜻한 추억으로 여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 이 편지는 온전히 너를 향한 것, 우리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법이자 너에게 말을 거는 나의 방식이니까. 듣지도 답하지도 않을 너에게. (p.17)
- 어느날 문득, 네 내면의 가장 지독한 욕망은 자기파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내가 너와 너무나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말하듯이 완벽한 평행을 이루고 있었기에 너를 구하는데 실패한거야.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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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가 누슈를 생각하며 그랬듯이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주변의 모든 것들에 너의 이름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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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지막 편지이지만 결별의 편지는 아니야. 어느 날 다시 너에게 글을 쓰게 될지 누가 알겠어? 우리는 헤어지지 않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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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꿈에서 깨어났어. 생의 한 장이 끝났음을 너의 죽음이 알려준거야.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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