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r의 Up이 떠오르는 책이다.
아내 소냐를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까칠하고 grumpy(제일 적절한 표현인듯)한 노인 오베는 자살을 준비한다.
귀찮은 이웃들이 들이닥치며 생기는 상황들로 인해 불만스레 투덜대지만 자살은 잠시 미뤄둔다.
겉으로는 짜증이 가득하지만, 상황에 못 이겨 한순간씩 더 살아가는 오베의 인생은 조금씩 다른 빛을 띈다.
오베는 정말 짜증이 가득가득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그가 사랑했던 지난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부터 나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소냐,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오베였다.
소냐가 자신을 필요로 해줬던 시간, 자신이 소냐를 필요로 했던 시간, 소냐와 함께였기에 열심히 살았던 시간, 소냐를 위해서였기에 처절했던 시간..
그에게는 소냐와 함께 살았던 이 빈틈 있는 집조차도 애틋하다.
(여기서 묘한 공감이 있었다. 나도 집의 빈틈을 아낀다)
그래서 그런지 소냐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에 더뎠던 그가, 이웃들의 사랑에 조금씩 마음이 녹고 옅은 미소까지 지어내는 모습이 좋아 내 입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말이 서툰 어린아이가 '음마', '엄마'라고 입을 뻥긋할 때 나오는 그런 미소 말이다.
자세히는 안 적겠지만, 책의 말미에서 오베를 그저 사랑해 준 이들에게 내가 다 고마워졌다.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다산책방 펴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