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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A Novel)의 표지 이미지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개브리얼 제빈 지음
Algonquin Books 펴냄

앨리스 섬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A.J. 피크리의 가게에는 위와 같은 모토가 적혀있다.
A.J.는 함께 서점을 열었던 아내를 여의고 술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지만 서점에 버려진 아기 마야가 찾아온 순간 그의 삶은 변한다.

어쩌면 예측 가능한 뻔한 전개일 수 있지만, 마음이 간지러워고 소소히 설레는 그런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의 삶에 스며들어있으며 어우러지는 책들이 반갑다.
책으로 맺어지는 연결, 책으로 전해지는 마음, 책으로 남겨지는 이야기 등

내게는 여전히 개미 기어가듯 이어나가는 독서습관이지만, 책에 흠뻑 젖어드는 느낌이 좋다.
2021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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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농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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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미술에서는 구상이 주 요소라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구상과 결별을 한 현대 미술 화가들과 이들이 접목시킨 환원주의가 일구어낸 새로운 개념의 예술을 다룬다.
환원주의적 미술작품은 이 전 세대의 구상미술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의 뇌를 자극하여 상호적인 관계를 이끌어낸다.
즉 이 새로운 접근은 뇌에서 특정적 반응을 일으키며 그 반응은 곧 예술로 소화된다.
이렇게 보면 정말 미술과 과학은 맞닿아있다.

재미있는 건 이 화가들은 시지각의 복잡한 정신 과정을 실질적으로 이해한 것이 아닌, 직관적으로 이해하며 이를 이뤄냈다.
주의, 지각, 연상.
이들은 감상자의 이 역할들을 통해 이들은 다양한 측면들을 실험하고 만들어갔다.
이들의 이런 발자취가 현대 예술세계에 엄청난 발단이 되었음은 틀림없다.

책을 읽으며 본문에서 언급된 몇 작품들과 나와의 관계도 떠올려봤다.
수년 전 접했던 몬드리안의 작품은 다년간 나의 작업의 큰 영감이 되었었다.
(이유는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좋았다. 가장 기본적인 색이 정갈하면서도 편안하게 구성돼있는 느낌이 좋았다)
어쩌면 나도 현대미술의 정보 자극 놀이에 동참해왔었던 듯하다.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에릭 캔델 지음
프시케의숲 펴냄

2021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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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nonghamong

술술 읽히는 가독성 대비 여운이 깊고 긴 책이었다

신화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를 각색한 C.S. 루이스의 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회자 오루알(Orual)은 모두가 그리고 스스로도 겸손히 인정하는 추녀이다.
반면 그녀의 둘째 동생 프시케(Psyche)는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지성과 미모를 갖췄다.
빼어난 동생을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하고 동경한 오루알은 둘째 동생 프시케(Psyche)를 신에게 빼앗겼다고 느끼고는 신을 고소한다.
그녀는 자신의 순수한 참 사랑을 허락받지 못함에 신이 원망스럽다.
신에게 맞서는 고소의 과정, 그 직면의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은 추하지만 프시케는 아름다웠기에 더 소중히 가둬두었음을.
자신이 추하기에 자신의 얼굴이 숨겨졌었음을.
그리고 숨겨졌던 자신의 얼굴에 자신의 사랑조차 뒤틀렸었음을.
그녀는 참 사랑과 참진리를 깨닫고 자신의 얼굴을 찾는다.

마음도 의도도 선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오루알.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추함'을 받아들였던 오루알.
응답하지 않는 신 앞에서 마치 켜켜이 쌓인 그녀의 분과 고소를 한꺼풀씩 벗겨갈 때, 비로소 그녀의 얼굴을 '찾았'을 때 동시에 그녀의 얼굴을 '가졌'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가운데 자리 잡은 느낌은 아련함이었다.
어찌 설명이 어렵지만, 나 또한 나의 얼굴까지의 꺼풀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어렴풋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우리가 거울에 비추어 보듯 희미하게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12)

Till I have face,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게 될 때까지..

Till We Have Faces

C. S. 루이스 지음
HarperOne 펴냄

2021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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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nonghamong

Pixar의 Up이 떠오르는 책이다.

아내 소냐를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까칠하고 grumpy​(제일 적절한 표현인듯)​한 노인 오베는 자살을 준비한다.
귀찮은 이웃들이 들이닥치며 생기는 상황들로 인해 불만스레 투덜대지만 자살은 잠시 미뤄둔다.
겉으로는 짜증이 가득하지만, 상황에 못 이겨 한순간씩 더 살아가는 오베의 인생은 조금씩 다른 빛을 띈다.

오베는 정말 짜증이 가득가득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그가 사랑했던 지난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부터 나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소냐,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오베였다.
소냐가 자신을 필요로 해줬던 시간, 자신이 소냐를 필요로 했던 시간, 소냐와 함께였기에 열심히 살았던 시간, 소냐를 위해서였기에 처절했던 시간..
그에게는 소냐와 함께 살았던 이 빈틈 있는 집조차도 애틋하다.
(여기서 묘한 공감이 있었다. 나도 집의 빈틈을 아낀다)
그래서 그런지 소냐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에 더뎠던 그가, 이웃들의 사랑에 조금씩 마음이 녹고 옅은 미소까지 지어내는 모습이 좋아 내 입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말이 서툰 어린아이가 '음마', '엄마'라고 입을 뻥긋할 때 나오는 그런 미소 말이다.

자세히는 안 적겠지만, 책의 말미에서 오베를 그저 사랑해 준 이들에게 내가 다 고마워졌다.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다산책방 펴냄

2021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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