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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소설집)의 표지 이미지

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지음
아작 펴냄

읽었어요
어디선가 sf소설을 잘 쓰는 작가라고 추천을 받아서 읽고 싶다고 찜해두었던 책이다.
●엄마는초능력이있어
'경기를 보고 있으면 응원하는 팀이 진다.' '여행을 가면 꼭 비가 온다.' 이런 생활 속 징크스 같은 내용을 초능력이라고 쓴 내용이 참신했다.

●빨간 두건 아가씨
태어난 이후에 합성신체를 이용해 성을 바꿀 수 있는 세상에 여성은 찾기가 힘든 세상. 취업을 하려고 해도, 승진을 하려고 해도, 노동을 하려고 해도, 유산을 상속받으려고 해도 남성인게 더 유리해서. 길거리에 지나가는 빨간 두건 아가씨가 신기해서 말거는 남자들. 그런 남자들의 시선과 말이 두렵지만 아직 여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길거리에 나선 여성. 왜 이런 세상을 설정하게 됐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로그스 갤러리 종로
두 단편은 결이 비슷하고 내용이 이어진 느낌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초능력을 가진 남자가 일상에서 생긴 어려움을 해결하려 애쓰는데 사람들은 초인들이 도와주는걸 당연시 생각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초인들이 도와줄테니 건물을 부실하게 짓는 등 나쁜 일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만든 사고를 수습하는 데 지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자신을 믿는 딸 때문에 그럴수도 없다. 힘겹게 사고현장을 수습하면서 겪는 내면갈등을 그리고 있다.
그와 이어서 캡틴콜드, 얼음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서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번개가 초인에서 악당으로 변모한 이후 세상사람들은 초인을 혐오하고 탄압할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원인이 된 번개를 직접 잡겠다고 나선 서리로 인해 초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희망적인 이야기.

●얼마나 닮았는가
우주선의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의체에 들어갔는데 자신이 의체에 들어가겠다고 요구한 이유가 뭔지 잊어버리고 타이탄에 고립된 사람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는 목적에만 집중하는데 뭔가 잊어버리면 안 될 데이터가 지워진 기분.
선내의 선장이 뭔가 겉도는 느낌이 뭘까... 결국 알아낸 답은 다수의 선원은 남자고 선장은 여자라는 것. 의체에 들어간 AI를 선장은 자꾸만 진짜 인간처럼 챙기는데 이유 역시 자신과 닮은 여성의 몸을 하고 있어서라는 것.
누군가와 동질감을 형성하는 기준은 '얼마나 닮았는가?'라는 질문 속에 있다.

SF소설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소설집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단어는 단지 평균값을 대표하는 상징일 뿐인데 단어에 세상을 끼워 맞추려 해요.
2021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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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 괜찮은 기분일 때 과슬이가 미리 해놓은 청소는 서럽거나 피로하거나 게으를 미슬이를 케어한다.

과거의 이슬아.

미래의 이슬아.

p.128 평화란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명과 물건과 몸과 마음이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하는 게 평화라고.

p.152 어떤 부끄러운 짓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p.262 쉴 새 없이 연결된, 정보가 범람하는, 모두가 서두르는, 이런 세상에서는 무엇과 연결되느냐 보다도 무엇을 차단하느냐가 더 중요한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p.309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심신 단련

이슬아 지음
헤엄 펴냄

읽었어요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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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p.33-34 요새는 읽은 책을 더 자주 읽어요. 좋은 책은 읽을때마다 항상 다른 게 보이고 왜 예전엔 이걸 못 봤나 싶을 때가 많아요. 책은 저에게 오늘의 운세 같은 거예요. 좋아하는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 문장으로 그날 하루의 힘을 얻어요.

p.35 연대는, 온갖 고통을 겪어낸 사람이,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은 덜 겪도록 모든 것을 최대한 알려주는 것이더라고요.

p.41 저한테 글쓰기는 자아 형성, 자아 해방, 자아 이동인 듯해요.

p.41 결국 좋은 책은 유혹이자 권유이고 초대예요.

p.44 깨끗이 존경하는 거예요.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유족들을 불쌍하다고, 안 됐다고 착각해요. 절대 아니에요. 너무 슬프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구나, 저렇게까지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존경과 감탄이 저를 움직이는 거예요. 사실 저 이타심 별로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저한테 역시 좋은 일임을 아는 거죠. 어디에 샘이 있는지 아는 동물처럼.


김한민

p.67 이 시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데, 무엇을 안하느냐가 굉장의 중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가능성들이 있으니까요.

p.68 마음은 날마다 새로 태어나기도 하니까요.

p.88 모든 사람은 혼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더 혼자다. 혼자라는 건 얼마나 아늑한지, 사실 그 점이 진짜 문제지.

p.111 공감과 동의를 같이 쓸 때 오히려 공감은 더 소외돼요. 공감의 본질은 그게 아니에요. 좋은 접근은 서로 차이가 뭔지 알아가는 거예요. 차이를 덮어놓고 보는 게 아니죠.

p.114 외면에는 더 둔해지고, 반응에는 더 민첩해지고 싶다.

p.115 내가 본 것을 너도 본다면 알 수 있을 거야, 이전과 같을 수는 없을 거야, 우리 같이 좋은 쪽으로 가자,


유진목

p.183 내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된다면 함께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하자.


김원영

p.237 바로 그 “모든 것을 다 해본 후에 삶이 덧없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되어야 할 귀중한 삶의 기회가 아닌가?

깨끗한 존경

이슬아 지음
헤엄 펴냄

읽었어요
4시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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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eon Park

@jiyeonpark

p.20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한 생애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많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서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해가 뜨면 너랑 식물원에 가고 싶어. 잘 자.

p.28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은 사실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어.

p.39 안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사랑이 있지. 걸어보기 전에 알 수 없는 체력과, 싸우기 전에는 낼 수 없는 힘도 있지. 써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말야.

p.40 결코 한마디로는 쓸 수 없을 하루를 오늘도 살아보자.

p.99 그녀는 맘에 들지 않는 시간을 통과하면서도 그 시간을 이야기로 전할 때 타인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절망과 실망을 씩씩하게 다룬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슬아 지음
헤엄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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