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지음
민음사 펴냄
독일어 원제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예전에 <지와 사랑>란 제목으로 출판 됐어요.
"나르치스", "골드문트" 둘 다 수도원에서 머무는 20세 선생과 18세 학생의 이름입니다. 서로 친구로서 삶, 학문, 온갖 주제에 대해 격이 없이 얘기합니다. '골드문트'에겐 무희였던 집나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고통으로 남아있었고, 나르치스가 올바로 사실을 바라보도록 이끌어줍니다.
저의 흥미를 끈 것은, '나르치스'가 가진 초능력이였습니다. 상대의 심리 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알아 맞추는 예언능력. 슈퍼히어로물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사람들의 성격과 운명을 알아보는 그 어떤 감각이 있습니다." (나르치스의 말 17쪽)
"너는 언제나 나에게 말을 시키거나 질문을 해서 내 속을 환하게 비춰주고 또 내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대체 그 비결이 뭐지? (골드문트 말 105쪽)
사실 책 전체 478쪽이 금발의 '골드문트'의 이야기입니다. 나르치스가 정신을 중시하는 수도원 생활에 속한 사람인 것에 반해, 골드문트는 감정, 예술, 감각에 속한 사람으로,
수도원을 떠나 방랑 생활을 합니다. "여자의 아무리 조용한 유혹에도 응답을 보내는 바람둥이였다"는 문장이 등장할 정도로 감정에 충실히 남자였죠.
(에로틱한 장면도 초반에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그는 불안과 방황, 욕망 가운데 치명적인 흑사병을 통한 죽음의 시절을 거치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인생은 이별하고, 달아나고, 잊혀지고, 빈 손에 얼어붙는 가슴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다"라고 회상합니다.
책의 전체 흐름을 나열하자면,
우정, 불안, 여행, 성적 충동, 불륜, 살인, 관능, 예술, 질병, 죽음, 공포, 방황, 존재, 안식, 평안까지 인간의 청년부터 노년까지 삶의 체험기가 온통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성적 장면은 터질듯 자극적이고,
(헤세책이 이토록 야하다니!!) 흑사병으로 임한 참혹한 죽음은 현재 코로나를 무섭게 반증하며, 아름다운 비유와 문장은 여러번 읽고 싶게 만드는 책.
낯선 세계에서 자신을 찾고,
여러 사랑에 대해 경험하며 사는,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다. 같은 날은 없다. 확실한 것도 불확실한 것도 정해지지 않은,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마다 모두 아름답다고 말하는 소설.
충격과 다양한 경험으로 이끌
'내 영혼의 자서전'이라 칭한 헤세의 아름다운 책을 추천해 봅니다.
4
진교왕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