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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자기 삶의 단독자로 선 90년대생 10명과의 대화)의 표지 이미지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유선애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인터뷰집에 나도 모르게 손이 쑥 나가는 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라는 책을 읽어서이다. 인터뷰라는 게 겨우 연예인들의 영화나 드라마 홍보라는 단단한 울타리를 깨준 책이었기에 나는 이 책을 곧바로 잡았다.
나는 이 책이 여성들의 이야기보단 한 사람의 멋진 삶이 주가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아직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힘껏 뛰어들어 휩쓸릴 생각이 없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에라 모르겠다가 안된다. 에라 모르겠다가 될려면 잘 알던가 아예 무지하던가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나는 애매하게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 냉탕과 열탕에 발 하나씩 넣어놓고 있는 상태같단 말이지.
나또한 내가 억압받고 있다는 상태를 자각하지도 못한 무지를 깨닫고 놀랍고 창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란 존재에게 분노가 일진 않았다. 나의 슈퍼맨 아빠는 남자다. 부모가 없게된다면 나의 유일한 가족인 오빠도 남자다. 나의 청소년기를 구원해 준 멋진 친구또한 남자고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고 그 눈에 담긴 나를 보는 것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인지 알게 해준 것또한 연인들또한 남자였다. 그들이 나빠서 나를 억압했나? 그들도 몰랐기에, 가해도 피해도 무지였기에 나는 분노보단 이제 알았으니 바뀌면 된다라는 낙관적인 시선이었다.

사실 이렇게 쓰는 것도 너무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받고있는 무지나 울타리같은 것들이 무지로 감싸여 보이지 않는 것일까봐. 나는 괜찮은데 세상이 안괜찮다고 해서 나도 막 나를 검열한다. 그 검열의 불편함이 다들 그렇다고 하니 알겠다고 순응은 하는데 왠지모르게 이상하다. 관련책을 제법 읽는데도 여성보단 사람이 더 중점되길 바라는 내가 너무 낙관적인걸까?

결국 결말은 여성과 남성이 아닌 사람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페미니즘은 그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여성을 좋아하세요? 라던가 여성으로서 이뤄낸 ㅇㅇㅇ같은건 나한텐 찝찝함이 더 컸다.

나또한 ‘90년대’생 ‘여자’라 이 책에 몹시 공감하며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여자로서 박해받은 일이 없어서 그런건지, 소수자가 아니어서인지(그렇다고 다수자도 아닌데), 아니면 그조차도 알지못하는 무지한 인간이어서인지.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라는 책처럼 남녀섞어 그저 멋진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집이었다면 오히려 더 성별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가 여성의 몸으로 남성을 뛰어넘어서가 아닌, 남자만 있는 세계에 겁 없이 발을 디뎌 성공한 여자가 아닌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해서 인정받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이 책의 서평을 정리한다.
2021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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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중요한 단어들이 몇 개 있다. 그 단어 중 두가지가 책의 제목으로 들어가 있으니 읽고싶은책 리스트에 들어가는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읽는건 또 다른 문제였다. 책을 좋아하거나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정말 잘 쓰던가, 정말 잘 알려주던가, 정말 진부하지 않던가 특히 여행에세이의 경우는 그보다 더한 요구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인지 읽고는 싶으나 읽고 싶지 않은 모호한 기분으로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관심있으신분들을 위해..링크를 첨부..)
https://m.blog.naver.com/fivtjwldnjs/223594124220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기약없는 기간의 여행인지라 어쩔수없이 잠정 운영을 중단하며 마지막책을 선정하는데 있어 나조차 결국은 진부하게 여행과 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을하며 적은 수기. 하지만 책보다 요리쪽에 좀더 중점이 가있기는 했다.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재밌게 읽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는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 뒷부분으로 갈수록 음식얘기가 많아져 나는 그부분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앞부분의 아프리카까지의 수기들은 입에 딱 달라붙는 맛으로 읽혔다.
특히, 이미 지구에서 가보지 않은곳을 찾을 수 없는 탐험의 시대가 끝난 시대에 내가 과연 세계여행을 한다고 한들 무슨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보드랍게 안아주는 글이었다. 오랜만에 괜찮은 여행에세이를 읽는 기분. 한국 특유의 신파적인 여행에세이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건 외국인의 여행에세이여서 그런가?


한편, 세계여행을 가게되며 나는 책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다. 종이책을 포기못하는 고루한 면모를 지키고 있는 나는 몇권의 종이책을 가져갈 것인가에 푹 빠져지내고 있는데, 궁금합니다.
당신이 세계여행을 간다면 챙기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읽고 또 읽어도 좋을 책. 그게 과연 무엇일까요.

여행과 독서

잔홍즈 지음
시그마북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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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만은 왜좋지?기분좋은 의아함과 함께 읽었다. 나는 우선 질문하는 자에게 후하고 그 질문이 세속에서 벗어나 철학과 사색으로 점철되우 있으면 더더욱 후한 마음을 갖게된다. 쓰쿠루가 성장해 가는 모습, 받아들이는 모습! 받아들인다는 건 이리 쉽게 쓰이는 것과 달리 무자비한 에너지이기에. 그 모습을 끝까지 함께 읽어 좋았다.

그리고 하루키소설은 그저그래도 이사람의 글솜씨야.. 이 사람이 감정을 묘사할땐 내 속을 강제로 파헤친게 아닐까 싶을정도.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이고 세계를 뛰어넘는 틀이 어려우시다면 요책으로 시도해보셔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민음사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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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이랬어?
엄마도 날 이렇게 사랑했어?

어릴적에 엄마가 보송보송해지라도 온몸 곳곳 톡톡 쳐주던 베이비파우더. 책에사 보자마자 나도 생각났어. 통도 기억나. 어두운 인디핑크색 테두리에 흰바탕. 냄새도 감촉도 선명해. 엄마한테 달려갔지. 기억나냐구. 엄마도 기억한데. 나는 이상한 떼를 써봐. 성인도 사용해도 되나? 어른은 땀띠가 안나니깐 쓸필요가 없다고 하지. 아 어른.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구나. 하지만 떼쓰는거라고 했잖아. 떼를 쓴다는건 억지를 부리겠다는거야. 쓰고싶어. 사용하고싶어. 그때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싶어! 엄마는 그냥 웃고말지.

사랑해 엄마
너무너무 고마워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지음
마음산책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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