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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유선애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인터뷰집에 나도 모르게 손이 쑥 나가는 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라는 책을 읽어서이다. 인터뷰라는 게 겨우 연예인들의 영화나 드라마 홍보라는 단단한 울타리를 깨준 책이었기에 나는 이 책을 곧바로 잡았다.
나는 이 책이 여성들의 이야기보단 한 사람의 멋진 삶이 주가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아직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힘껏 뛰어들어 휩쓸릴 생각이 없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에라 모르겠다가 안된다. 에라 모르겠다가 될려면 잘 알던가 아예 무지하던가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나는 애매하게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 냉탕과 열탕에 발 하나씩 넣어놓고 있는 상태같단 말이지.
나또한 내가 억압받고 있다는 상태를 자각하지도 못한 무지를 깨닫고 놀랍고 창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란 존재에게 분노가 일진 않았다. 나의 슈퍼맨 아빠는 남자다. 부모가 없게된다면 나의 유일한 가족인 오빠도 남자다. 나의 청소년기를 구원해 준 멋진 친구또한 남자고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고 그 눈에 담긴 나를 보는 것이 얼마나 풍요로운 삶인지 알게 해준 것또한 연인들또한 남자였다. 그들이 나빠서 나를 억압했나? 그들도 몰랐기에, 가해도 피해도 무지였기에 나는 분노보단 이제 알았으니 바뀌면 된다라는 낙관적인 시선이었다.
사실 이렇게 쓰는 것도 너무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받고있는 무지나 울타리같은 것들이 무지로 감싸여 보이지 않는 것일까봐. 나는 괜찮은데 세상이 안괜찮다고 해서 나도 막 나를 검열한다. 그 검열의 불편함이 다들 그렇다고 하니 알겠다고 순응은 하는데 왠지모르게 이상하다. 관련책을 제법 읽는데도 여성보단 사람이 더 중점되길 바라는 내가 너무 낙관적인걸까?
결국 결말은 여성과 남성이 아닌 사람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페미니즘은 그 결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여성을 좋아하세요? 라던가 여성으로서 이뤄낸 ㅇㅇㅇ같은건 나한텐 찝찝함이 더 컸다.
나또한 ‘90년대’생 ‘여자’라 이 책에 몹시 공감하며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여자로서 박해받은 일이 없어서 그런건지, 소수자가 아니어서인지(그렇다고 다수자도 아닌데), 아니면 그조차도 알지못하는 무지한 인간이어서인지.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라는 책처럼 남녀섞어 그저 멋진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집이었다면 오히려 더 성별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할 수 있는 초석이 되지 않을까? 나는 그가 여성의 몸으로 남성을 뛰어넘어서가 아닌, 남자만 있는 세계에 겁 없이 발을 디뎌 성공한 여자가 아닌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해서 인정받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이 책의 서평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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