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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하는 마음

은유 지음
제철소 펴냄

아, 이 책 정말 좋다. 책상에 앉아서 읽기만 했는데, 열 사람의 출판노동자가 지금까지 그려온 궤적을 함께 따라 걷는 것만 같다. 7월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꾸 찾아 읽게 되는데, 살아보지 못한 삶을 단숨에 살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10명의 이야기 모두 즐거웠지만, 그중에서 나는 문학편집자와 온라인 서점 MD, 1인 출판사 대표가 되어보고 싶다. 특히 알라딘 인문 분야 MD의 책상과 서재는 신간으로 가득 차 있는 정도를 넘어 책이 천장까지 쌓여 있다. 나는 기숙사에 입사할 때 10권 남짓한 책만 챙겨왔었는데 벌써 60권이 훌쩍 넘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까지 하면 항상 70권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책을 쌓아놓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좋은 직업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소설 분야 MD가 되어야 하나?

읽은 책과 읽을 책을 매일같이 기록하세요.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나 많고 읽을 눈은 두 개뿐이므로 읽은 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읽을 책에 대한 메모도 잊어서는 안됩니다(57쪽).

김민정 문학편집자의 조언이다. 읽은 책은 아주 요란뻑쩍지근하게 기록하고 있으니 다행이고, 읽을 책을 매일같이 기록하라는 말을 바로 실천해야겠다. 지금까지는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즐겨찾기를 해놓거나, 블로그에 일기를 쓸 때 가끔 쓰곤 했었는데, 아예 기록하면서 앞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치밀하게 계획하는 것도 참 좋겠다. 『출판하는 마음』은 '일하는 마음' 시리즈의 첫 책이고,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문학하는 마음』 , 『다큐하는 마음』 , 『미술하는 마음』 ··· 이건 못 참지. 이번 여름에는 자그마치 40명의 삶을 들여다보게 생겼다.
2021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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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보러 다대포 가는 1호선 안에서 박솔뫼의 「여름의 끝으로」를 읽다가 이런 부분이,

“차미를 안고 등에 코를 묻으면 땅콩 냄새 같은 고소한 냄새가 났다. 일정한 소리로 코를 골며 자는 차미의 등에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았다. 잠이 올 것 같은 냄새였다.” (33쪽)

어젠 요가원에 좀 빨리 갔고, 한참 동안 나와 선생님 그리고 고양이 샨티밖에 없었는데, 샨티는 내 요가 매트 위에 올라와, 내게 등을 돌린 채로 앉아 있고, 바즈라아사나로 요가를 준비하려던 나는, 금세 샨티의 집사가 되어, 샨티의 등을 주물주물, 코를 대고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어느덧 서늘해진 바람과 따듯한 샨티의 등을 동시에 만졌다. 여름의 끝이구나.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지음
스위밍꿀 펴냄

202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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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부산 가는데 『미래 산책 연습』 진짜 안 챙기려 했거든? 방금 후루룩 훑었는데 도무지 안 들고 갈 수가 없네··· 이를테면 이런 장면,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비빔밥을 시킬걸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하루가 지났고 남은 휴일은 무얼 하지 머릿속으로 일정을 정리하려 했지만 때마침 테이블에 커다란 보리차 주전자가 탕 소리를 내며 놓였고 커다랗고 따뜻한 주전자를 보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졌고 보리차를 마시자 반찬이 나오고 상추가 나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틈도 없이 테이블 위에 빠짐없이 차려진 밥을 먹기 시작했다." (47쪽)

나도 정말 제발 진실로 진정 이렇게 여행하고 싶다···
2023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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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문학평론가가 주고받은 열두 편의 서신을 모아 놓은 책. ‘지금-여기’의 책들에 관해 나누는 이야기라 무척 재미있다. 두 분이 함께 읽은 책 중에는 내가 살펴보았거나 읽었던 책이 왕왕 있었고. 김대성, 김봉곤, 김지연, 김혜진, 서이제, 알렉세이 유르착, 유성원, 임솔아, 임현, 장류진, 조지 오웰, 한병철의 작품. 3분의 1 이상은 알고 있어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그러나 내가 모르는 작품에 관해 나누는 서간을 읽을 때도 역시 즐거웠다. 온종일 한국문학 이야기 정말로 자신 있는 나로서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가지고 양껏 수다 떠는 걸 지켜보는 게 못내 좋았다. 문학이 수다를 떨게 만드는 순간은 정말로 좋다!

*

“차이에 대한 기만적인 인정으로 무언가를 봉합해버리려는 편의적인 행태에 대해, 저 역시 선생님과 똑같이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그 다름 속에서 한껏 부대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계기를 촉발하지 않는 타자는, 아무리 ' 차이'라는 명분으로 세련되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동일성의 반복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 선생님과의 대화 혹은 열띤 논쟁이 즐거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대화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합의와 존중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67쪽)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작년에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나 서로의 생각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서로의 생각 안으로 들어가 그 다름 속에서 한껏 부대”꼈을 때. 올해도 앞으로도 마음껏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장정일 외 1명 지음
안온북스 펴냄

2023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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