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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arte(아르테) 펴냄

고슴도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친구가 방문해주길 원한다.
편지를 보내 모두를 초대하고 싶지만, 모두를 초대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고슴도치가 한 끔찍한 방문에 대한 생각은 고슴도치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려고 한 것 같았다.
사실 누구보다 외롭고, 누구보다 친구를 만나고 싶지만
어차피 초대해봐도 끔찍한 방문이 될거야. 이런식으로 자신이 혼자 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외로움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가끔 어둠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지면 그는 이렇게 묻곤 했다. 고슴도치는 침대 옆에 선채, 외로움이 갑자기 사라지고 동물 모두가 집 안으로 밀려오는 상상을 했다. 누군가 하나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고 외로움이 그 틈으로 빠져나가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지나치게 다정하고 친절한 누군가. 그리고 외로움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날이 어두워진다. 누군가는 조용히 떠날 것이다. 외로움은 머물 것이다.]
51p~52p 중

[가끔 그의 방은 온 세상만큼 크게 느껴졌다. 어쩌면 온 세상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문은 세상의 가장자리였다. 문으로 나가면 우주로 떨어지는 것이다.]
84p 중

[나는 망설이고 싶지 않아. 그런데 망설여야만 해. 누군가 나를 찾아와주길 원하지만, 내가 정말로 원하는지 망설여져. 나는 모든 것을 망설여, 이상해.]
118p 중

[나는 존재해. 존재하지 않는 게 뭔지 알아? 잠시 후야. 잠시 후는 존재하지 않아. 오직 현재만 존재해.]
132p 중

[죽음은 여전히 볼 수 없을거야.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죽음이 존재한다고 단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야. 짐작이라.. 고슴도치는 생각했다. 필요할 때, 필요할 때만 죽음은 존재하는 거야.]
186p 중

[어쩌면, 사실은 아무도 오지 않길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누군갈 초대하려 했는지도 몰라.]
197p 중

분명 처음에는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존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왔다.
나는 여기서 달팽이와 거북이가 마음에 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거북이가 빠르고 달팽이가 느린 이미지로 나온다는 게 생소했다.
우리가 보기에 느린 것이고, 사실은 그들 중에도 빠름과 느림이 있던 것일까?

고슴도치에게 가시는 일종의 컴플렉스 였던 것 같다.
자신을 다른 동물들과 분리해놓는 벽, 다른 동물들을 다치게 하는 무의식적인 무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가시를 싫어하면서도 소중히 여긴다.
가시가 없으면 다른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가시에 있다고도 생각한다.
결국에 고슴도치는 가시를 자신을 보호해주는 방어구로 생각하게 된다.
태풍이 와도 보호해줄, 강한 벽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고슴도치의 이야기가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았다.
👍 불안할 때 추천!
2021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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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oonnapg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점에서 제목과 삽화에 끌려 구매해 읽었다.
원래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책만 구매하는데 이 책의 삽화가 읽기도 전에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아, 참고로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스포일러를 절대 봐서는 안된다.
정말이다.

54p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95p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실재인 것들이.

102p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에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133p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
그조차도 절망에 완전히 집어삼켜지지 않으려면 그 거짓말이 진실이기를 믿어야만 했던 것이다.

252p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전 우주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다.
하지만 133페이지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 사실을 부정한다.
혼돈이 가장 강력한 것이며 인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간들은 자연을 규정한다.
인간인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나' 와 다른 것들 사이의 특별성을 입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그렇지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므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지음
곰출판 펴냄

2022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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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충격적이다.
분명 초중반까지는 유진에게 몰입해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믿고 동정했다가 후반부에 다다랐을 쯤, 소름이 돋았다.
나는 유진의 행동에 어떠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이모에 대한 분노가던가 등등..
아니었다.
비정상적인 희열과 순간적인 기쁨, 오직 그것을 위했다.
나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인생이 망가져버렸다고. 그렇게 합리화를 했을 뿐이다.
읽는 동안 묘사가 정말 세세하고 자꾸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 나서 정신을 못 차리고 읽었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 7년의 밤이 기대된다.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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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oonnapg

"당신은 당신의 주로가 있으니 그것만 보고 달려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요."
이 책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존재들로부터 회복되어가고 읽는 사람의 상처까지도 회복시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이 책을 각자의 달리기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83p
[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284p
[한때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자에 안전장치도 없이 탑승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잠시라도 뒤처지면 탈락하는 경주를 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결승점이 어디인지, 완주의 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태어났으므로 자연히 출전하게 된 경기를하고 있노라고, 타당한 생각이었다.]

85p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326p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모두에게 존재했다.
이해받기를 포기한다는 건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작가는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주류가 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동물이 비주류가 되어야 할 이유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 만으로 근거없는 우월감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자신의 존재가 무엇에 불과한 지 생각해봐야한다.
자신이 폄하하는 말못하는 동물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
허블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2021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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