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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의 표지 이미지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21. 05. 28.

누가 나에게 “연방대법원에 여자 판사가 몇명이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어봤을때 나는 “9명 전부 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놀랐다. 판사 9명이 전부 남자였을땐 한번도 문제조차 제기한 적이 없었는데. - Ruth Bader Ginsburg
-

📖 46 - 내가 잠깐 만났던 한 남자는 내가 이데올로기에 눈멀었다는 말로 나와의 말싸움에서 이기려 들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서 모든 것을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또는 합리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자 - 그는 자칭 자유의지론자였다 - 그는 아니라고, 페미니스트가 세상을 합리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자 상식이라고 했다. 바로 드 보부아르가 말한 "절대적 진실"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보편적인 반면 페미니즘(세상을 여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특수하고 이데올로기적인 것이었다.

📖 84 - 에브리데이섹시즘이나 할러백!처럼 여자들이 매일같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이지만 범죄 구성요건에는 미달하는'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단체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런 행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없음에 가까웠다. 영국 노팅엄 경찰이 (성기노출에서부터 성추행, 치마 속 촬영에 이르는) 모든 여성혐오 행위를 혐오범죄 - 또는 그 행위가 엄밀히 말해 범죄가 아닐 경우 혐오 사례 - 로 기록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신고가 급증했다. 남자들이 갑자기 사악해져서가 아니라 여자들이 경찰이 자기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 85 - 여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 행위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에게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는 이런 종류의 행위를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브라질 여성의 3분의 2가 교통수단으로 이동 중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는데 그중 절반이 대중교통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따라서 성폭력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남자는 어디선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그런 이야기를, "나는 한 번도 못 봤는데?"라는 무의미한 말로 너무나 쉽게 일축해버린다. 이 또한 젠더 데이터 공백이다.

📖 85 - 2017년에 쓰인 한 논문은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한가에 관한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라고 말한다. 저조한 신고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범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97 - 설계자가 젠더를 고려하지 않을 때 공공장소는 남성 디폴트가 된다. 그런데 현실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 138 -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5살 때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합쳐서 평균을 내면 남자 과학자와 여자 과학자를 그리는 비율이 비슷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7~8살이 되면 남자 과학자 수가 여자 과학자를 훨씬 앞선다. 14살이 되면 남자 과학자가 여자 과학자의 4배가 된다. 즉 예전보다는 여자 과학자를 그리는 아이가 많아졌지만 그 증가분은 대부분 교육과정이 데이터 공백에 의한 성 편견을 심어주기 전인 미취학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난다.

📖 214 - 인공지능학자 마크 얘츠카(Mark Yarskar)는 이 데이터 세트로 훈련된 로봇이 부엌에 있는 남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 “남자에게는 맥주를 갖다 주고 여자가 설거지 하는 것을 도와주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고 봤다.

📖 216 - <더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구직자 이력서에 72%는 사람에게까지 도달하지도 않으며 면접 과정에는 뛰어난 직원의 자세, 표정, 목소리톤에 관한 데이터로 훈련된 알고리즘을 탑재한 로봇이 관여한다. 근사한 얘기처럼 들린다. 여기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데이터 공백을 생각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로그래머들은 뛰어난 직원은 선별할 때 성별과 인종이 충분히 다양하게끔 설정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알고리즘이 그 부분을 반영할까? 알고리즘은 젠더별 사회화에 따른 목소리 톤과 표정의 차이를 반영하도록 훈련되었을까? 우리는 알지 못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수한 증거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 271 - 약은 수천 년 동안 남체가 인류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기능해왔다. 그 결과 여체에 관한 데이터에는 엄청나게 큰 역사적 공백이 생겼고 이 데이터 공백은 연구자들이 지금까지도 세포, 동물, 사람을 시험할 때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윤리적 당위성을 계속 무시하기 때문에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작태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전 세계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해야 한다. 계속되는 여자들의 죽음, 의료계가 공범이다. 그들은 깨어나야 한다.
2021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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