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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
포르체 펴냄
2021. 4.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야만 한다. 민중이 믿음을 잃지 않는 한, 고작 한 줌 썩은 곳을 도려내는 정도야 충분히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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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 - 권력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의 뇌가 비슷하다는 연구가 있다. 권력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감정이 들뜨는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심해지면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과대망상, 자신의 위대함에 대한 환상에 빠진다. 지금 검사들은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권력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도파민이 덜 분비돼서 초조하고 우울한 상태이다. 그래서 지금 내지르는 검사들의 글은 뭐다? 금단증상으로 손도 뇌도 떨리는 상태에서 나온 허튼소리다.
📖 264 - 부모의 학대와 방침에 가출해서 따뜻한 밥 한끼와 잠자리를 주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따라갔고 결국은 임신한 상태로 구속되어 온 소녀. 주거보정이라는 구속 사유가 있는 게 맞지만 그게 그 아이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처벌하려던 게 뭐였을까. 그 아이의 범죄가 아니라 불행이었던 것 같다.
📖 381 - 반동의 시대에 쓰러져간 불행의 끝판왕인 칠레의 대통령 아옌데는 쿠데타군이 쳐들어오는 최후의 순간에 대통령 경호대를 내보낸다. 그리고 피델 카스트로가 선물한 소총을 들고 최후까지 저항하다 살해당한다. 그의 마지막 연설의 일부는 이렇다. "지금이 분명 여러분께 연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이 역사적 갈림길에서 저는 시민들의 충심에 제 생명으로 답하겠습니다. 우리가 수천, 수만 시민들의 소중한 양심에 심어놓은 씨앗들은 일격에 베어 쓰러뜨릴 수 있는 게 아님을 확신합니다. 저들은 힘을 가졌습니다. 저들은 우릴 노예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범죄 행위로도, 무력으로도 사회의 진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입니다." 아옌데를 보라. 반동 세력에 살해당할 위기에서도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기껏 검찰의 반동에 절망한다면 그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홍반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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