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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갈래의 길 앞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는 처음으로 절실하게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묻고 싶었다.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 그런 가정도 필요치 않다. 그냥, 네 생각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묻고 싶었다. 그는 지난 이십년간, 자신이 그저 조금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연쇄도산, 백화점과 다리의 붕괴, 지하철 화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잊혀진 스파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른 삶에 비해 크게 위태롭다고는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는 운명을 잊고 있었지만 운명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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