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상식 모음집. 그마저도 인간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근거 없는 내용들도 많다. 이런 것은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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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얼마나 클까?
천문학astronomy은 지구 밖 천체, 즉 태양과 달, 태양계 내의 행성, 태양계가 속한 은하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우주학cosmology은 우주 전체,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물질, 에너지와 그 시공간의 관계를 연구한다.
1916년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 근거하여, 먼 곳에서 전해 오는 별빛이 태양 주변을 통과할 때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굴절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계산해 냈다. 그리고 3년 후, 영국의 천문학자가 개기 일식을 이용하여 아인슈타인 이론의 결과를 실제로 관측하고 검증하였다.
우주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항성(별)이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이다. 항성은 대체로 수소와 헬륨 덩어리인데, 수소가 핵융합반응을 통해 헬륨으로 바뀌면서 에너지로 전환되어 열과 빛이 발생한다.
항성 외에 행성도 있다. 간단히 말해 행성이란 항성 주위를 공전하며, 스스로 빛과 열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천체다. 태양계에서 항성은 태양이고, 지구를 제외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5개 행성은 고대에 일찍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18~19세기에 와서 천문학자들이 추가로 천왕성과 해왕성을 발견했다. 그런데 2006년에 천문학계에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1930년에 발견되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리던 명왕성이 행성 명단에서 제명된 것이다. 이 사건은 천문학이나 기타 과학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이 이뤄져 오래된 관점과 견해를 바꾸곤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2006년에 얼마간의 토론과 논쟁을 거쳐 국제천문연맹에서는 행성의 세 가지 요건을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첫째,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고 둘째, 질량이 충분해서 역시 충분한 중력과 인력을 보유함으로써 둥근 공 모양을 유지해야 하며 셋째, 공전 궤도 안에서 다른 천체가 가까이 함께 공전해서는 안 된다.
명왕성은 세 번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제명당했다. 이 밖에 행성 주위를 도는 천체는 위성이라고 한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며 화성은 두 개의 위성을 갖고 있고 목성과 토성 등도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
우주의 별들은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력의 영향을 받아 각기 무리를 이루고 있다. 이 무리들을 은하라고 부른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1018킬로미터이며 그 안에 약 2천억 개의 항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크레이드 방정식
태양과 비슷한 항성 중 10억~20억 개에 행성이 딸려 있는 셈이다. 최소 10억~20억 개의 항성이 거느린 행성 가운데 생명이 있을 만한 환경을 가진 것은 또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우리의 경험에 비춰 보면, 물은 꼭 필요하다. 물은 용매 역할을 함으로써 분자들이 결합하여 유기화합물을 이루게 하고 더 나아가 단백질을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행성과 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광분해 작용 때문에 물 분자가 분해되어 사라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5퍼센트 이상 더 가까우면 안 된다. 반대로 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도 물이 얼어 버린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15퍼센트 이상 더 멀면 안 된다고 한다. 물 이외에 탄소, 산소, 질소도 필요하다. 탄소는 수소, 산소, 질소와 결합하여 유기화합물을 만들며, 활성 원소인 산소는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질소는 단백질의 기본 원소다.
천문학자 황서우수는 195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와 약 10광년 거리인 황소자리 타우와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이 생명 발생과 유지의 조건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두 별의 스펙트럼 분석에서 탄소와 산소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황과 규소가 탄소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으며 철, 나트륨, 칼륨은 모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원소다. 과학자들은 10억~20억 개의 행성 중 약 10퍼센트가 생명이 살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따라서 1억~2억 개의 행성에 외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렇더라도 생명과 지적 생명체가 같은 것은 아니다. 우선 지적 능력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해하고 학습하고 창조하고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능력을 전부 지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에서 3억~4억 년 전 단세포 미생물로부터 시작된 진화 과정을 토대로, 많은 과학자는 지적 능력의 발전이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와 유전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이 살 만한 환경을 가진 행성 중에서 지적 생명체가 있을 만한 곳은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1퍼센트 정도로 추산한다.
우리 은하의 2천억~3천억 개의 별 가운데 태양과 비슷한 별은 얼마나 될까? 그중 행성을 가진 별은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생명이 살 만한 환경을 가진 별과 지적 생명체가 있는 별은 얼마나 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우리와 교신할 만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별은, 그중에서도 우리와 수명이 맞아떨어지는 별은 얼마나 될까? 드레이크 방정식은 이 질문들에 대한 추정값을 백분율로 전부 곱한 것으로서, 그 결과로 나온 값이 곧 우리와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 문명의 숫자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모든 백분율은 전부 추산일 뿐이므로, 최종 결과는 추산마다 크게 다르다. 낮게는 한 자리 숫자에서 높게는 5천, 1만, 심지어 더 클 때도 있다.
어쨌든 추산 결과가 1보다 크면 희망이 있는 셈이다.
빅뱅 이론
그렇다면 우주의 모형은 어떨까? 우주에는 시작이 있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20세기 과학사의 가장 중요한 성과가 현재 모두가 그 정확성을 인정하는 우주 모형, 즉 ‘빅뱅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빅뱅Big Bang이라는 단어는 우주가 시작될 때 실제로 어떤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뱅’Bang이라는 단어에는 무언가 급작스럽게 발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시작점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 우주는 수조 도(태양 중심부 온도의 10만 배)에 달하는 고온과 고압에 에너지 밀도도 대단히 큰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쿼크와 글루온 등을 포함한 그 입자들은 전자, 광자 같은 다른 입자들과 고속으로 충돌했다. 그리하여 새로운 입자들이 탄생하면서, 우주는 바깥으로 팽창하고 온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현상이 다 영에서 1천만분의 1초나 1억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고 변화했다. 겨우 몇 분 후 온도는 1천 배나 떨어져서 약 10억 도가 되었다. 그때 우주의 입자들은 대부분 양성자였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알겠지만 수소 원자의 원자핵은 하나의 양성자다. 수십만 년 후,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가 결합하여 수소 원자를 이루었다. 수소 원자핵 2개가 합쳐져 헬륨 원자핵이 되기도 했다. 우주는 이렇게 점차 변화해 갔다.
미국 하버드 천문대의 헨리에타 레빗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많은 세페이드 변광성들의 변광 주기를 살핀 끝에, 대담하면서도 결국 사실로 증명된 가설을 수립했다. 그녀는 지구와의 거리가 대체로 다 같은 세페이드 변광성 25개를 찾았지만, 단지 그 별들과 지구의 거리가 거의 같다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그 거리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별들과 지구의 거리는 거의 같기 때문에 그 별들의 빛이 지구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보는 그 별들의 겉보기 밝기는 실제 밝기가 동일한 거리를 거치며 감소된 상태였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겉보기 밝기들 사이의 비는 실제 밝기들 사이의 비와 같다. 바꿔 말해 우리가 지구에서 관측하는 그 별들의 밝기는 그 별들의 실제 밝기와 비례한다.
헨리에타 레빗이 25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찰해 얻은 결론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실제 밝기는 변광 주기와 비례한다.’였다. 즉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가 길수록 실제 밝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대단히 유용하다. 왜냐하면 임의의 두 세페이드 변광성을 놓고 그 밝기와 변광 주기를 관찰하면 변광 주기의 비로부터 실제 밝기의 비를 계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관측한 두 별의 겉보기 밝기의 비도 알고 있으므로, 두 비를 이용해 두 별과 지구 사이의 거리의 비를 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두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의 비가 3:1이면, 실제 밝기의 비도 3:1이다. 두 별의 겉보기 밝기의 비도 3:1이라면, 두 별과 지구 간 거리의 비율은 1:1이다. 다시 말해 이 두 별과 지구의 거리는 똑같다.
스티븐 호킹과 블랙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으로서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성을 표현하는 E=mc2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방정식에 의하면, “1킬로그램의 질량은 9×1016줄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E=mc2은 한 단위의 질량이 c2처럼 많은 단위의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은 “아주 작은 질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로군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c2은 아주 큰 숫자이기 때문이다. 1킬로그램의 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면 약 2조 칼로리다. 이는 휘발유 수천만 리터를 태운 에너지와 맞먹는다. 이것이 바로 원자폭탄과 핵발전소의 기본 원리다.
어떤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 그 물체에는 고유의 질량이 있다. 그런데 물체가 어떤 속도로 이동할 때는 정지해 있을 때의 질량 외에 운동 에너지를 갖게 되며, 운동 에너지는 질량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물체가 이동할 때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질량이 커진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량이 무한대인 물체의 속도를 높일 만한 힘이나 에너지가 없다. 따라서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아르키메데스의 깨달음
금의 비중은 1세제곱센티미터당 19.3그램인 데 비해 은의 비중은 1세제곱센티미터당 10.5그램, 구리의 비중은 1세제곱센티미터당 8.9그램이다. 따라서 만일 금으로 만든 왕관과 은으로 만든 왕관이 있는데 둘 다 무게가 2킬로그램이라면 금으로 만든 왕관이 은으로 만든 왕관보다 부피가 더 적다. 금 2킬로그램의 부피는 104세제곱센티미터이고 은 2킬로그램의 부피는 190세제곱센티미터다.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의 부피만 계산한다면 장인이 금을 훔쳤는지 훔치지 않았는지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에서 목욕을 할 때 어떤 물체든 물속에 들어갔을 때 물체가 밀어낸 물의 양이 그 물체의 부피임을 발견했는데, 사실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에 들어 보았음 직한 아르키메데스 원리에서 중요한 뒷부분은 물체를 물 또는 다른 액체에 넣었을 때 물은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부력을 내며 그 부력이 물체가 밀어내는 물의 무게와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킬로그램인 왕관의 부피는 104세제곱센티미터여서 물에 넣으면 104세제곱센티미터의 물을 밀어내는데, 물의 비중은 1이므로 104세제곱센티미터 물의 무게는 104그램이고, 부력은 104그램이다. 따라서 물에 넣은 왕관의 무게를 저울로 재면, 그 결과는 2,000−104=1,896그램이다.
과학 속 우연
미생물은 모양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몇 미크론(1밀리미터의 1/1000)부터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까지 천차만별이다. 미생물의 종류는 보통 세균, 균류(곰팡이), 바이러스로 나뉜다. 지구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미생물이 산다. 전체 숫자는 대략 1030이나 된다. 이처럼 많은 미생물이 지구 생태계의 균형, 발효 식품이나 양조 식품 제조, 오염수 처리 등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인간의 몸속에도 미생물이 많으며 그것들은 대부분 인간과 조화롭게 공존한다. 특히 소화기 계통에서 소화 기능을 돕는다. 그러나 외부에서 신체로 침투하는 여러 미생물은 우리가 질병에 걸리는 원인이 되곤 한다.
오랫동안 인류는 질병이 몸속에서 저절로 생겨난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150년 전에야 비로소 질병과 미생물의 관련성을 알아냈다. 질병 중에서도 폐결핵, 파상풍,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등은 세균의 침입으로 발병하고, 감기, 천연두, 에이즈 등의 원인은 바이러스이며, 일부 호흡기와 피부 질환은 균류 때문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은 바이러스가 세균보다 열 배에서 백 배 더 작다는 데 있다. 보통 의학에서 사용하는 여과기는 세균은 걸러 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걸러 내지 못한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여과성 바이러스’라고도 불린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는 홀로 생존하지 못하고 반드시 다른 세포에 의지해 성장하고 번식한다. 그래서 미생물학에서는 바이러스를 미생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독립적으로 성장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직접 약물을 써서 죽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면 그것이 의존하고 있는 세포도 죽기 십상인 탓이다.
면역이란 침입한 미생물에 대한 저항을 뜻하며, 면역 기능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으로 나뉜다. 선천적 면역 기능은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갖춰진 능력이자 일반적인 반응이다. 어떤 특정 미생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피부와 콧구멍의 털, 호흡기와 식도의 점막은 몸속으로 침입하려는 미생물을 성벽처럼 막아서고, 눈물과 기침과 콧물로 미생물을 밖으로 몰아낸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도 몸속의 백혈구를 비롯한 물질들이 미생물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런 것이 인체의 선천적 면역 기능이다. 선천적 면역 기능은 기억력이 없다. 바꿔 말해, 미생물이 침입할 때마다 인체는 똑같은 반응을 되풀이한다.
후천적 면역 기능은 척추동물에게만 있는 것으로, 태어난 뒤에 형성된 기능이다(모체로부터 태아에게 전달된 면역 기능도 포함된다). 후천적 면역 기능은 특정 미생물을 판별하고 방어하는 능력이 있고 기억력도 있다. 인체가 예전에 접했던 세균과 바이러스에 다시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백신의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2천 년 전에 벌써 그리스인은 어떤 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은 그 병에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물론 그때는 그 이유까지 알지는 못했다. 사실 그것은 병에 걸렸던 사람의 몸에 그 병에 대한 후천적 면역 기능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백신은 미량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경구용 백신이나 주사를 통해 인체에 주입하여 미리 경미한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인체에 면역 기능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천연두가 없어진 것은 18세기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의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제너가 39세였을 때, 목장에서 소젖을 짜는 하녀 하나가 자기는 우두에 걸린 적이 있어서 천연두에 걸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우두가 어떤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데 그 바이러스가 소의 피부에 수포를 만들기도 하고 소젖을 짜던 하녀의 몸에 침투해 우두를 앓게 함으로써 천연두에 대한 면역 기능을 형성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두 바이러스를 천연두 예방과 치료의 백신으로 삼은 제너의 발견은 백신 기술의 장을 열고 기초를 확립했다. ‘백신 접종’을 뜻하는 영어 단어 ‘vaccination’은 라틴어의 기원을 따지면 ‘소의 작은 수포’라는 뜻이다. 현재 이 단어는 모든 종류의 백신 접종을 폭넓게 가리킨다.
인체에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대응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약물로 직접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물로 인체의 면역 기능을 촉발하는 것이다. 후자는 제너가 천연두를 예방하고 치료한 사례에서 시작되었다. 제너의 천연두 백신 발견은 백신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기초를 다졌다. 한편 전자는 푸른곰팡이를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 푸른곰팡이의 약명은 페니실린이며, 페니실린은 이후 항생제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항생제란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일찍이 2,400년 전에 중국인은 곰팡이가 핀 두부에 소염 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집트와 그리스에도 유사한 치료 방법이 있었다. 인체에 외부 세균이 침입했을 때 약으로 제거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여 인체 세포에 기생한다면 항생제로는 그것을 제거하지 못한다.
의사였던 플레밍은 어느 날 감기에 걸렸을 때 실험실에서 콧물을 이용해 세균을 배양했다. 그런데 잘못해서 그의 눈물이 세균을 배양하던 접시에 떨어졌다. 이튿날 그는 눈물에 젖은 배양 접시 속 세균들이 다 죽은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눈물과 침에 인체에는 무해하면서도 살균 기능이 있는 효소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플레밍과 실험실 조수는 몇 주 동안 계속 레몬 껍질로 눈을 비벼 가며 실험용 눈물을 조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효소의 살균 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다만 이 우연은 나중에 플레밍이 푸른곰팡이를 발견하는 선례가 되었다.
몇 년 뒤, 플레밍은 실험실에서 인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 구균을 배양하다가 배양 접시의 뚜껑을 닫는 것을 까먹었다. 그 바람에 곰팡이(곰팡이가 핀 과일이나 빵에서 날아왔을 것이다) 한 점이 접시에 떨어졌는데, 나중에 보니 곰팡이 근처의 세균들이 완전히 박멸된 게 아닌가. 눈물에서 살균 기능을 가진 효소를 발견했던 경험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곰팡이에도 그런 기능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플레밍이 발견한 곰팡이는 푸른곰팡이의 일종으로서 포도상 구균을 죽이는 기능이 있었다. 이 사례로 인해 ‘곰팡이의 살균 기능’이라는 의학 연구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항생제는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농업, 목축업, 식품산업에서도 폭넓게 응용된다.
제너가 백신을, 플레밍이 항생제를 이용한 세균 퇴치 기술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 덕분이었다. 과학의 역사에서 실로 오묘한 사건들이다.
꽃가루, 염료, 항생제
지금 우리는 당뇨병의 원인이 혈액 속 당 수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건강 검진을 받을 때 공복 상태에서 정상 혈당은 100시시의 혈액에 당이 70~100밀리그램 함유되어 있는 수준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소화를 거쳐 당으로 변한 뒤 혈액으로 보내지는데, 인체는 혈당이 높다고 감지하면 췌장(이자)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의 기능은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과 근육에 축적하는 것이다. 만약 췌장 세포가 손상을 입어 인슐린 분비량이 대폭 줄거나, 나이가 많아지면서 인체에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긴다면, 일부 혈당이 글리코겐으로 변하지 않고 혈액에 계속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두 가지 직접적인 후유증이 생긴다. 첫째, 글리코겐은 인체의 주요 에너지원인데, 만일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 부족해지면 에너지가 필요할 때 대신 지방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율이 낮고 반응도 늦어서, 당뇨병 환자가 체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원인이 된다. 둘째, 혈당이 정상 수치를 넘어서면 각양각색의 문제가 나타나는데, 무엇보다도 혈당이 증가하면 오줌 속 당도 증가하기 때문에 인체는 신장에서 더 많은 물을 분비해 오줌 속 당을 희석하려 한다. 이것이 당뇨병 환자가 자주 소변을 보고 갈증을 느끼는 원인이다. 아울러 지나친 칼로리 소모로 인해 환자는 늘 허기를 느끼고, 심지어 체중이 감소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면 신장 기능이 나빠진다. 이 밖에도 높은 혈당 수치는 혈관이 굳거나 좁아지고 막히는 현상을 초래하여 심장과 순환기에 문제를 가져오고, 망막 혈관을 손상시켜 시력에 영향을 주다가 결국 실명에 이르게 한다. 백혈구 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염증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는데, 이는 당뇨병 환자가 한번 상처를 입으면 쉽게 낫지 않는 원인이 된다.
사람들이 당뇨병 환자의 오줌에 당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1천 년 전의 일이지만, 당뇨병과 췌장의 기능을 연결시킨 것은 100년 전의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1889년, 췌장이 소화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두 독일 과학자가 개에게서 췌장을 제거했다. 그리고 며칠 뒤, 실험실 조교가 그 개의 오줌 근처에 파리가 들끓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곧 그 오줌을 분석하여 당 함량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췌장에 혈당 조절 기능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눈은 말을 한다
어느 두 일본인 학자는 인간과 오랑우탄, 원숭이의 눈을 비교하여 인간의 공막만 흰색이고 바깥에 노출된 면적도 가장 넓다는 것을 알아냈다. 눈동자와 공막의 색깔이 비슷하면 다른 사람이 눈동자의 위치를 알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눈빛의 방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포식 동물의 경우, 그것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동안 자신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인간은 눈동자와 공막의 구분이 확실하여, 다른 사람이 시선의 방향을 읽도록 도움으로써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아이 콘택트는 시선의 방향뿐 아니라 시선의 고정과 이동까지 포함하여 눈의 접촉으로 뇌의 접촉까지 이끌어 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눈은 영혼의 창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지 시적이고 철학적인 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의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뇌는 시선의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정서와 동기를, 즉 상대방이 기쁜지 슬픈지, 상대방이 성실한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이런 상호 작용의 메커니즘은 대단히 복잡하긴 하지만 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비효과
세상의 많은 일이 아주 작은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흔히 운이 좋은 사람은 은인과 귀인을 만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때 은인과 귀인의 정의는 무엇일까? 오래전에 어떤 사람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하다가 무일푼 신세가 되었다. 그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그는 화장실에 가려 했지만 주머니에 동전 한 닢조차 없었다. 그곳의 화장실은 동전을 넣어야 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동전을 빌려 막 들어가려는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 문을 닫지 않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공짜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데다가 동전까지 굳은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슬롯머신에 그 동전을 넣었다가 놀랍게도 잭팟을 터뜨렸다. 그 후에는 그 돈을 밑천으로 장사를 벌여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훗날 이 이야기를 비서에게 자주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한결같이 “그때 나를 도와준 사람을 찾고 싶네. 무일푼 신세였던 내게 이런 날이 오게 해 줬으니 말이야.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그 사람을 찾는담?”이라고 말했다. 비서는 동전을 준 사람이 친한 친구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찾는 사람은 그 친구가 아니라 까먹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은인은 명확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화장실에 갈 동전을 준 친구 같은 사람이다. 귀인은 특별히 도움을 주려는 마음도 없었는데, 심지어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에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바로 귀인이다. 작디작은 나비 한 마리, 꽃 한 다발, 길가에서 축구를 하는 꼬마, 자기 나라 말밖에 못하는 외국 관광객 등은 모두 우리의 귀인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폭파범과 재갈량
“복은 겹쳐서 오지 않고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에 따르면,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10분의 1이라면 좋은 일 두 가지가 연이어 일어날 가능성은 10분의 1 곱하기 10분의 1, 즉 100분의 1이다. 그러나 이미 좋은 일이 일어난 다음 다른 좋은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역시 10분의 1이다. 마찬가지로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10분의 1이면 나쁜 일 두 가지가 연이어 일어날 가능성은 100분의 1이지만, 나쁜 일이 이미 일어난 후에 다른 나쁜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은 역시 10분의 1이다. 그런데 왜 복과 화,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서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일까?
쉽게 말하면 이것은 심리가 수학을 이긴 것이다. 좋은 일이 또 일어나거나 나쁜 일이 또 일어날 확률은 앞에 발생했던 좋은 일이나 나쁜 일로 인한 심리의 영향을 받는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우쭐하는 마음에 해이해져 노력을 게을리할 수도 있다. 아니면 탐욕스러워져서 더 많은 이익에 눈독을 들이다가 오히려 두 번째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분노하고 실망하고 긴장하고 좌절하고 부주의해져 두 번째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뜻밖의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호랑이와 마주친다면
스트레스란 무엇일까? 먼저 생리학의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알아보자. 인간과 동물의 체내에는 정상적이거나 이상적인 생리 지수들이 있다. 체온, 체내 수분, 혈당 등이다. 항상성이란 바로 그런 지수들을 정상 범위 안에서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이다. 관련된 몇 가지 기본 개념을 검토해 보자.
우선, 일부 지수는 정상 범위가 비교적 좁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정상 체온은 섭씨 37도이며 아래위로 1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일부 지수는 정상 범위가 비교적 넓다. 혈당 같은 경우, 정상 범위는 혈액 100시시당 당이 70〜100밀리그램이다(식사 직후 혈당이 140밀리그램 이하까지 상승하는 것도 정상이다). 쉽게 상상하기 힘들 텐데, 우리 몸속에는 혈액이 약 5리터밖에 없으므로 혈당은 5그램에 불과하다. 우리가 커피를 마실 때 넣는 막대 포장 설탕의 분량 정도다.
신체는 몇 가지 서로 다른 조작을 통해 지수 조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한다. 인체의 체온 조절을 예로 들면, 바깥 온도가 높을 때 우리는 땀을 흘림으로써 증발을 통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피부 표면의 털은 옆으로 누워서 피부 근처 공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열 발산의 목적을 달성한다. 반면 바깥 온도가 낮을 때는 피부의 털이 직립하여 열 발산을 막는 보호벽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추울 때 소름이 돋는 이유다. 소름이 바로 피부의 털을 직립시키는 기제인 것이다. 또한 바깥 온도가 높을 때는 모세 혈관이 확장되어 비교적 많은 피가 피부를 돌며 열을 발산하지만, 바깥 온도가 낮을 때는 모세 혈관이 수축하여 피부를 도는 혈액량을 줄임으로써 열 손실을 줄인다. 날씨가 추울 때 피부가 창백해지고 손발이 마비된 것처럼 느낌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두 번째 예는 혈당의 조절이다. 혈당의 정상 범위는 혈액 100시시당 당 70〜100밀리그램인데, 혈당이 너무 낮으면 현기증, 피로, 무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혈당이 너무 높으면 당뇨병에 걸려 신장, 눈, 신경에 해를 끼친다. 혈당이 너무 낮을 때 췌장은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간에 있는 글리코겐을 당으로 바꿔 혈액으로 보낸다. 반대로 혈당이 너무 높을 때 췌장은 또 다른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함으로써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에 축적한다.
이제 “스트레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스트레스란 체내의 항상성을 교란하는 모든 외적 요소를 말한다. 앞에서 말한 자동차 사고는 급작스러운 통제 불능의 충격이고, 장기 야근은 생리적인 충격이며, 걱정과 긴장은 심리적인 충격이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체내 항상성에 영향을 주어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게 만든다. 그 반응에는 몸에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가령 우리가 호랑이에게 쫓긴다면 우리는 더 빨리 달려야 하는 동시에 아주 절박하지 않은 기능은 잠시 늦춘다. 위장의 소화 기능, 인체 조직의 성장과 복원 기능 등이다. 그러면서 고통에 둔감해지기도 하고(전쟁터의 병사들은 부상을 당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곤 한다) 감각과 인지 능력이 좋아지기도 한다(아주 작은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거나 머리가 갑자기 영민하게 돌아가는 것 등이다).
이처럼 생리적인 충격은 인체의 항상성을 깨뜨려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을 유발하게 마련이지만, 심리적인 충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발생할 리 없는 사건에서 기인하는데 어째서 인체의 항상성을 교란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 걸까? 앞에서 말한 대로 인체의 항상성 조절은 뇌가 주관한다. 뇌는 예상하고 기대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더라도 그것 때문에 인체의 항상성 조절 기능이 작동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가 생기면 바로 조절 기제를 작동시키고,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조절 기제를 닫는다. 만일 조절 기제가 작동해야 할 때 작동하지 않고 닫혀야 할 때 닫히지 않으면 당연히 각종 질병이 유발된다. 한편 조절 기제가 너무 반복적으로 작동하고 닫혀도 에너지가 소비되고 장기가 손상되어 각종 질병이 유발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우리가 생리적이거나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직면해 체내 항상성에 변화가 생기면, 뇌는 곧장 조절 기제를 작동시킨다. 그렇다면 뇌가 어떻게 신경계를 통해 인체의 기관과 근육을 통제하는지 살펴보자. 신경계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 부분은 길을 걷고, 악수를 하고,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행위를 책임진다. 다른 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행위를 책임진다. 예를 들면 땀을 흘리고, 내분비물을 분비하고, 위장이 연동 운동을 하는 일 등이 이른바 ‘자율 신경계’의 기능인데, 이 자율 신경계가 곧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조절하며 적응하는 임무도 맡는다.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책임지는 신경계는 다시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뉜다. 두 가지 신경계는 상호 보완하는 기능을 가진다. 긴급하고 자극적인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교감 신경계가 반응하여, 동공이 확장되어 눈에 빛이 더 많이 들어오고 침 분비가 제한되어 좀 더 급한 다른 기관에 수분을 제공한다. 또한 심장 박동이 빨라져 근육과 폐로 가는 혈액은 많아지고 내장과 피부로 가는 혈액은 줄어드는 한편, 폐의 기관지가 확장되어 산소 교환이 늘어난다. 그리고 소화 기능이 제한되는 반면, 부신의 호르몬 분비와 자극 기능은 반응이 증가한다. 후자가 당장 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감 신경계는 우리의 몸을 흥분시키고 경계 상태를 취하게 하여 외부의 교란에 대처한다.
반대로 우리가 편안한 상태에서 뭔가를 배불리 먹었거나 잠을 잘 때는 부교감 신경계가 기능한다. 동공이 수축되어 빛이 시신경을 덜 자극하도록 하는 한편, 침의 분비가 늘어 위의 소화 기능을 자극하고 장의 연동 운동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소화계의 혈관 확장으로도 이어져, 혈류량이 늘어 음식물의 소화와 영양 섭취를 돕는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는 산소가 비교적 덜 필요하기 때문에 기관지가 수축되고 심장 박동도 느려진다. 요컨대 부교감 신경계는 몸이 쉬고 영양분을 축적하게 하여 성장과 발육을 도모한다.
그러면 뇌는 어떻게 장기와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걸까? 답은 이렇다. 뇌는 호르몬을 통해 정보를 장기와 근육에 전달하며, 그 정보들은 심장 박동 가속, 에너지 소비, 면역 기능의 작동과 제한, 신진대사, 성장, 발육에 관한 내용을 아우른다. 이때 호르몬이 우편배달부의 역할을 한다.
호르몬의 영문 철자는 ‘hormone’이며 그리스어에서는 ‘움직이게 하다’, ‘자극하다’ 정도의 뜻이다. 뇌는 호르몬을 통해 장기와 근육의 각종 생리 활동을 자극하며, 우리 몸은 뇌하수체, 갑상선, 췌장, 부신 피질(겉질), 난소, 고환에서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과거에는 이들 내분비샘이 독자적으로 기능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뇌가 내분비샘의 기능을 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양한 호르몬들은 역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며, 그중 일부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 호르몬들은 교감 신경계의 신경 말단이나 혈액을 경유하여 장기와 근육으로 전달된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의 항상성을 교란하면 몸은 그에 상응하는 반응으로 본래의 균형을 회복하려 한다. 교란과 반응의 과정에서 모든 것이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심한 병에 걸려 회복하기 힘든 손상을 입을 때도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먼저 스트레스가 심혈관계와 다른 장기에 끼치는 영향을 보자. 누가 산에서 호랑이와 마주쳐 돌아서서 도망친다고 하자. 그때는 그의 교감 신경계가 작동하고 부교감 신경계는 닫힌다. 근육에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의 지방 세포나 근육에 저장된 지방, 단백질, 당을 모두 소환하여 혈액을 통해 근육으로 보낸다. 이때 보내는 속도는 당연히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므로,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아울러 심장이 뛰는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교감 신경계는 심장으로 들어가는 정맥을 딱딱하게 수축시켜 심장으로 돌아가는 피가 더 큰 힘으로 심방에 충격을 가하게 한다. 그러면 심방은 당겨진 고무처럼 세게 퉁겨지면서 힘차게 피를 내보내고, 그 때문에 혈압이 상승한다. 그 밖에 근육으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은 확장되어 혈류량이 늘어나는 반면, 소화계의 혈관은 수축되어 소화계로 가는 혈류량이 잠시 줄어든다.
그리고 이때 몸에 수분이 모자라서는 안 되는데, 신장은 혈액의 수분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신장으로 흘러드는 피가 줄고 신장의 기능도 느려진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쫓기던 사람은 자칫 호랑이에게 따라잡힐 찰나에 놀라서 바지에 흥건하게 오줌을 쌀 수도 있다. 앞에서 분명히 이때 몸에 수분이 모자라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까? 인체가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물은 일단 방광에 저장된다. 방광은 단순한 용기에 불과하며, 방광에 저장된 물은 이미 몸으로 돌아가 쓰일 수 없는 부담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이 정신없이 도망칠 때는 자기도 모르게 그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쫓기던 사람이 운이 좋으면 정의의 용사가 나타나 액운에서 구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면 몸의 항상성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교감 신경계가 휴식에 들어가고 부교감 신경계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아마 평생 호랑이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정말로 매일같이 호랑이와 마주친다면, 혹은 다른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이와 유사한 생리 반응이 늘 일어난다면, 우리의 몸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본래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는 교대로 작용한다. 긴장했을 때는 교감 신경계가 작동하고, 편안할 때는 부교감 신경계가 개입한다. 그런데 우리가 온종일 긴장한 상태라 전혀 편안할 틈이 없으면, 부교감 신경계는 오랫동안 기능하지 못해 점차 무뎌진다. 그러면 나중에는 편안할 때에도 이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어 악순환에 빠져 버린다.
스트레스와 문명병
스트레스는 인체의 항상성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외적 요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레스로는 다른 사람과의 싸움 같은 단기적이고 갑작스러운 생리적 충격, 오랜 수면 부족 같은 만성적인 생리적 충격과 심리적인 긴장, 초조, 경악 등이 있다.
몸은 스트레스를 만나면 몇몇 기제를 작동시켜 대처한다. 예를 들면 심장이 더 빨리 뛰거나 혈압이 높아진다.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몸은 이런 생리적 반응들을 중단시키고 정상적인 균형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조절 기능까지 쇠퇴하면 몸은 오랫동안 정상적인 균형 상태에서 벗어나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느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우리 몸은 어떻게 임기응변을 할까? 우선 혈액 속의 영양분을 즉시 글리코겐과 트리글리세리드로 바꾸고 영양분의 저장을 멈춘다. 동시에 지방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트리글리세리드를 포도당과 불포화 지방산으로 바꿔 혈액으로 보낸다. 이런 전환 조치는 모두 교감 신경이 분비하는 호르몬이 유발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며 여러 기능이 있는 지방이다. 인체는 콜레스테롤을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음식물에서 섭취하기도 한다.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붙어서 혈관이 막히거나 딱딱해지는 증상을 유발한다. 그리고 혈액에 녹아드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단백질에 의존해 혈액 속을 떠돈다. 비유하자면 콜레스테롤은 상자에 담겨 강물을 떠도는 셈이다.
췌장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며 인슐린은 지나치게 많은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에 저장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혈당 수치가 너무 낮거나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수요가 발생하면, 췌장은 또 다른 호르몬 글루카곤을 분비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혈당으로 바꿔 혈액으로 내보낸다.
스트레스가 닥치면 혈당과 간의 글리코겐이 전환되는 횟수가 잦아지는데, 췌장이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스트레스와 밀접한 유형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어떤 원인들로 인해 인체의 면역 체계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를 외부의 적으로 오인하고 파괴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인슐린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꿔 간에 저장하는 기능 외에 체세포가 혈당을 흡수하도록 돕는 기능인데 이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인슐린 결핍의 두 가지 후유증은 첫째, 혈당이 너무 많아져서 혈당이 혈관 벽에 붙어 혈관을 막히게 하거나 딱딱하게 만드는 것이며, 둘째 인체의 많은 세포에 혈당이 부족하여 장기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1920년대부터 우리는 체내에 인슐린이 부족할 경우 인공 제조된 인슐린을 주입해 보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체내 인슐린의 적절한 균형점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인슐린이 너무 적으면 기능이 떨어지고 너무 많으면 쇼크를 일으킨다. 그리고 인슐린을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모두 아는바,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과 불포화 지방산의 양이 늘고 변화하여 균형의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는 체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키는데, 이 점은 인슐린 주사로 체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환자에게 또 하나의 변수가 된다.
두 번째 유형의 당뇨병은 몸에 인슐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체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 때문에 생긴다. 예를 들어 너무 뚱뚱한 사람은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가 이미 꽉 차서 더는 지방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 이때 췌장이 계속 인슐린을 분비하여 지방 세포를 자극하려, 하면 지방 세포는 그 자극을 외면한다. 그러면 췌장은 멋모르고 끊임없이 인슐린을 분비하다가 결국 손상을 입고 인슐린 제조 기능마저 잃음으로써 앞에서 말한 첫 번째 유형의 당뇨병을 야기한다.
바빠도 살이 안 빠진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평소보다 많이 먹고 어떤 사람은 평소보다 적게 먹는다. 의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그 비는 대략 2:1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스트레스를 느끼면 뇌는 여러 가지 호르몬의 방출을 유도하는데, 그중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CRH은 식욕을 억제한다.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는 소화가 당장 급한 일이 아니므로 잠시 미루는 것이다. 한편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은 혈액 속에 유동하는 혈당량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 상태에서 우리 몸은 응급 대처에 필요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식욕을 자극하는 기능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식욕은 억제될까, 아니면 자극될까?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첫 번째 호르몬 CRH가 신속히 혈액으로 배출되고, 두 번째 호르몬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좀 늦게 배출된다.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첫 번째 호르몬은 곧바로 사라지지만 두 번째 호르몬은 비교적 오랫동안 남는다. 이것은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보통 식욕이 없어졌다가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회복 과정에서 식욕이 느는 현상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 만일 스트레스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오랫동안 식욕이 없을 테고, 만일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생겼다 사라졌다 한다면 폭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많은 샐러리맨이 이런 경험을 겪는다.
아편 수용체와 엘비스 프레슬리
신경 말단은 통증 자극을 받으면 서로 다른 두 가지 신경 섬유를 통해 척수로 신호를 보낸다. 첫 번째 신경 섬유는 급작스럽고 날카로운 통증 신호를 책임지며 두 번째 신경 섬유는 만성적이고 가벼운 통증 신호를 책임진다. 신경 섬유가 이렇게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뇌로 가는 신호를 전담하는 척수 속 신경 세포도 두 가지 통증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 뇌로 신호를 보내는 신경 세포는 ‘발신 세포’라고 하며, 신호 전송을 막는 신경 세포(제어 세포)의 제어를 받는다.
신경 말단에서 전해진 급작스럽고 날카로운 통증 신호는 발신 세포를 자극해 뇌로 전달되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이 통증 신호가 제어 세포를 자극해 발신 세포가 계속 통증 신호를 뇌로 보내지 못하도록 저지한다. 이것은 왜 우리가 칼에 베이거나 바늘에 찔렸을 때 통증이 순식간에 지나가는지 설명해 준다. 반면에 지속적이고 가벼운 통증 신호는 발신 세포를 자극해 뇌로 전달되긴 하지만 제어 세포를 자극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통증 신호가 끊임없이 뇌로 보내진다.
스트레스는 기억력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단기적이고 가벼운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점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스트레스는 경각심을 높이고 주의력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잘 자면 늙지 않는다
낮의 활동 시간에 몸은 신경 전달 물질인 아데노신을 생산하는데, 이 물질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몸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뇌에 아데노신이 일정 정도 축적되면 우리는 자고 싶어진다.
수면은 도대체 어떤 기능을 할까? 단지 휴식 기능만 하지는 않는다. 우선,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뇌는 인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잠을 잘 때 뇌의 활동이 느려지는 틈을 타 몸이 뇌에 저장된 에너지를 보충한다. 앞에서 우리 몸은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꾼 뒤 간, 뇌, 근육 등에 저장한다고 말한 바 있다. 둘째, 수면은 뇌의 온도를 떨어뜨려 휴식을 취하게 한다. 셋째, 수면이 꿈을 꾸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우리가 하루를 꼬박 새우면 이튿날 자면서 유난히 꿈을 많이 꾼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껏해야 우리에게 꿈을 꿀 필요가 있다는 뜻일 뿐, 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꿈을 꿀 때 뇌는 깨어 있을 때보다 적게 활동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깨어 있을 때 뇌에서 그다지 활동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 넷째, 수면은 인지와도 연관이 있다. 풀지 못한 문제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다 풀려 있을 때가 있다. 다섯째, 수면은 깨어 있을 때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심지어 정보 사이의 연관성까지 수립해, 깨어 있을 때 떠올리지 못했던 정보를 떠올리게 해 준다. 여섯째, 몇몇 전문가는 파괴되고 훼손된 신경 세포가 잘 때 치료되고 복원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일곱째, 수면은 정서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여성의 생리 기간에서 전반부에는 여러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난소의 배란 작용을 촉진한다. 그런데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줄면 정상적인 배란의 기회도 줄어든다. 후반부에는 또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 호르몬들의 주요 기능은 자궁벽의 세포를 성숙시킴으로써 수정란이 착상해 자라기에 알맞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호르몬 분비가 교란되면 자궁벽 세포의 성숙에 방해가 되고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해 성장할 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에게 흘러가는 혈액량에 영향이 미치고 산모의 심장 박동 속도도 태아의 심박에 영향을 미쳐서 유산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물론 생식이 꽤 복잡한 과정이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 몸의 저항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스트레스를 즐기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비교적 괜찮은 것은 한눈 팔 수 있는 일을 하거나 상상하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좋았던 옛 시절을 회상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머릿속으로 상상의 골프 시합을 치르는 것이다. 운동도 매우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첫째, 운동이 기분을 전환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는 운동 후 몇 시간에 국한된다.
둘째, 운동을 좋아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 든다. 흰쥐가 자진해서 쳇바퀴를 돌려야 건강에 유익하지, 강제로 돌리게 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유산소 운동의 효과는 비교적 괜찮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때 유산소 운동이란 산책, 자전거, 수영과 같은 운동을 그리 격렬하지 않게 20분 이상 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산소 운동은 산소를 소비하면서 몸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혈당으로 바꾸는 데서 에너지를 얻는다. 한편 무산소 운동은 다르다. 역도, 근력 운동 등의 격렬한 운동은 한 번에 30초〜2분밖에 하지 못하고, 에너지원도 다르다.
넷째, 운동을 매주 몇 번 할지, 한 번에 몇 시간씩 할지 정해서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다섯째,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명상도 운동처럼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분비를 줄인다.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또 다른 힘은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 지원이다. 머리를 기대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어깨, 따뜻하게 내미는 손, 조용히 들어 주는 귀는 모두 큰 효과가 있다.
심리적 지원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봉사다. 남을 돕는 것은 많은 경우 자신을 돕는 것이나 다름없다. 달리 말해, 남을 위해 긴장함으로써 자신의 긴장을 대신하고 남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써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대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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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책 제목에 속았다. 상식들을 모아 놓은 상식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목은 과학이라는 단어를 넣었지만 정작 추측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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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정규 분포’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규 분포를 따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세상에는 오히려 더 많다. 지진의 경우 에너지 방출이 2배로 늘어나면 발생 빈도는 4분의 1로 줄어드는 멱함수 패턴을 따른다. 산불의 피해 면적이 2배가 되면 건수는 대략 3분의 1로 드물어진다. 미국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도시부터 순서대로 2400곳을 나열하면 어떤 분포가 나올까? 1997년의 연구에 따르면, 면적이 2배로 늘 때마다 도시의 수가 4분의 1씩 급감한다.
한때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이 넘으니까 1퍼센트만 차지해도 그게 얼마야?”라며 중국 관련 사업을 장밋빛으로 보던 사람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는 망상이다. 매출순으로 1위부터 꼴찌까지 나열하면 정규 분포가 아니라 멱함수 분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멱함수 분포에서 1000개의 기업이 존재할 경우 1퍼센트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매출 순위가 얼마여야 할까?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브라이스Andy Brice는 13위가 되어야 겨우 시장의 1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체 수가 100개라면 19위는 해야 1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을 뿐이다.
비즈니스가 냉혹한 현실인 이유는 세상이 멱함수 분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이 ‘1퍼센트의 오류’에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 투자자 앞에 가서 ‘시장의 1퍼센트만 먹으면 충분히 사업할 수 있다’란 말을 내세우는 것처럼 바보 같은 행동은 없다고 브라이스는 꼬집는다.
정규 분포는 개별 사건들이 독립적이고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각 동일할 경우에 성립된다. 학생들의 신장(키)이 정규 분포를 띠는 이유는 키에 대해 학생들이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학생 한 명이 표본에 추가될 때 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 각자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동 감자, 논문, 지진, 단어, 기업 경쟁처럼 개별 사건들이 네트워크로 얽혀 있고 특정 사건의 영향력이 다른 것보다 높다면 정규 분포는 현실을 올바로 표현하지 못한다. 세상 만물이 무조건 정규 분포를 따를 것이라고 속단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란다.
동물원에서 배우는 조직의 생존 전략
생태학자 워더 앨리Warder C. Allee가 어항 속 금붕어들이 개체 수가 많을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앨리는 이 연구를 통해 단독으로 생활하는 것보다 군집을 이루는 것이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고, 협력이 사회의 전반적인 진화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평탄한 일상은 우리 몸에 무척해롭다. 자극이 빈곤한 일상은 폭식과 같은 잘못된 자극원原에 탐닉하도록 만들어 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고양잇과 동물들이 그러하듯 정신적인 이상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지루한 생활에 악센트accent와 스타카토staccato를 가해 줄 ‘따갑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발견하도록 애써라. 다채로운 색깔로 삶을 물들여라.
권위 의식을 벗어던지고 콜레라를 극복한 존 스노
콜레라는 공기가 아니라 물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지만, 당시의 과학자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나쁜 냄새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독기론毒氣論’을 주장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존 스노John Snow만은 예외였다.
그는 대담하게 공기가 아니라 물이 콜레라균의 매개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가 이런 가설을 세우게 된 이유는 당시에 민영화된 여러 수도 회사가 가정 폐수와 산업 폐수로 오염된 템스강에서 아무런 정화 장치 없이 물을 끌어다 가정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기론을 반박하고 콜레라 예방법을 발견하기 위해서 나쁜 냄새가 아니라 분뇨로 오염된 물을 먹을 때 콜레라에 걸린다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그의 위대함이 빛나는 이유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면 으레 가질 만한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권위 의식을 스스로 깨뜨리고 신속히 원인 파악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는 신발에 흙을 묻히며 전염병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면밀한 실증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전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주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복잡하게 얽힌 수도 배관, 수많은 독기론자의 비아냥을 이겨 내며 죽음의 땅을 뛰어다니고 콜레라 확산 과정을 일일이 지도에 그렸다. 그런 그의 모습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현명한 결정을 위해 올바른 인과관계 파악하기
상관이 있다고 인과관계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똑똑한 사람이 욕을 잘한다고 해서 욕을 하면 똑똑해지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착각과 오류는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할 때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메기 효과’라는 거짓말 혹은 낭설
이제부터 ‘끓는 물속 개구리’ 이야기를 하면 창피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이것 역시 낭설이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던지면 근육이 바로 익어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반면 미지근한 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삶아지기 전에 개구리는 기어 나온다. 오클라호마대학교의 빅터 허치슨Victor Hutchison이 실험으로 증명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말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걸 주장의 근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발견하는 협력의 가치
집단 선택 가설에 의하면 다른 개체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동료들끼리 서로 힘을 합치는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야근’이라는 독과 ‘잠’이라는 보약
밤잠을 줄여 가며 무작정 오래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거나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잠이 부족한 뇌는 술을 마신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충분한 휴식과 집중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와그너David Wagner는 야근이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그는 96명의 학생들이 잠을 자기 전에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팔찌를 차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 와그너는 학생들에게 대학 교수직에 지원한 사람의 42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여 주고 컴퓨터로 그 사람의 강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에 사용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며 언제든지 웹 사이트를 곁눈질할 수 있었다. 그 후 학생들의 집중도를 분석했더니, 전날 밤에 잠을 많이 못 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인터넷으로 딴짓을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면 부족이 두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렸던 것이다.
호흡의 메커니즘에서 발견한 ‘기브 앤드 테이크’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의 호흡 메커니즘도 이와 유사하다.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신다고 숨을 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산소가 없으면 인간은 당연히 숨을 쉴 수 없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없이도 인간은 숨을 쉬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는 몸 바깥으로 내보내야 할 폐기물 같은 것으로 간주했지만, 혈액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체다. 놀랍게도, 우리가 숨을 쉬려면 산소와 이산화탄소 모두 필요한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온실 효과, 지구 온난화의 부작용이 심각한 탓에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백안시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짜릿한 맛의 청량음료를 즐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도 없을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이산화탄소를 용매로 사용하여 카페인을 제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산화탄소를 호흡의 폐기물이라고 단선적으로 알고 있었다면 이제 생각을 고쳐야겠다.
호흡하는 데에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서로 등을 맞댄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뉴턴의 운동 제3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연상케 한다. 도전과 겸손, 열정과 절제, 외연 확대와 내실 다지기처럼 서로 반대되는 덕목들이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스트레스, 맞서는 것보다 피하는 게 상책
흔히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 한 연구진은 스트레스는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할 상황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지 말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의 김경태 교수는 스트레스는 몸에 축적되기만 할 뿐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없앨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세포 속에 ‘소포小胞, Vesicle(내분비 세포 내에서 호르몬을 담는 주머니 역할을 한다)’라고 불리는 것의 양이 꾸준히 늘어나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좋은 식사와 격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의 원인 자체를 피하라는 소리다.
건강한 삶은 통제력으로부터 나온다. 힘겨운 날이 계속될 때 빈둥거리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하겠지만, 그때도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괴감과 후회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나는 무얼 했나?”라는 탄식은 ‘노는 동안’ 삶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일하고 싶은데 왜 일을 안 주는 거야?”라는 울분 섞인 항변은 그 말을 하는 순간 삶의 통제력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통제력은 목표 의식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뇌의 피로를 풀어 줄 도파민 샤워
목욕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휴식 방법 중 하나다. 몸이 청결해지면 마음도 홀가분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도 샤워를 하면 피로가 풀린다. 바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으로 샤워를 하는 방법이다.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은 쾌락과 환각을 경험하게 해 주는데,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신경심리학자인 로버트 자토레Robert Zatorre는 음식, 스포츠, 섹스뿐만 아니라 음악도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동안 뇌의 ‘미상핵’이란 부위에서 도파민이 분비됐고, 최고조에 이르면 ‘측좌핵’에서 역시 도파민이 분비되었던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부담을 분산시켜라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게 먹거나 굶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먹느냐 보다 ‘어떻게’ 먹느냐다. 그리고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그 방법은 ‘한 번에 얼마나 먹을지’로 귀결된다.
다이어트 성공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체내 흡수 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 번에 먹되 칼로리의 흡수 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러운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어떤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혈당이 높아지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이 ‘당 지수GI, Glycemic Index’다. 흰쌀밥의 당 지수는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같은 양을 먹더라도 식단을 현미로 바꾸면 적어도 쌀밥을 먹었을 때보다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목표가 우리를 실패자로 만든다
골인 지점을 너무 멀리 잡은 나머지 출발하기도 전에 지치거나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매일 작은 성취감을 만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수록 본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원대한 목표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공부 머리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우리의 외모, 성격, 지능 지수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걸까, 아니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까? 사실 이 둘은 선후 관계나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요인이다. 그러므로 부모나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생물학계에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해묵은 논쟁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대표적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 바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이다. 본성론자들은 인간의 성격, 행동, 능력 등이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다고 믿는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성격이나 지능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주장한다. 본성론자 중 대표 격인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의 행동이 동물보다 지능적인 이유는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많은 본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 이미 많은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환경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육론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빈 서판Blank Slate’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아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서판 위에 그려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반격을 가한다. 게다가 인간의 유전자 개수가 고작 3만 개밖에 안 된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양육론자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들은 인간의 유전자 수가 적다는 사실로부터 환경이 주로 개입하여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본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유전적 결정론, 그리고 양육론자들이 내세우는 환경 결정론 중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 중에는 ‘양자택일의 오류’라는 게 있다. 2개의 주장이나 대안이 있을 때 ‘둘 중 하나만을 반드시 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몰고 갈 때 쓰는 말이다. 방금 던진 질문이 바로 양자택일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다른 가설은 없는 것일까?
과학 저술가인 맷 리들리는 본성론자와 양육론자 모두 양자택일의 오류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유전(본성)과 환경(양육)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면서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제3의 개념을 주장한다. 유전자가 서판 위에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환경이 색칠을 하여 하나의 인간을 완성한다는 것이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름다운 외모’는 확실히 본성의 결과인 듯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음식, 위생, 운동, 화장 등 후천적 환경과 노력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50대의 나이에 ‘동안 미녀’라고 불린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Demi Moore는 역시 할리우드 배우인 애슈턴 커처Ashton Kutcher와의 이혼 이후 관리에 소홀했는지 급격히 노화된 얼굴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깜찍한 연기를 보였던 배우 매콜리 컬킨Macaulay Culkin의 2012년에 찍힌 사진을 보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앙상해진 외모가 30대 청년이 아니라 50대 아저씨처럼 보인다. 따라서 아름다운 외모는 본성과 양육의 협조를 통해 완성된 것이지, 어느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아는 게 아니다
《적과 흑》을 쓴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괴로워했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다. 수학자인 친구들이 그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를 괴롭힌 의문은 “1만 프랑의 빚에 500프랑의 빚을 곱하면 500만 프랑이 생기는 건가?”라는 것이었다.
‘믿는 것’과 ‘아는 것’은 별개다. 믿는 것을 증명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앞선 학자들이 이미 증명해 놓은 것도 자신이 혼자 힘으로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라고 말하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아마 스탕달이 그랬던 것처럼 머릿속이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지혜는 이렇듯 단순하며 자명한 듯 보이는 사실에 일부러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득된다는 것을 필히 기억하자.
미신이라는 비과학의 과학적 효과
미신은 그 자체로는 비과학이지만,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경감시키고 통제감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던 2000년대 초, 인류학자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는 종교를 믿지 않는 이스라엘 여성들에게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35퍼센트의 여성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라고 답했고, 실제로 찬송가를 부르는 여성들이 테러의 공포를 덜 느꼈다고 한다.
심리학자 리산 다미쉬Lysann Damisch는 골프 경기 참가자 중 ‘행운의 골프공’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5퍼센트나 더 공을 잘 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운이 함께할 경우 자신감이 배가되고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미신의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비록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해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작은 미신 하나 믿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왜 큰 신을 두고 작은 미신을 믿어보려는 미련함을 보일까? 안타깝다.)
왜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날까
가장 일반적인 의문 중 하나가 바로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오지 않을까”일 것이다. 알다시피 그 이유는 커피에 함유되어 있는 약 1.5퍼센트가량의 카페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카페인이 커피색과 비슷한 짙은 갈색일 것 같지만 결정 상태의 순수한 카페인은 의외로 백색이다.
우리 몸은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그런데 이 아데노신이 신경 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 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졸음이 오도록 만든다. 이것은 수면을 통해 아데노신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카페인의 분자 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신체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회복된 줄로 착각한다. 또한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간의 혈당 분비를 자극해 근육을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각성시킨다.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도 카페인이 10밀리그램 정도(일반 커피의 1~3퍼센트)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설칠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을 읽고 “나는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오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CYP1A2’라고 불리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간에서 많이 분비되거나 소변을 통해 카페인 배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메릴린 코넬리스Marilyn C. Cornelis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된 대부분의 유전 인자를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많이 마셔도 수면에 문제가 없기에 하루 4~5잔은 거뜬하다고 말한다. 몸에 들어온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려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이들은 그보다 빨리 카페인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거나 핸드 드립으로 추출해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뜻이리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미국 커피양조센터에서 수년간 커피 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최적의 커피 농도는 1250피피엠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원두에서 물에 녹는 성분은 28퍼센트 정도인데, 모두 추출하는 것보다 16~22퍼센트만 녹여 내야 맛과 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과하게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진다고 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추운 겨울날 방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 아니겠는가? 낮은 기온이 커피 향이 흩어지는 걸 막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창밖에 눈이라도 내리면 그 향은 더욱 그윽할 것이다.
너무 깨끗해서 천식 환자가 늘어난다?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불치병 중 1위는 감기이고 2위가 암이다. 그렇다면 3위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폐 속에 있는 기관지가 좁아져서 가르랑가르랑하는 숨소리를 내거나 숨이 막힐 정도로 발작적인 기침을 터뜨리는 증상인 ‘천식’이라고 한다.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으로서 ‘알레르겐allergen’이란 말로 통칭되는 집안 먼지, 곰팡이, 진드기, 꽃가루, 짐승의 털 등이 원인이다. 의사들은 천식을 예방하고 잠재우려면 알레르겐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천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은 불분명해서 뾰족한 치료 방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상하게도 천식 환자의 급증 현상은 후진국이 아니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핀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생활 환경이 후진국에 비해 훨씬 청결해서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정도가 적을 텐데도 천식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괴롭힌다.
이른바 ‘위생 가설’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폐를 너무나 ‘곱게’ 사용하기 때문에 천식이 쉽게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있었던 역학 조사 결과, 감염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일수록 나이가 들면서 천식 발병률이 높아졌다. 위생 가설은 이를 근거로 등장했는데, 상대적으로 옛날보다 깨끗한 환경을 누리는 탓에 조금만 불결해져도 천식에 걸린다는 지적이다. 말 그대로 ‘먼지가 부족해서’ 오히려 천식의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위생 가설이 옳다고 가정하면 공기 중의 먼지와 곰팡이를 없애 준다는 진공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오히려 천식의 발병을 조장하는 물건일지 모른다.
예전의 어린이들은 퀴퀴한 먼지 구덩이에서도 잘 지내며 견뎠지만, 진공청소기로 말끔히 청소된 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다 보니 면역력이 미숙한 폐가 작은 먼지에도 약해져 천식에 걸리는 건 아닐까? 깨끗한 집안 공기를 유지함으로써 천식과 아토피 등을 예방해 준다고 광고하는 공기청정기의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할 일이다.
지진, 예측하기 어렵다면 대비를 철저하게
지진은 사회 기반 시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재해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 발생에 앞서 단 몇 분이라도 미리 경고할 수 있다면 큰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과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렇다 할 지진 예보 시스템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태풍, 집중 호우, 폭설 등의 기상재해는 상당히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고 며칠 앞까지 내다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진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1915는 지구물리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가 제안한 ‘대륙 이동설’에 따르면 지각은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고 각 판은 ‘맨틀’이라고 불리는 반고체 상태의 물질 위를 떠다닌다. 맨틀 위를 떠다니는 판들은 밀고 밀리다 정면으로 충돌하여 맞물리기도 한다. 맞물린 2개의 판이 마찰력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면 미끄러지면서 축적했던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한다. 이것이 지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다. 단순한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지진 예측이 아직 불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의 복잡성 때문이다. 각 판은 수백수천 종의 바위로 구성되는데, 어떤 바위는 무르고 어떤 바위는 단단해서 마찰력이 제각각이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가해도 쉽게 미끄러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꿈쩍도 않고 힘을 축적하는 바위가 있다. 더욱이 어느 바위가 최초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는지에 따라 대규모 지진과 작은 지진의 여부가 결정되고, 대형 지진이라고 해서 특별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끄러진 바위가 다른 바위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등 미세한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지진이 발생한다. 이것이 지진 발생을 예보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상어 비늘 기술로 풍력 발전에 날개를 달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계 부품 및 재료 분야 전문 연구소인 IFAM 연구소는 상어 비늘을 본뜬 구조를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을 30퍼센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어의 비늘은 상어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계적인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어 비늘 수영복’을 입고 8개의 금메달을 따내 화재가 되기도 했는데, IFAM 연구소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상어 비늘 날개’의 실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
유정식 지음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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