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의 레베카 공연으로 알게 된 작품이었다. 레베카라는 뮤지컬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솔직히 책으로 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렇게 뮤지컬 노래만 들어오다가 어느순간 책으로도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레베카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를 하게 되었다.
정말 기대하고 고대하던 책이었던 만큼 기대치도 정말 높았다. 첫 도입부부터 사로잡히는 기분이 들었다.
댄버스 부인과의 첫 만남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도 댄버스에게 몰입되어 주인공이 싫어지곤 했다.
결국엔 소설 중반까지 가면서 주인공 편에 설 수가 없었고, 레베카를 먼저 보내고 너무나 빨리 재혼을 한 맥심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건 관련없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가 구글에서 스포를 당했다. 그것도 엄청 중요한, 맥심이 레베카를 왜 죽였나요? 라고 써진 스포를.)
후반으로 가면 레베카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평점이 거하게 깎였다. 너무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 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유였고 너무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완벽한 명성과 권위에 금이 간다는 생각에, 거북하면서도 페이지를 넘기기 버거워졌다. 맥심이 레베카를 죽였고 레베카는 악독하고 악랄한 여자로 비춰진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었고 난 주인공의 발전과 성장을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미 사실을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주변 사람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난 이미 댄버스 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 레베카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안주인 노릇을 하는 게, 내가 댄버스 부인이라도 된마냥 정말 거북하게 느껴졌다.
결말 부근에서는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적어도 내겐 성공이 아니었지만.) 끝낸 주인공와 맥심이 차를 타고 다시 맨덜리로 향한다. 새벽 두 시부터 해가 뜬다는 주인공의 말에 드디어 그녀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치지 않았고 나는 결말을 보면서 왜인지 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마지막 문장을 읽고 5초 후에야 아, 하면서 문장 속에 가려진 비밀을 읽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주인공이 싫어지는 소설이었다. 레베카가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내 눈 앞에 걸렸다. 나중에는 맥심이 레베카의 단물만 다 빨아먹고 버린 것이라고 생각됐다. 결말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댄버스 부인이 비중이 더 컸으면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결말이 해피엔딩인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마냥 좋지는 못한, 배드 엔딩이었다. 이럴거면 내 환상 속의 이야기로 남겨둘 걸, 후회도 되었다. 스포를 당한 게 억울하기도 했고.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맥심이 진심으로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벼운 입맞춤 정도는 누구에게나 해줄 수 있는 그런 것으로 느껴졌다.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주인공은 이런 감정을 더 크게 느끼지 않았을까? 이런 맥심의 태도 덕에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이름도 나오지 않지만 레베카는 계속 언급되고 맨덜리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결코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모든 하인들과 재스퍼가 그곳에서 죽었다고 믿고 있다. 먼저 떠나버린 레베카를 만나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맨덜리에서 최후를 맞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주인공을 사랑할 자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도해봐도 좋겠지만 레베카는 거의 맨덜리 저택의 신으로 추대받기에 그러기에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후반에는 명성에 먹칠이 된다는 느낌도 있지만.
레베카가 영원한 승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뮤지컬 레베카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았다. Mr이나 독일 버전, 옥주현이 부른 레베카를 골고루 다 들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반주만 듣는 걸 추천한다. Rebecca mr 이라고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4
매우 유명하고 호평을 받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 또한 이 책의 명성과 평점들을 보고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난 이 책을 3~4년 전에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 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읽다가 다시 반납을 해 버렸다. 이런 걸 읽을 바에야, 다른 책을 빌려서 읽은 게 더 이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몇 년이 지나고 다시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책을 몇 년 동은 안 읽고 방치해도 되는 걸까'
사람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르겠지만 나는 No였다. 그래도 유명한 건데, 한번 정도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이 책 아야기를 할 때, 나 혼자서만 어리둥절하면 안되니 말이다.
초반에는 세 명의 도둑들이 나와 책을 입구를 연다. 스포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겠노라만,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나는 소설 중, 한 번 쓰고 버려질 인물들을 정말로 싫어한다. 그렇게 버려질 인물이라면 애초에 등장시키지 말거나, 임팩트가 거의 없게 등장 시키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앞에서 나왔던 세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들이었고, 나에겐 임팩트가 너무나 강렬한 존재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소설을 이끌어 가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소설의 극초반과 후반, 거의 끝나갈 때즘 도구처럼 몇 번 사용하고 책을 끝내버렸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걸고 있던 내겐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이것 때문에 3점이나 깎았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선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것들이 많았고 되도않는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다. 특히 결말. 내겐 정말로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었다. 이것 때문에 또 1점을 깎았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보람도 없고, 성취감도, 남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아마 내가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히가시노의 책을 읽었더라면 크게 실망하고 책을 읽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기만 하고 나와는 맞지 않았다. 따뜻하고 힐링이 되야 하는데, 오히려 나 혼자 책과 씨름하기 바빴던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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