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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예담 펴냄

고래에 이어 읽은 천명관 작가님의 소설.
화자인 상구의 눈으로 본 삼촌 도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제목과 만화같은 표지그림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으나, 고래처럼 역시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에 빠르게 매료되었다.

이소룡을 보기 위해 동시상영관을 다니는 주인공을 보고
나 또한 갓 개봉관에서 내린 영화들을 저렴한 가격에 동시상영으로 볼 수 있었던
청량리 근처 녹색극장이라는 이류 동시상영관이 기억났다.

그 옛날 찌라시같던 시사주간지를 통해 잠깐씩 읽어본
삼청교육대의 실상과 민주화 운동 등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이소룡과 같은 무도인의 길을 가려는 삼촌, 권도운.
그리고 그가 인생을 바칠 정도로 사랑했던 여배우 원정.
화자인 상구.
삼촌에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준 칼판장.
삼촌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던 마사장.
오순과 삼촌의 아들, 토끼, 종태, 장관장, 그리고 유의원과 그의 아들.
이러한 다양한 인물들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책속에 녹여놓았다.


본문에서...

- 지금은 온갖 시련 끝에 막 은둔 고술르 만나는 대목인데 교습비 얘기는 아무래도 좀 생뚱맞은 데가 있었다.

-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소룡이 적을 물리치던 그 순간 극장에서 난데없이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 다들 주변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홈경기를 치르는데 나 홀로 야유와 적대감에 둘러싸여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기분.

- 나는 개새끼가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

- 주인공이 한 대 때리면 으악! 하고 쓰러져서 으악새 배우래.

- 오래전에 삼촌이 나를 통해 종태에게 선물로 주었던 바로 그 쌍절곤이었다.

- 그녀가 운 것은 우리가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거대한 물줄기 앞에 서 있는 개인의 왜소함 때문이었을까?

- 우리가 술을 마셨던 장소가 삼겹살집이었는지, 순댓국집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진 먼 훗날, 이미 오래전에 소실되어 버린 사랑의 감정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며, 우리는 다시 술을 마시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싱거운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 나, 여, 여자한테 그,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지, 지, 진짜 싫거든.

- 꿈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야. 꿈을 꾸는 동안에는 그 꿈이 너무 간절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나면 별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거든.

- 너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니?

- 뭐, 여기선 임청하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쯤 되면 대개 이야기를 듣던 배우들이 '에이, 씨발' 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떴지만 순진한 삼촌은 장 관장의 얘기가 영화처럼 재밌기만 했다.

-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건 그래서일까? 자신이 머릿속에서 그려놓은 세계와 현실세계가 그토록 달라서?

- 가혹하면 가혹한데로 신산스러우면 신산스러우대로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꾸려갈 것이다.

- 우리의 시대는 모두 고향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실향의 운명을 짊어진 시대인지도 모른다.
2021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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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강릉 바닷가에서 보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소설을 읽고 김연수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정훈의 성장소설.
내가 어릴 때 TV에서 보던 숟가락을 휘어지게 만든 초능력자. 그리고 학생일 때, 가려진 눈과 막혀진 귀 때문에 몰랐던, 우리 선배들의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소설속에 이어져 있었다.

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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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이 목요일마다 과거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다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들.

수많은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부족한 긴장감과 몰입감 때문인지,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이 든다.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은이), 공보경 (옮긴이) 지음
살림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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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드라마로 보다가 멈춘 작품을 이번에 소설 원작으로 읽었다. 대부분의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이 그러하듯 개인적으로 드라마보다는 소설이 좋았다.
작가에 의해 글로 그려진 주인공의 생각과 일기를 영상화하기에는 어려울 듯...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와 유사한, 기분 좋아지는 추억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옛날 겨울 논두렁에 분식을 파는 조그마한 비닐하우스와 함께 차려진 스케이트장의 기억.
그리고 세기서림, 작가가 기억하는 부산 금정구에 있었던 좁은 통로같은 책방으로 인하여 떠오른 나의 뜨거운 여름날 부산 책방 골목의 기억.
작가의 말에 언급된 제주 법환바다 시스터필드라는 빵집으로 구체화되는 소설로 인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법환바당에서 열심히 바다 바람을 가르던 젊은날의 추억.

'윤슬'이라는 예쁜 단어를 나에게 알려준 아름다운 소설.

***

첫잠에서 깨어나 뜨거운 차를 만들면, 다음 잠에서 깨어날 때 슬픔이 누그러지리라.
...
"누그러지리라... 그게 좋았어. 한밤에 자다가 깼을 때 왠지 서글플 때가 있잖아? 그때 따뜻한 차를 만들어 놓으면, 다시 잠에서 깰 때도 덜 슬프다는게."

책방을 나서며 그의 옷에 팔을 끼웠다. 크고 헐렁하고, 그의 냄새가 나고, 따뜻했다. 백열등 하나를 품에 넣은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참, 그 낱말이 뭔지 혹시 알아? 물결에 햇빛이 비쳐서 반짝 반짝 빛나는 현상."
...
"윤슬, 이라고 해."
"윤슬.."
해원은 입속으로 중얼거려보았다. 예쁜 낱말이구나. 다음에 만나면 말해드려야겠다 싶었다.

...사실 유사 이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넌 너무 오래 나를 벌주는 것 같았고, 원한다면 계속 그러라고 내버려두고 싶었어. 내가 저지른 실수나 잘못보다 너의 응징이 더 커질 때... 그렇게 네 잘못이 더 커지기를 바랐어. 그러면 차라리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예전엔 나도 문학소녀였으니까.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악역에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붙일 거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지.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구. 인쇄돼서 남을 텐데 뭣 하러 싫은 사람 흔적을 굳이 넣겠나 싶은 거야. 어쨌든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해원은 새삼 공감해버렸다.

한때는 살아가는 일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평화롭게 안착할 세상의 어느 한 지점. 내가 단추라면 딸깍 하고 끼워질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전에 이모가 했던 말을 생각해봤어. 날씨가 좋으면 만나자는건 너무나 기약이 없다는 거. 그러게. 좀 더 때가 되면, 상황이 좋아지면...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일들이 내게도 있었어. 이젠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언젠가 엄마와 이모와 나, 셋이 한자리에서 만나 웃게 되길 바라요. 내가 눈물차를 끓일게. 그리고 날씨 좋은 날 같이 빨래를 해요. 우리가 테이블 아래 숨겨놓고 얇은 레이스 커튼으로 덮어줬던 해묵은 빨랫감들을 남김없이 빨아 푸른 하늘 아래 널기로 해요. 하얗고 보송하게 잘 마른 옷들을 입고 길을 나서요. 긴 유배를 끝내고, 이모도 다시 인생을 찾길 바라.

꽃은 타고난 대로 피어나고 질 뿐인데 그걸 몹시 사랑하고 예뻐하고... 꽃말까지 지어 붙인다. 의미를 담아 주고받으며,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기도 한다. 꽃들은 무심하고, 의미는 그들이 알바가 아니었다. 그저 계절 따라 피었다 지고 사람들만 울고 웃는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시공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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