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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창비 펴냄

107, 우리에게 귀한 것은 이름뿐이었으니까. 서로 부르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 부르는 순간 세상에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평화와 친밀감과 흥분을 동시에 주는 이름. 단지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체취를 상기할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껍질 안쪽에 자리한 영혼이 돌출되고 마는, 그런 이름.

이토록 복잡한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것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오와 루가 그들의 감정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입에 담지 않은 것 역시 그 안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들 때문 아닐까. 감정은 종종 이성을 앞서고, 그 가운데서도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리하여 행해진 그들의 사랑은 가히 고요하고, 잔잔했지만 그와 동시에 무겁고, 뜨거웠다. 열린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다. 사막이든 초원이든 그 둘이 어디에선가 만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이는 모든 독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며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면 익인의 소유물을 함부로 앗아가는 인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는 과거에도 행해졌던 수탈이지만 현대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을 알기에. 여러모로 참,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2021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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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임

@2gwfajk6ysys

119, 당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론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이라는 사실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괴리감을 견딜 수 없어 했어요.

구병모 작가님의 소설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읽는 내내 분명 허구의 것임을 알면서도 세계가 넓다는 이유만으로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라 믿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모를 적에 어머니께 들었던 인어공주가 내가 아는 인어의 전부였다면, 이러한 인어도 있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단순히 이상만을 넘보지 않고 현실에 밀접한 어른을 위한 동화.

아가미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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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임

@2gwfajk6ysys

342,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상실을 살아야 할 때.

파과

구병모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1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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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임

@2gwfajk6ysys

분량의 차이만 있을 뿐 소설 속 인물들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의 삶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주변 인물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눈으로 보는 주인공의 이야기. 다른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에게 치유 받고, 또 그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보여 주는 이야기들로 올해 겨울이 답지 않게 포근하다.

[우아한 거짓말] 부터 [아몬드] [버드 스트라이크] 까지, 내가 정말 애정하는 소설들의 외전이 나오고, 출판 전에 읽어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는 처음에 비오와 루의 이야기를 담지 않았을까 기대했는데 시와와 다니오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그들에게 이런 절절한 스토리가 있을 줄 짐작은 했는데 막상 읽으니까 🥺 요런 표정.

결국 세계는 수많은 타인들의 이해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그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정이라든가, 깨달음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또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하나의 지표가 되고. 여러모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두 번째 엔딩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2021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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