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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우리에게 귀한 것은 이름뿐이었으니까. 서로 부르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 부르는 순간 세상에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평화와 친밀감과 흥분을 동시에 주는 이름. 단지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체취를 상기할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껍질 안쪽에 자리한 영혼이 돌출되고 마는, 그런 이름.
이토록 복잡한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것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오와 루가 그들의 감정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입에 담지 않은 것 역시 그 안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들 때문 아닐까. 감정은 종종 이성을 앞서고, 그 가운데서도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리하여 행해진 그들의 사랑은 가히 고요하고, 잔잔했지만 그와 동시에 무겁고, 뜨거웠다. 열린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다. 사막이든 초원이든 그 둘이 어디에선가 만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 이는 모든 독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보며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면 익인의 소유물을 함부로 앗아가는 인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는 과거에도 행해졌던 수탈이지만 현대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을 알기에. 여러모로 참,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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