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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너무 무거워서 반 정도 읽고 외면했다가 반년 만에 다시 펴들었다. 이 책의 화자는 광주항쟁의 주인공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은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을 기록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동호, 은숙, 진수, 선주.
그들은 모두 도청과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고 유족이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고 시민군이 조직된 후 마지막까지 남아 총을 받아들고 광주를 지켰다. 동호는 집에 가자는 어머니께 저녁에 가겠다고 하고서,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진수는 붙잡인 후 곱상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성고문을 당했고 끝내 자살했다. 은숙은 선주와 마찬가지로 남은 이들 중 하나로 그 시간 후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출판사에 일하며 검열을 받는 일상에서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선주는 한 평생 일했다. 그렇게 바쁜 일상은 그녀에게 그 시간을 되뇌일 틈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남은 여생 남에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소설 속 누군가는 그 시간이 방사능 같은 거라 했다. 시간이 지났다 해서 끝난 게 아니고 몸속에 쌓여서 계속 이어지는 것.
너무나 참혹해서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어떤 말로 이 책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통스럽지만 누군가는 읽어야 하고, 이 책 뿐만 아니라 영화 박하사탕 같은 다양한 컨텐츠로 그 시간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그 시간 그때 광주, 대한민국을 지켜낸 자들에 대한, 현재를 사는 이들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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