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님의 프로필 이미지

@solevgl

+ 팔로우
여자의 독서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의 표지 이미지

여자의 독서

김진애 지음
다산북스 펴냄

동네 도서관에 플라이북기계가 입점되 있었다. 내 책어플을 대전시골작은동네도서관에서 본다는 게 무척 반가워서 기계를 사용해 책 하나를 추천받았다. 30대 미혼 여성 그리고 힘들어요 라는 버튼을 누르니 이 책이 나왔다.

나는 비겁하게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조차 꺼리는 편이다. 여자여자여자 하는것도 싫어한다. 그 말은 남자남자남자 하는것도 싫어한단 말과 동일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좋은것을 택한다는 말을 따른다. 그래서 재목부터 꺼림칙한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플라이북을 만난게 반가워서 딱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뒤 책에 사과를 건네야 했다. 선입견이 심했다. 무척 재밌게 읽었고 읽혔으며 공감했고 벅차고 따스하고 몽글몽글하고 당차며 멋있었다.

알뜰신잡 김진애선생님의 책인지도 몰랐다. 이 책은 김진애선생님의 서평책이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주제별로 꾸려 전달하고 싶은 임팩트를 탁탁 간결하고 힘있게 날린다. 이 책을 덮고나서 내 읽고싶은책 카테고리에 무려 다섯권이 더 입점했다.

이 세상에 멋진여성은 어찌나 많은지.

나는 김진애선생님이 수없이 꼬리를 무는 의문을 나열할 때, 불안과 고독을 나열할 때 위로를 받았다. 나또한 생각이 생각을 잡아먹는 사람이라 끊임없이 나열되는 의문에 숨이 턱 막힐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풀어낸 질문 다음에 오는 질문은 또 어찌나 무거워지던지 어느순간 의식적으로 의문들을 무시했던 것 같다.
근데 여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해서, 나만 생각많은게 아니구나 싶어서, 이런 것들이 이런식으로 도움이 된다는 걸 실제로 보여주셔서 위로가 되었다.

나도 평생 책을 보는 섹시한 여자로 살아야지.
2021년 1월 27일
0

솔님의 다른 게시물

솔님의 프로필 이미지

@solevgl

정세랑은 단편을 싫어했던 나를 잊게 한다. 정세랑의 글은 정세랑의 색깔이 정확하다. 작가를 모르고 읽어도 나는 정세랑의 글인걸 알수있다. 그녀의 책을 앞으로도 계속 읽고싶다.

우리는 이제 우리와 닮은 존재가 아닌 닮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이 주제와 모든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나는 소설을 비롯한 창작물의 대단함은 시대의 반향을 가랑비에 옷젖듯 물들어간다는 점으로 보는데, 예를 들어 통속의 뇌는 결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김초엽의 책부터 켄 리우, 테드 창, 정세랑 등등 여러 SF소설을 읽으며 나는 그것을 인간으로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지라는 생각으로 어느샌가 변해져있다. 과거 AI와 로봇의 인간말살 영화로 나는 AI를 기겁했는데 나는 이젠 그들이 인간을 신경도 쓰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종차별에 대해 사색하는 계기를 얻었고 이것은 현시대 SF소설가들이 갖고있는 강력한 무기이며 공포와 협잡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하리만큼 포근한 방망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지음
아작 펴냄

5일 전
0
솔님의 프로필 이미지

@solevgl

나에게도 중요한 단어들이 몇 개 있다. 그 단어 중 두가지가 책의 제목으로 들어가 있으니 읽고싶은책 리스트에 들어가는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읽는건 또 다른 문제였다. 책을 좋아하거나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정말 잘 쓰던가, 정말 잘 알려주던가, 정말 진부하지 않던가 특히 여행에세이의 경우는 그보다 더한 요구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인지 읽고는 싶으나 읽고 싶지 않은 모호한 기분으로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관심있으신분들을 위해..링크를 첨부..)
https://m.blog.naver.com/fivtjwldnjs/223594124220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기약없는 기간의 여행인지라 어쩔수없이 잠정 운영을 중단하며 마지막책을 선정하는데 있어 나조차 결국은 진부하게 여행과 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을하며 적은 수기. 하지만 책보다 요리쪽에 좀더 중점이 가있기는 했다.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재밌게 읽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는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 뒷부분으로 갈수록 음식얘기가 많아져 나는 그부분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앞부분의 아프리카까지의 수기들은 입에 딱 달라붙는 맛으로 읽혔다.
특히, 이미 지구에서 가보지 않은곳을 찾을 수 없는 탐험의 시대가 끝난 시대에 내가 과연 세계여행을 한다고 한들 무슨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보드랍게 안아주는 글이었다. 오랜만에 괜찮은 여행에세이를 읽는 기분. 한국 특유의 신파적인 여행에세이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건 외국인의 여행에세이여서 그런가?


한편, 세계여행을 가게되며 나는 책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다. 종이책을 포기못하는 고루한 면모를 지키고 있는 나는 몇권의 종이책을 가져갈 것인가에 푹 빠져지내고 있는데, 궁금합니다.
당신이 세계여행을 간다면 챙기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읽고 또 읽어도 좋을 책. 그게 과연 무엇일까요.

여행과 독서

잔홍즈 지음
시그마북스 펴냄

4개월 전
0
솔님의 프로필 이미지

@solevgl

하루키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만은 왜좋지?기분좋은 의아함과 함께 읽었다. 나는 우선 질문하는 자에게 후하고 그 질문이 세속에서 벗어나 철학과 사색으로 점철되우 있으면 더더욱 후한 마음을 갖게된다. 쓰쿠루가 성장해 가는 모습, 받아들이는 모습! 받아들인다는 건 이리 쉽게 쓰이는 것과 달리 무자비한 에너지이기에. 그 모습을 끝까지 함께 읽어 좋았다.

그리고 하루키소설은 그저그래도 이사람의 글솜씨야.. 이 사람이 감정을 묘사할땐 내 속을 강제로 파헤친게 아닐까 싶을정도.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이고 세계를 뛰어넘는 틀이 어려우시다면 요책으로 시도해보셔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민음사 펴냄

5개월 전
0

솔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