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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의 표지 이미지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이세라 지음
나무의철학 펴냄

읽었어요
나는 재이의 그런 면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시답잖은 미끼로 자신을 유인하는 것에 불쾌할 줄 알고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거나 내키지 않으면 무리에서 이탈할 줄도 아는 용기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p.32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생각했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매주 선을 보는 그 사람이나, 선 볼 남자를 구해 오라며 부모님을 닦달하는 나나 어쨌든 원하는 건 똑같구나.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진짜 모습을 보여줘도 서로 달아나지 않을 관계. 그렇게나 차갑고 콧대 높은 척을 하고 있어도 우리는 결국 외로움 앞에 무너지는 약한 존재들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같은 꿈을 꾼다. p.78

나는 이런 식의 발화 행위, 개인의 고백들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만들어져 결국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너무 순진한 믿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볼 땐 '작은 것들의 힘'을 믿지 않는 태도야말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순진하고 오만한 자세다. p.125

아마 드가는 알코올 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일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자신이 목격하고, 직접 살고 있기에 한 '실제의 삶'을 그렸을 뿐이다. 함께 있어도 서로의 고독을 잘 눈치 채지 못하고 자꾸 외로워지기만 하는 위리의 삶을 말이다. 술을 찾을 수밖에 없는 날, 술을 앞에 두고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밤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것을 드가는 알고 있었다. p.165

<질투>는 사랑을 회의하고 의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니다. 서로에게서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멀어져갈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아남는 뜨겁고 따뜻했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사랑보다 더 길게 지속되는 것은 사랑했던 기억이고 적어도 '그때는 그래주었던'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다. p.170-171

간절함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인생이 늘 내게 호의적일 수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인다. 뭔가를 성취하며 발전하는 순간에도 나는 분명 성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크게 실패했을 때 내 세상은 더 넓어졌다. 인생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남은 남들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p.181-182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에 불행해진다면 '그 꿈'을 한 번쯤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날마다 축제일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제 마음의 추가 슬픔이나 우울 쪽으로 더 기울어진 채 살아가는 일은 더 하고 싶지 않다. p.185

그렇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때로는 밥과 돈보다 더 소중한, 온몸을 던져 지켜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된다.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동시에 타인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둘 모두가 우리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 p.194

그런데 실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그걸 뒤늦게 알았다. 정말 힘든 시간이 찾아오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매 순간이 버겁고 모든 게 힘겨운데 도저히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실은 이런 상태라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p.196

지나이다의 행복한 시절, 그녀가 가장 예쁘고 빛났던 그 시간은 과거에만 있지 않다. 그리워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녀는 언제나 '지금'을 사는 사람이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러가게 두고, 넘어진 지금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지나이다의 그림을 통해 배운다. 특히 세월에 알맞게 변해갔던 그녀의 자화상으로부터. p.202-203

문득 얼마 전 엄마에게 외할머니 병문안을 왜 더 자주 가지 않는지, 왜 더 신경 쓰지 않는지 쏘아붙였던 게 생각났다. "엄마, 그러다 엄마가 아플 때 우리가 엄마처럼 하면 어떻게 할래?"라는 말까지 해가면서. 아, 나는 얼마나 오만하고 둔감한 사람인가. 각자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어떤 순간에도 잊지 않는다면 살면서 하는 실수 중 절반 이상은 줄어들 텐데. p.205

토레스의 이별 연가는 우리에게 더 큰 사랑을 제안해온다. 그들과 우리, 이쪽과 저쪽, 정상과 비정상 따위를 구분 짓고 편 가르지 않는 사랑 말이다.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토레스가 들려준 건 결국 이별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다. p.245

예상했겠지만 나는 헤어졌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 <비포 선라이즈>였던가. 오래전에 본 어떤 영화에는 이별과 관련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별 후에는 마음에 딱 그 사람만큼의 구멍이 남는데, 그건 어떻게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절대 메워지지 않는다고. 이별이 그래서 무서운 거라고.

이 장면을 보고 나는 슬퍼졌다. 자고로 이별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 영원히 그 사람의 빈자리가 남는,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문득 애틋하고 마음 시려오는, 그런 게 사랑이고 이별이지 않을까 싶어서. p.278

만약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당신을 이해하기보다 변화시키는 데 더 몰두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와 함께 있을 때 나의 진짜 모습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나는 그 사람을 멀리하라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을 포기해야 유지되는 관계는 꺼림칙하다. 사랑은 결코 희생이 아니다.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고 그것을 피해갈 수 없을 뿐이다. 어느 한쪽도 많이 바뀌거나 많이 참을 필요가 없는 관계, 그건 사랑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p.285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는 베르그와 같은 적당한 거리도, 앙리처럼 밀착된 관계도 모두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지금까지 나는 전자로 더 기울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사랑하고 싶다. 결국 우리는 만나기 위해 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잠시 헤어져 있기도 하고,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해 조금은 느린 속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p.294
2021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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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는 달콤한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언제나 나를 잃지 말고, 나에게 집중하며 나만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렵게 손을 맞잡았다가도 한쪽에서 손을 놓아버리면 쉽게 끝나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어려운 만큼 가볍고, 소중한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를 곁에 두려 붙잡지 말고 내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p.12-13

손절을 잘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 _살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을 포기하지 않고 미련 떠는 것보다 손절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미련을 떨면 내가 계속 쥐고 붙들고 있는 것 같지만 소유하기 위해 힘을 쏟게 된다. 노력해서 되는 것과 아닌 걸 알면서 쥐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다른 문제다. 실패는 괜찮지만 주저앉으면 일어나기 어렵다.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다. 일도 사람도 사랑도 때를 알고 손절을 잘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p.18-19​

밀당이 필요한 이유 _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 거리는 마음의 멀고 가까움이기보다는 내가 숨 쉴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거리가 가까울 수도 있고 멀 수도 있지만 항상 똑같은 거리는 아니다. 늘어났다가 줄었다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서로가 부딪히지 않기 위한 안전거리일 수도 있다. 너무 가까움으로 인해 내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부딪히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p.24-25​

노력은 같이하는 거야 _당신을 자주 아프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혼자 애써서 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의 관계란 실과 달라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쪽에서 아무 생각이 없다면 더 엉켜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에게 당신이 필요 없다면 당신에게도 그 사람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당장은 관계가 끊어져 아플 수는 있어도 끊어내야 할 관계를 억지로 붙들어 상처를 덧입혀 치유할 수 없는 흔적을 남길 필요가 없다. 영원히 괜찮은 척 웃으며 살려 하기보다 당신의 다친 마음을 더 소중히 보듬어주기를. p.30​

안 맞는 게 아니라 잘 모르는 거야 _잘 안 맞는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다 아는 척 결론짓는 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좀처럼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느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럴 것이다, 결론 내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 미리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자. p.35-36​

미리 정해진 답 같은 건 없어 _이런 사람 만나라, 만나지 말라는 남 얘기 듣고 사람을 만나지 마. 내가 만나는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는 내 판단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가는 거야. 남 얘기 듣고 그것에 맞추어 그 사람을 판단하다 보면 누구도 만나기 어려워. 그러다 보면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내 나름의 기준을 알 수 없게 돼.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내게 꼭 맞는 사람도 없어. 단지 서로 노력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거야. p.43-44​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해 _내가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한 부탁을 듣고 망설이지 마라. 그 부탁을 들어준다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즉시 거절하라. 그것이 서로의 관계를 지키는 일이다. p.47​

아닌 건 아닌 거야 _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간이 지나도 아닌 건 아닌 것이고 변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을 뿐이다. 기대하면 기대할수록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다치는 건 마음뿐이고 남는 건 닫힌 마음이다. p.51​

연락의 빈도가 관계의 척도는 아니야 _연락을 자주 한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연락을 해서 시간을 뺏는 사람도 있고 한 번을 연락하더라도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연락의 횟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내가 연락한 만큼 연락을 해야 나와 마음이 같은 게 아니다. 오히려 연락을 자주 하느냐보다 연락이 안 될 때도 신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관계의 척도를 연락의 빈도로 단정 짓지 말자. p.57​

침묵은 금이 이니야 _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이 사라지는 건 침묵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거나 부딪히고 싶지 않아 말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그 순간 혼자만의 상상과 불안함으로 또 다른 오해와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먼저 다가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엄청난 잘못을 한 게 아니라면 대게의 경우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p.68​

갑과 을의 문제가 아닌 _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 말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솔직한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답답한 관계는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p.75​

말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_사람과의 관계에서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어떤 큰 사건이 아니라 내뱉는 순간 사라지는 보이지 않는 말이다. 입 밖에 낸 말은 조용히 사라지지만 보이지 않게 흘러 다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남을 향한 뽀족한 가시 돋친 말은 삼키면 사라지지만 내뱉으면 더 날렵하게 날아 더 깊게 꽂힌다. 좋은 말만 하며 살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향한 비난의 말은 삼켜라. 그래야 나도 누군가의 화살을 맞지 않는다. p.83-84​

준 대로 고스란히 받는다 _화가 난다고 해서 남을 욕하고 비난한다고 해서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고 험한 말을 하면서 자기는 옳고 온전하며 바르고 착하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이다. 싫으면 내가 떠나면 그만이고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보면 된다. 싫은 것을 계속 보면서 싫다고 화를 내봐야 내 마음만 병이 든다. 아픈 말을 하면 내가 아프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면서 나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지 마라. p.87-88​

대충 사랑할 것 _너무 열심히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려놓아도 괜찮아. 사랑에 빠져 나다움을 잃지 마.
이별보다 어려운 게 이해야 _이해가 어려울까. 이별이 어려울까.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이별하는 것이다. 이별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을 참고 견디려고 노력하지 마라. 헤어지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힘들게 참아내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언제나 나를 위한 선택이 먼저임을 기억하자. p.106​

나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은 없어 _내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려 하지 말고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 공허해지고 외로워질 뿐이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먼저 웃을 수 있어야 나를 보며 웃는 상대의 웃음을 밝은 웃음으로 받아줄 수 있다. p.132

먼 미래보다 지금을 이야기하자 _오래 보고 싶다면 조금씩 나누어 봐야 해. 그럼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할 테니까. 보고 싶다는 건 생각이 난다는 거잖아. 많이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사랑이 깊어졌다는 말이야. 너무 오래 붙어 있어 익숙함에 마음 식어 멀어져 차가운 눈물 흘리기보다 일상의 순간순간에 당신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게 더 행복한 거야. 먼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지금의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 p.160-161​

미워지지 않을 만큼만 노력하기 _무조건 잘해준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잘하고 싶은 건 나의 마음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또한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무조건적인 배려와 헌신은 결국 스스로를 헌신짝으로 만들고 만다. 내가 좋아한다고, 잘한다고 그 사람도 나를 마냥 좋아해주고 잘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라고 판단되면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상처도 그만큼 깊어질 테니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잊기 위한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니까. 그리고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p.164-165​

사랑은 발견이야 _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맞춰준다고 해서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나다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나를 버리면서까지 너무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p.169​

본성은 변하지 않아 _소중한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 눈에 보인다. 사랑 참 쉽지. 눈에 보이거든. 나를 대하는 태도와 말투에서. 그런데 그게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든 아니든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사랑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망설일 필요가 있나.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잠시 변하는 척할 뿐이다. p.172-173​

사랑해서 힘든 게 아니야 _나를 힘들게만 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내게 힘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상처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상처를 주기만 한다면 사랑이 아닌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해질 거라 희망을 가지며 견딜 게 아니라 힘들어도 지금 행복해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반드시 이 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p.176​

나는 너에게 구걸하지 않았어 _이제 그만하고 싶다. 너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고 내 마음에 상처 주는 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적어도 나를 위한 조금의 배려도 없는 너를 더 이상 이해하고 감당하기 어렵다. 너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기를 바랐던 게 아니라 단지 사랑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나도 사랑받고 싶었나 봐. 그런데 이제 마치 사랑받고 싶어서 구걸하는 것 같은 내 모습. 내가 참을 수가 없다. p.179​

그때는 스쳐 지나가야 한다 _사랑한다고 해서 나보다 그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언제나 행복하지는 않다. 용인할 수 없는 것들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우리 사이를 연결하는 관계의 다리 위에 하나둘 쌓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순간에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예상은 했지만 알 수 없는 찰나에 갑자기 부러져 깊게 상처를 입힌다. 꼭 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야 할 사람을 혼자서 붙들고 사랑한다고 외치며 구걸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p.180-181​

사랑 같은, 사랑 아닌 것들 _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매달리는 것을 집착이라고 한다. 집착이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내 마음이기 때문에 어렵다. 그게 허상이고 환상이라 해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내 삶의 전부라고 믿고 있던 그 무언가가 사라져버리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것임을 알아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집착은 언제나 무섭다. 의미를 부여하고 매여 있으면 고통이 따른다. 사랑이 언제나 아픈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든 고통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p.183​

혼자서 잘해주고 슬퍼하지 마 _사랑이 아픈 이유는 혼자 설레서 사랑한다 말하고 내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서운함에 울고 있는 나를 그 사람이 돌아봐줄 거라는 헛된 기대는 나를 더 무너뜨릴 뿐이다. 둘이 해야 사랑인데 그 안에 내가 없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혼자서 잘해주고 슬퍼하지 마라. 혼자 하는 사랑은 늘 혼자 아픔을 감당하게 된다. p.190

머릿속 가득찬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_생각 없이 살면 적어도 마음은 편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쓸데없는 걱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미 머릿속에는 안 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는데 계속해서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다.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는 술이나 친구에 의존하지 말고 철저히 혼자가 돼라.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집 밖으로 나가 멀리까지 내다보고 걸으며 지칠 때까지 생각해라. 그리고 내일은 없다는 마음으로 충분히 잠을 자라. 반드시 밝은 내일이 올 테니까. p.223-224

모든 건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과정일 뿐 _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잘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부질없는 이유는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너는 그때의 너이고 나도 그때의 나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아 결과는 같다.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이고 지금의 너는 지금의 너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시 시작한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는 지금의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기억도 못하는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덧씌우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아쉬운 일은 아쉬운 대로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지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억은 기억 속에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기를.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발 그 시간을 놓아두기를. p.253-254

어른이 된다는 것 _잘 살고 있는 걸까? 어떻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가끔씩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뒤돌아보면 삶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후회가 남지만 후회할 시간보다는 그래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그치며 살아왔다.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며 그렇게 숨차게 달려온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멈춰 섰다. 버틸 대로 버텨온 삶에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정말이지 도망치듯 떠나버리고 싶었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은 것이다. 길을 잃은 어른은 길을 잃은 아이보다 더 무섭고 슬프다. 아이는 길을 잃었을 때 울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아이를 돌봐주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겠지만 어른은 운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나를 어떻게 해줄 수 없고 아무도 그 길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 길을 잃는다는 것은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길을 몰라 헤매고 있다면 내가 갈 길을 스스로 만들면 된다. 우왕좌왕하며 침잠하기보단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쓰는 게 낫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아는 이 없는 곳에 나 자신을 데려다 놓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물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이 길어지면 고민이 깊어지고 그 시간들이 나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걸 알기에 무모하지만 단호하게 다 내던지고 갑작스럽게 비행기표를 끊어 떠났다. 잘할 수 있을 거야. 가보지 않고 망설이는 동안에도 똑같이 시간을 가고 가보고 아니면 다시 방향을 틀면 되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나 자신을 책임질 줄 안다는 것. 그렇게 세상의 모든 어른아이들이 낯선 길 위를 여행 중인 것이다. p.262-264

일기일회 _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거나 되돌릴 수 없는 건 시간이야.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소중한 건 똑같은 시간이 두 번은 없기 때문이야. p.270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김재식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었어요
2021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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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다드

첫, 리스본

알렉산드라 클로보우크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2021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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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작머리

@kkojakmeoriqwwj

"음,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건 처음 몇 번만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다 보면 마음만 커지고, 결국은 속앓이를 하게 되니까요. 계속 꿈만 꾸려고 한다는 건... ." p.86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 끝이 짝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리의 역할은 그걸로 충분하단다." p.87

"내용을 미리 아는 건 재미없거든요. 영화도 그렇고 사는 것도요. 스포일러는 딱 질색이에요." p.113

"전혀요.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손님은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럼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p.114

"Deja-vu! '이미 보았다'는 뜻이지.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현상을 이르는 말이란다. 재밌지 않니? 손님들은 우리가 파는 자투리 예지몽에 예쁜 이름까지 붙여주었어. 정말 독창적이야!" p.119-120

"그렇게 말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말이죠,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돼요. 사람은 누구나 떠올리기 싫은 시절이 있잖아요. 그걸 떠올리지 않고 사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맞아요, 어쩌면 그보다 좋은 건 없을지도 모르죠. 제가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 이런저런 생각들이 가끔 절 괴롭혀요." p.152

"항상 꿈의 가치는 손님에게 달려 있다고 하셨는데... . 아하, 그렇군요.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의 차이예요. 직접 알려주는 것보다 손님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꿈이 좋은 꿈이에요."
"그렇지.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우린 그걸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단다."
"네, 저희가 꿈을 파는 이유가 거기 있죠. 결국 모든 건 손님들에게 달린 거니까요. 제 말 맞죠?" p.153-154

"그 꿈은 이미 다 손님 머릿속에 있던 겁니다."
"정말요?"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p.231

"물론이죠. 꿈이란 거 정말 재밌네요. 꿈과 꿈이 동음이의어인 것도 신기하고요. 그러고 보니 영어로도 dream은 dream이 군요. 그럼 저는 꿈에서 꿈을 찾은 셈인가요?" p.233

"깨달음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p.250

"너는 참, 말을 강아지풀만치 보드랍게 해. 어릴 때부터 그랬어." p.265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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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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