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런 사건 전에도 있었잖아. 그나저나 이 여자 본 적 없어?”
“음, 글쎄, 그런 타입 아닐까?”
“타입?”
“그러니까 뭐랄까....... 그래 보이잖아. 딱 봐도.”
언젠가와 비슷한 말을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나는 뚜렷한 적의를 품고 커플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살짝 숨을 삼킬 뿐이었다. 여자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노려본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 시선을 흘렸다. 결국 칼날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전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야” 하고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줄 알면서도 말을 멈출 수 없다.
“딱 그래 보인다니, 나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결론 내리고.”
커플이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그 말을 입 밖에 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루키를 외면한 채. 분노의 칼날을 이번에는 나에게 향한 채.
“불륜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부부일지도 모르고, 연인일지도 몰라. 부녀 사이일지도 모르고, 남매일지도 몰라. 아무도 모르는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 지었어. 안 돼.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