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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죄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비채 펴냄

읽었어요
“근데 이런 사건 전에도 있었잖아. 그나저나 이 여자 본 적 없어?”
“음, 글쎄, 그런 타입 아닐까?”
“타입?”
“그러니까 뭐랄까....... 그래 보이잖아. 딱 봐도.”
언젠가와 비슷한 말을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나는 뚜렷한 적의를 품고 커플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살짝 숨을 삼킬 뿐이었다. 여자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노려본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 시선을 흘렸다. 결국 칼날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전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야” 하고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줄 알면서도 말을 멈출 수 없다.
“딱 그래 보인다니, 나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멋대로 결론 내리고.”
커플이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그 말을 입 밖에 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루키를 외면한 채. 분노의 칼날을 이번에는 나에게 향한 채.
“불륜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부부일지도 모르고, 연인일지도 몰라. 부녀 사이일지도 모르고, 남매일지도 몰라. 아무도 모르는거야.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 지었어. 안 돼.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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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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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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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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