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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어때서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방법을 모르는 당신에게)의 표지 이미지

도망치는 게 어때서

고이케 가즈오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읽고있어요

잊어도 괜찮다.⁣

오늘 일어난 별 것 아닌 일을⁣
5년 후, 10년 후에도 기억하고 있을까?⁣
어차피 잊어버릴 일이라면 오늘 잊어도 괜찮겠지. (p.160)⁣


그만큼 강하고 친절하게 ⁣

다른 사람이 나약하다고 느껴지면⁣
나 스스로 그만큼 약해지면 되고⁣
다른 사람이 얄밉다고 여겨 진다면⁣
내가 그만큼 친절해지면 된다. (p.51) ⁣



어쩌면 이 책은 오늘의 나 읽으라고 쓴 책 일지도 모른다. 한마디 한마디가 뼈를 때리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단 한 명의 사람을 표적수사라도 하듯 미워했다. 사실 조금 얄미운 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서 미워”라는 이유를 달기엔 나도 똑같이 유치하고, 똑같이 한심한 사람이 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미워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미워하면 내가 괴롭다고 말하는 이에게 편들지 말라며 투정도 부리고.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았다. 이 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 못할 일들에 왜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 했는가. 뭘 두통약까지 먹어가며 내 스스로를 괴롭힌 걸까 하고. ⁣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작가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품활동을 하고, 84세 눈을 감기 전날까지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해온 작가의 말처럼, 가끔은 하고 싶지 않은 일들로부터 좀 도망친다고 한 들 큰일이 나지도 않는데 우리는 어쩌면 꽤 많은 일들에 의미를 두고, 욕심을 두고, 미련을 두며 살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남이 주지 않은 스트레스를 (사실은 내가 만들어낸 스트레스) 받았다고 착각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사는 걸지도. ⁣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단번에 내 마음이나 생각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책이 아니라 마법이겠지. 허나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적어도 내가 이 문장들에서 느끼는 게 있고,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의 독서가 아니겠는가. ⁣

생각해본다. 몇 년 뒤 잊어버릴 스트레스로 내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타인에 대한 미움보다 내 스스로에 대한 괴롭힘을 행하지는 않았는지. 그래,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 자체가 나에게 득이 된다면 그 또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미움이 나를 괴롭힌다면, 그건 하나도 좋은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도 해가 되는 감정일 뿐이다. 내가 김수환추기경님이나 법정스님처럼 마음 자체를 비울 수는 없겠지만, 나를 위해 조금 더 선한 사람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오늘의 나에게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은 놓고 살아도 된다고- 하루쯤은 일상으로부터 도망쳐도 된다고 말해주는 조금 더 너그러운 내가 되어야겠다. 참 좋은 읽기였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목적으로 지원받았습니다.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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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0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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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사실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 유명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프가 된 스토리가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니까.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일본 아동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작가의 『귀명사 골목의 여름』도 강력추천드린다.) 개인적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배달부 키키”등을 재미있게 본 초등학생이라면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은 무조건 재미있어할 듯하다.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은 가시와바 사치코가 문단에 이름을 알린 첫번째 작품이지만, 첫 작품이라는 단어가 무색할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엄마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기에, 풍덩 빠져 읽는 아이의 모습이 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빠의 권유로 안개골짜기마을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 미나는, 뜻하지 않게 첫날부터 모험을 하게 된다. 경찰관이 그려준 지도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가 우산을 타고 작은 마을에 입성하게 된다. 하숙비를 내기 위해 책방, 도자기 가게, 장난감 가게 등에서 일을 하게 되며 만나게 되는 신비한 사람(그리고 동물)들과 모험은, 책을 읽는 아이들도 함께 풍덩빠져 즐기게 된다.

나 역시 오랜만에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을 다시 읽었는데, 풍성한 상상력이 포함된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이야기에 한층 몰입할 수 있었고, 여자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일러스트는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실 평생 책을 읽어왔고 삶의 모든 구비구비에 책과 함께 해왔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마음이 버거운 날마다 나에게 쉼표를 선물했던 것은 판타지가 아니었나 싶어진다. (세상에 혼자라 느껴질 때는 해리포터를, 소리지르고 싶은 날에는 피마새를 붙잡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처럼 아름다운 판타지가 우리 아이의 삶의 순간들에 함께 하길 바란다. 늘 상상하고 꿈꾸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며칠남지 않은 방학! 우리 아이들이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같은 아름다운 판타지를 통해 아름다운 순간들을 상상하고, 사랑하며 자랄 수 있기를!

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한빛에듀 펴냄

14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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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아이는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할 때에도 자신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못한다.
2. 우리 아이는 화가 많고, 기쁨도 많고 감정표현이 격렬하다.
3. 자신의 기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필요이상의 감정소모를 한다.
4. 우느라고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 상황을 바르게 전달하지 못한다.


이 중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아이의 부모님이라면 이 책은 그냥 지나치셔도 좋다. 이 책은 아직 감정표현에 서툰 우리 아이들의 감정을 안아주고, 감정을 제대로 잘 표현하게 도와주고자 만들어진 책이니까.

이현아 선생님의 감정 문해력 연습책,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는 예일대의 감정지능센터 “무드미터”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책으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좋은 문장을 따라쓰며 마음을 다스리고, 감정 문해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네가지 색으로 나뉘어진 무드미터를 보고 스스로의 감정을 찾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무드미터 그림을 보며, 오늘 내 감정은 어디에 가까운지를 찾아보려할 때, 이미 내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가질 수 있음에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무드미터 그림은 따로 뽑아 아이들의 방에 붙여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의 구성이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각각의 감정을 정의내리고, 오늘의 감정을 기록하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는 문장을 따라쓰도록 만들여졌다. 그래서 아이들은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마주 했는지, 내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였는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분리시켜 보는 것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를 통해 훈련을 거듭한다면 조금 더 능숙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로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 아이가 “분노하다”의 정의를 읽으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내 감정을 오해했네”라는 말을 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 역시 감정을 풀어놓은 의미들을 읽으며 부정적인 감정은 해소되고, 긍정적인 마음은 명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 15분 가량,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거나 파악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생활은 훨씬 편안해지리라 생각한다. 신학기. 아이들의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다. 그럴 때 『감정을 안아주는 말 따라쓰기』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는 책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가정이 되시길!

감정을 안아 주는 말 따라 쓰기

이현아 지음
한빛에듀 펴냄

43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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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이럴 때는 말이야. 고마웠어요, 안녕히 계세요, 이거면 충분하단 말이야. 여기서 배웠잖아?”
소라가 바닥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라 말대로다. 우리는 여기 카에데안에서 배웠다. 소중한 가족과 헤어질 때 ‘미안해’는 필요 없다. 왜냐하면 후회를 품은 채로 이별을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까. 지금까지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에 ‘고마웠어요’라고 말하고,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면서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걸로 충분하다. (p.275)


반려동물이 먼저 죽으면 하늘나라에 갔을 때, 그 반려동물이 마중나온다는 말을 듣고 내가 그랬다. “반려인이 너무 늙어서, 반려동물이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그러자 친구는 “사람이 못 알아볼 일은 있을지 모르지만, 동물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그 대화가 정답일 것만 같아서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살았다. 물론 나는 여전히 반려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지만,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면 그립고 보고싶어서, 그런 상상이라도 해야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쩌면 소설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은 그 그리움에서 시작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늘 함께 했기에, 당연히 계속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이별. 같은 언어를 가지지 못했기에 그 속마음까지 면밀히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이 초대된다. 딱 한 번, 반려 동물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 속에 있던 말들을 전하는 이야기. 지켜준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 같은 마음, 한번도 제대로 안아준 적 없는 것 같은 죄책감 등 반려인의 마음에 남은 순간들을 천천히 꺼내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어쩌면 이별이 “슬픔”보다는 “사랑”이 본질임을 깨달았던 것 같다. 동물을 한번도 키워본 적 없지만, 마지막까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이라 형용하기 어려운 위로와 감동을 얻었다. 미노리와 야히로의 도움으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실 딸아이에 대한 그리움, 와이프에 대한 미안함, 남겨진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라 숙연해졌다.

소설에서는 카페 카에데안에서 겪은 일을 잊게 되지만, 반려동물과의 추억, 스스로의 후회를 반성하고 떨쳐내는 과정을 담고 있기에 어쩌면 아픔을 이기는 과정은 사람의 성장에도 기여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힘든 일을 덮어두기만 하려했던 소극적인 자세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준비되지못한 이별을 보듬어줄 위로의 판타지,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이었다.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필름(Feelm) 펴냄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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