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Edited by
우제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한 해의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감각하는 모든 것이 사뭇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자,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희망이 반짝이는 시간입니다. 이번 연말,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계신가요?

작년 이맘때쯤, 저는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약 10년 정도 직장인으로 살며 몸과 마음이 탈진해 버렸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변화할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일 년이 지난 올해 연말,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저만의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온 걸까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민이 커질수록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러 차례 번아웃을 겪은 후 타인과 상황보다 저 자신이 미워질 때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죠.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는 것을요. 그 질문에 대한 답안지를 채울 수 있게 되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회사 두 곳에서 보낸 약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 주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제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완전히 일에 몰입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살아내던 순간마다 저라는 사람은 조금씩 깎여 나갔고, 10년 차에 접어들 때쯤 제 안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중요한 질문은 바로 나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일과 삶의 이유는 서로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일하는가?”에 대한 대답 속에 저 자신과 제 삶에 대한 질문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이자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이다.
주어진 상황에 내재한
잠재적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의 이유를 찾아낸다.
그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가능하다.

- 죽음의 수용소 중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생각은 분명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만 행복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 퇴사와 도전을 결심한 올해 초까지 저는 나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졌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이고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그 삶을 선택할 용기가 내 안에 있는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홀로 남은 밤 사무실에서, 늦은 밤 퇴근길 동네 공원에서, 자주 가는 카페 창가에 앉아서, 즐겨 찾는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재운 밤 책상 앞에서, 홀로 떠난 여행지의 바닷가에서. 다양한 곳에서 홀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저 자신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해 보았습니다. 이 때 떠오른 생각을 글로 쓰고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제가 주인공이 된 이야기가 제 안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를 둘러싸고 있던 타인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기대,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 주변인의 판단과 충고, 시대와 사회의 그늘 등 겹겹이 쌓인 껍질을 하나씩 벗겨 나갔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선택 중 대부분은 진정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어느 순간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가진 것을 버릴 용기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용기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이직 대신 퇴사와 휴식을 선택하면서 저는 앞으로 제 삶의 시나리오를 그렸습니다. 이야기 바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올 해 제 최고의 책 중 하나인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의 저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자기의 감정과 경험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해서 삶을 자신의 뜻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아내야 할 이유를 찾은 지금, 저는 직장 생활과 올 한 해 동안 느낀 감정과 겪은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해석은 새로운 의미를 낳고, 제 이야기를 제 뜻대로 전개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 동기부여 되어 있고, 하루하루를 꾸준하고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 모든 삶은 흐른다


또 다른 올 해 최고의 책, 『모든 삶은 흐른다』(로랑스 드빌레르)의 한 구절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 삶은 바다처럼 오르락내리락 소란스러운 이야기가 되어 흐릅니다. 거친 파도와 강풍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을 조종하는 선장이 되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까요?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도전을 그리는 여러분. 이번 연말에는 잠시라도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오롯이 자기 자신을 마주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삶에서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인생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러분 자신임을 부디 잊지 말아 주세요. 바로 그 곳에서부터 새로운 도전의 이야기가 쓰여질 것입니다.
읽고 쓰며 사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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