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끝 맛도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진다면

Edited by
로빈
인생의 모든 시간이 달콤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2023년의 첫 날이 밝았을 때, 일기장에 달콤한 꿈과 목표, 올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인심 좋게 팍팍, 뿌려 넣을 때만 해도 올 한해는 달달한 맛으로만 가득할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아직 진짜 단맛은 느껴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올해가 100일도 안 남았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올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단맛은 커녕 씁쓸함이 몰려오네요. 처음 마음 먹었던 것과는 다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올해 역시 작년 이상으로 알차고 생산적으로 살지는 못했다는 자괴감이 서서히 올라옵니다.


‘좀 더 다채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 해가 아니었을까, 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목표는 꼭 지켰어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배달음식을 좀 더 줄였어야 하지 않을까, 건강을 더 챙겼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 관계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타인을 만족시키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은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이죠. 이뤄낸 것보다 이뤄내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고 느껴질 때 쯤, 슬슬 올해를 그냥 흘러 보낸 나 자신이 조금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어째서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는지, 더 대단한 한해를 보내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자꾸 다그쳐 묻게 되기도 합니다. 한 해의 끝 맛이 자꾸만 씁쓸해지는 순간입니다.
가끔 나는 내게
남보다도 못한 존재가 된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나는 나 자신에게 남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부족하고 못난 부분은 셀 수 없이 많이 보이지만 잘나고 좋은 부분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어쩐지 딱히 칭찬해주고 싶지 않게 느껴지죠. 그보다 대단하고 잘난 요소를 갖춘 사람들이 주변에 훨씬 많으니까요.


더 나아져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보니, 결국 나 자신에게는 남들 대하듯 친절하지 못합니다. 타인이 나에 대해서 칭찬을 건네는 말도 어쩐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냥 나를 위로하려고 하는 거짓말처럼 들리기도 하죠. 결국 나는 자신과 타인,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칭찬과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실제로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한 사람인데 어떡하라는 건가요?’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말꼬리를 잡아볼까요. 당신은 정확히 누구보다 부족한 사람인 건가요? 그 누군가보다 당신이 잘 나야 하는 이유는 뭐고요? ’누군가보다 못난 것 같은 감각, 누군가에게 뒤지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누군가‘는 사실 ’나 자신이 만든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내가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저 사람보다 더 돈이 많고, 더 큰 회사에 다니고, 더 능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와 같은 마음은, 언뜻 보기에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비교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변화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저 사람보다 아름답지 않아'라는 자책에는 '나는 원래 저 사람보다는 아름다운 사람이어야 해'라는 본심이 숨어있고, ‘나는 너무 게을러‘라는 자책에는 ’나는 항상 시간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쓰는 사람이어야 해‘라는 본심이 숨어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은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죠. 모든 사람들이 ’넌 정말 아름답고 항상 생산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도, 정작 나 자신이 그 말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 말은 영영 입 바른 거짓말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평가였던 거죠.
처음부터 내 인생의 무대에는
나만 있을 뿐, 관객은 없다
나 자신이 못나게 느껴질 수록, 그만큼 우리는 우리 자신이 더욱 굉장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기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미워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만큼 우리 자신을 사랑해서라는 이야기지요.
우리 자신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허들을 높이고, 더 세게 채찍질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는 나 자신의 충만감과 완전함을 느낄 때 행복해져요.


우리 존재는 채찍만큼이나 당근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당근은 오롯이 우리 자신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안에 혐오라는 채찍으로만 표현되고 있었던 자기애를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자신에게 돌려줄 때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포용과 인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내면 속 나 자신을 마주해보세요. 그리고 꽉 한번 안아주세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세요.
여러분의 인생이라는 무대에는 오롯이 여러분 자신만 서 있습니다. 관객은 아무도 없어요. 때로는 그 사실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우리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긴장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도 있죠. 틀리고, 도중에 웃음이 터져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무대니까요.
스스로가 마주하고 있는 자존감의 문제로부터 자기애를 발견하고, 내가 나를 사실은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서 보이는 좋은 점들을 하나 하나 공들여서 애정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해도 정말,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동안 당신이 당신을 몰아세웠음에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당신을 조금 더 사랑해도 세상은 놀랍도록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내면에선 좋은 일이 벌어지겠지요.

행복한 하루라는 좋은 일요.


오늘 하루는 오롯이 자기 자신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에디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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