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사랑이라니, 선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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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15.10.3

페이지

156쪽

이럴 때 추천!

달달한 로맨스가 필요할 때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관계 #사랑 #연애 #오므라이스 #짝사랑 #타인

상세 정보

사랑보다 관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세상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연인들의 이야기

김연수 장편소설. 1994년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김연수. 다채로운 그의 소설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인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그것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이는데,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취재와 관련 자료를 샅샅이 탐독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김연수의 이 말은 작법이 아닌 어떤 마음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짧은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그답게 '사랑'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살폈고, 다만 이전과 달리 좀더 경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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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10

임은정님의 프로필 이미지

임은정

@imeunjung

🖋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를 담은 책. 이책을 읽고 나서야 왜 새로운 사랑을 할 수록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꼭 읽어야 할 책!

🔖 하지만 사랑이 끝나면 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사랑의 종말이 죽음으로 비교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데, 그러면서 무한히 확정됐던 '나'는 죽어버린다. 진우의 말처럼 한번 끝이 난 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사랑의 종말도그와 마찬가지다. 확장이 끝난 뒤에는 수축이 이어지게 된다. 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혼자서 빠져나올 때마다 뭔가를 빼놓고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사랑의 되풀이 될수록 그 관계 속으로 밀어 넣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게 되는데, 그건 이제 불타는 사랑이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소진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랑에 소진될 수 없을 때, 우리는 사랑외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실연의 상처로 멸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그럭저럭 굴러온 셈이다.

🔖 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냐는 미항공우주국의 업무지만, 우리가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느냐는 스스로 대답할 문제다. 그건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느냐,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깊이 사랑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사랑은 우리의 평생 교육 기간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통에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들의 학교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낼 때까지 우리는 계속 낙제할 수밖에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할 테니, 결국 우리가 그 학교에서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0년 9월 3일
0
소희님의 프로필 이미지

소희

@sohee1h51

“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하게 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다락같던 '나'에게서 벗어나 엉거주춤 관계 속에 집어 넣었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챙겨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은 우연히 발견한 초등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일과 비슷하다. 내가 그렇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슬픔이란 유행가 가사에나 나오는 얘기인 것 처럼 늘 맑게 웃었구나, 참 떼도 많이 쓰고 참을성도 없었구나 등등의 회환이 들면서 그런 자신을 아련하게 그리워하게 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p46)

“젊은이들은 아직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랑을 찾아 헤맨다.” (p47)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된다. 비밀은 사라졌다고, 서로의 존재는 백열등처럼 환하게 드러나게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태는 깊은 사랑이 아니라 깊은 착각에 가깝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한 타인이다. 우리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p89)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20년 3월 7일
0
사유님의 프로필 이미지

사유

@xomw8phs0acm

사랑이라니, 선영아
그 말에는 느낌표가 혹은 물음표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문장부호가 어울릴까.
책을 덮고 그 어떤 문장부호도 필요하지 않는 그저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가장 적합했음을 느꼈다.

이리도 무거운 사랑을 그들은 가볍게 그저 술 한 잔과 함께 내뱉는다. '나'에 대한 확장과 수축의 시간들, 사랑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2019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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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김연수 장편소설. 1994년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김연수. 다채로운 그의 소설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인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그것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이는데,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취재와 관련 자료를 샅샅이 탐독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김연수의 이 말은 작법이 아닌 어떤 마음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짧은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그답게 '사랑'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살폈고, 다만 이전과 달리 좀더 경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이다.

출판사 책 소개

1994년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김연수. 다채로운 그의 소설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인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그것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이는데,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취재와 관련 자료를 샅샅이 탐독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김연수의 이 말은 작법이 아닌 어떤 마음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짧은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그답게 ‘사랑’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살폈고, 다만 이전과 달리 좀더 경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이다.

여전한 우리의 화두, 사랑!
위트 넘치는 비유와 풍부한 패러디로 가득한, 김연수식 사랑에 대한 모든 것


김연수가 말하는 특별판 소설에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문장 자체를 체화한 듯한, 변함없는 사랑은 존재하며 그것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믿는 광수. 이에 ‘아니, 사랑이라니’라고 반문하며 낭만적 사랑이란 자본주의사회의 공산품일 뿐이라 여기는 그의 대학 동창 진우. 그리고 영혼의 질이 이렇게나 다른 둘 사이의 유일한 교집합인 선영. 선영이 진우와 사귀기 전부터 13년 동안 그녀만을 짝사랑해오다 마침내 그녀와 결혼하게 된 광수이니, 그의 평소 지론대로라면 그의 사랑은 결혼과 함께 완성되었고, 이후의 시간이란 그 사랑이 어떠한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삶일 것이다. 하지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완전했던 선영에 대한 그의 사랑은 결혼식 당일에 생겨난 사소한 균열을 계기로 이후 서서히 갈라져버리게 된다. 반면, 과거 사랑했던 여자란 단지 ‘Y염색체가 결여된 인간’일 뿐이라 여기는 진우 앞에 오래전 연인인 선영이 광수의 아내가 되어 등장할 때, 그의 입에서는 그가 그렇게나 부정했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그야말로 “참 내, 내가 왜 이러지?”의 상태가 되는 것, 자신에게는 있는 줄도 몰랐던 어떤 면면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김연수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사랑해”라고 말한다는 건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만 ‘진실로 연애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 삼차방정식 그래프를 그리는 일이나 주기율표를 작성하는 일은 곧 까먹겠지만, “사랑해”라고 말한 경험은 영영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67~68쪽)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쫀쫀한’ 인간인지, 혹은 얼마나 ‘얼멍얼멍한’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재질문하며 사랑의 본질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한편, 그 배면으로는 대중문화 기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패러디를 깔아놓아 김연수식 사랑학개론에 풍부함과 유쾌함을 더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부터 “문학도 모르는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이라는 한 개그 프로그램 속 캐릭터의 유행어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인물들의 목소리로 화해 생기 있게 발설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 소설을 ‘어휘용례사전’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안에는, ‘고자누룩하다’ ‘아령칙하다’ ‘찌물쿠다’ 등 신선한 어휘들이 등장해 소설에 실감을 불어넣는다.
이 짧은 소설에서도 김연수는 그답게 진지함과 유쾌함 사이를, 익숙한 것과 전혀 새로운 것 사이를, 통통 튀는 걸음으로 발빠르게 옮겨다니며 그만의 지적인 사랑론 하나를 펼쳐 보인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기 위해 이 소설을 펼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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