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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25.2.15
페이지
272쪽
상세 정보
제목이 암시하듯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허먼 멜빌이 거대한 흰 고래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의 입을 빌려 그토록 방대한 서사시를 써냈듯 홍한별 번역가는 이 책의 열네 장에 걸쳐 끝내 완성되지 않을 번역에 대한 글을 책장 위에 그린다.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 절대적인 사랑이 추동한 집요하고도 아름다운 글쓰기의 모험. 언어와 언어 사이 새하얀 진공에 다가가려는 도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번역이라는 축에 의해 떠오르고 연결된다.
홍한별 번역가는 지난 20여 년간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하며 평단과 독자의 아낌을 받아왔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으로 한 해 출간된 영문학 번역서 중 한 권의 번역가에게 수여하는 유영번역상을 수상했고, 2024년 서점가를 휩쓸며 다수의 언론과 독자가 최고의 책으로 호명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번역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데버라 리비, 수전 손택, 시그리드 누네즈, 리베카 솔닛, 조앤 디디온,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이 홍한별의 번역으로, 그가 쓴 우리말로 독자를 만났다. 무한에 가까운 단어들의 목록으로 사전의 세계를 섬세하게 어루만진 『아무튼, 사전』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되는 단독 저서인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텍스트의 이면을 꿰뚫어 그 너머의 침묵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 번역에 관한 에세이다.
상세정보
제목이 암시하듯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허먼 멜빌이 거대한 흰 고래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의 입을 빌려 그토록 방대한 서사시를 써냈듯 홍한별 번역가는 이 책의 열네 장에 걸쳐 끝내 완성되지 않을 번역에 대한 글을 책장 위에 그린다.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 절대적인 사랑이 추동한 집요하고도 아름다운 글쓰기의 모험. 언어와 언어 사이 새하얀 진공에 다가가려는 도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번역이라는 축에 의해 떠오르고 연결된다.
홍한별 번역가는 지난 20여 년간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하며 평단과 독자의 아낌을 받아왔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으로 한 해 출간된 영문학 번역서 중 한 권의 번역가에게 수여하는 유영번역상을 수상했고, 2024년 서점가를 휩쓸며 다수의 언론과 독자가 최고의 책으로 호명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번역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데버라 리비, 수전 손택, 시그리드 누네즈, 리베카 솔닛, 조앤 디디온,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이 홍한별의 번역으로, 그가 쓴 우리말로 독자를 만났다. 무한에 가까운 단어들의 목록으로 사전의 세계를 섬세하게 어루만진 『아무튼, 사전』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되는 단독 저서인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텍스트의 이면을 꿰뚫어 그 너머의 침묵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 번역에 관한 에세이다.
출판사 책 소개
모든 것을 표상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나타내지 않는 공허
텍스트 위에 흩뿌려진 하얀 물감 얼룩, 번역, 그 흼에 대하여
클레어 키건, 조앤 디디온, 수전 손택의 번역가 홍한별 에세이집
제목이 암시하듯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허먼 멜빌이 거대한 흰 고래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해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의 입을 빌려 그토록 방대한 서사시를 써냈듯 홍한별 번역가는 이 책의 열네 장에 걸쳐 끝내 완성되지 않을 번역에 대한 글을 책장 위에 그린다.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 절대적인 사랑이 추동한 집요하고도 아름다운 글쓰기의 모험. 언어와 언어 사이 새하얀 진공에 다가가려는 도전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번역이라는 축에 의해 떠오르고 연결된다.
홍한별 번역가는 지난 20여 년간 100여 권의 책을 번역하며 평단과 독자의 아낌을 받아왔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으로 한 해 출간된 영문학 번역서 중 한 권의 번역가에게 수여하는 유영번역상을 수상했고, 2024년 서점가를 휩쓸며 다수의 언론과 독자가 최고의 책으로 호명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번역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데버라 리비, 수전 손택, 시그리드 누네즈, 리베카 솔닛, 조앤 디디온,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이 홍한별의 번역으로, 그가 쓴 우리말로 독자를 만났다. 무한에 가까운 단어들의 목록으로 사전의 세계를 섬세하게 어루만진 『아무튼, 사전』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되는 단독 저서인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텍스트의 이면을 꿰뚫어 그 너머의 침묵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 번역에 관한 에세이다.
번역은 몸을 바꾸는 일, 변신이자,
고집스러운 짐승이 인물의 자리에 들어서는 메타포다
언어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 한 자리에 고정하려는 번역이 언제나 무언가를 조금씩 저버리고 배신하는 일이라면, 글자를 옮기는 과정에서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면, 번역가는 언어의 하얀 진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는 번역을 이론으로 정리하거나 번역의 정의를 규명하는 데 주안을 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메타포라는 강력한 장치를 사용해 번역에 우회적으로 다가선다. 일찍이 리베카 솔닛이 일견 관련 없어 보이는 존재들을 메타포로 연결시키는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이 “기계로 수행될 수 없는 인간적 생각의 본질”이라고 말했듯, 이론과 우화, 역사와 문학에서 번역의 메타포를 가져와 조각보를 짜내는 이 작업은 섬밀하고 정교한 언어 세계를 향한 믿음을 가장 ‘인간적인’ 형식과 유려한 텍스트로 보여주고 있다.
번역의 사례를 들고, 번역을 해부하고, 번역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이 가져오는 이론의 조각과 문학의 메타포 들은 나열하기만 해도 흥미롭다. 『모비 딕』의 이슈메일이 집요하게 좇은 거대한 흰 고래에서 시작해, 벤야민이 극강의 직역을 주장하며 추구한 ‘순수 언어’, 언어와 번역에 관한 가장 오래된 은유인 바벨, 나보코프가 『예브네기 오네긴』을 번역하며 쌓은 주석의 탑, 이상한 나라에서 내가 하는 말이 내가 의미하는 것인지 혼동하는 앨리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 기표와 기의의 결속,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횔덜린의 ‘미친’ 번역, 앙토냉 아르토가 광기의 치료제로 처방받은 「재버워키」 번역,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루바이야트』를 극도로 길들이면서 완성한 진부함의 결정체, 국제적으로 벌어진 『채식주의자』 번역의 충실성 논쟁, 여성 번역가가 옮긴 최초의 영역본인 에밀리 윌슨의 『오뒷세이아』, 진 스태퍼드의 「러브 스토리」를 번역하는 오기방 번역가와 홍한별 번역가 사이 66년의 시차…. 번역에 관한 이토록 독특하고 다채로운 화제들을 연결시켜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결속을 이루어내는 짜릿한 지적 여정은 흔히 ‘직역 대 의역’ 논쟁으로 수렴되는 번역에 관한 이야기에 지평을 넓힐 뿐 아니라, 탁월한 에세이스트이자 스토리텔러로서 홍한별 번역가의 저력을 보여준다.
절대적으로 숭앙해야 하는 원문의 권위라는 것은 없다
번역은 원본이 그 자체로 완결성과 근원성을 지닌다는 신화를 무너뜨린다
저자가 「성경과 옥수수빵」에서 처음 영어를 읽고 싶어 했던 때를 떠올리며 번역의 충동과 식민주의적 맥락을 연관 짓는 것은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다. 식민 지배를 받는 이들이 지배자의 책을 베끼고 해석하고 오독하며 절대적 진리로서의 책의 권위가 해체되는 과정은, 쓰인 시점에서 못 박혀 고정되어버린 원본이 번역을 거쳐 다시 살아나는 과정과 닮았다. 우리는 번역을 가리켜 언어의 한계에 대한 증거라고, 번역은 무언가를 항상 배신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번역의 불가능성은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언어의 빈틈, 행간, 침묵, 여백을 읽는 수많은 방식은 원본을 현재의 요구에 적응하며 새로 태어나게 만든다. “온 힘을 다해 꽉 붙들고 절대 놓아주지 않으면” 텍스트 이면에 담긴 진실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을, 홍한별 번역가는 이 책을 통해, 그가 지금껏 옮겨온 수많은 책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틈새에 있는 번역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지배 서사에 균열을 만들어 주변화된 목소리가 들리게 한다. 번역은 원본이 그 자체로 완결성과 근원성을 지닌다는 신화를 무너뜨린다. 번역은, 이종교배는, 혼종은 원본을 변형하고, 아버지를 살해하고, 혹은 아버지를 삼키고, 거기에 내 모습을 입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최초 장면’의 트라우마를 길들인다. —본문 190면
원본은, 이미 죽어 있는 원본은 번역이 없으면 정전이 되지 못한다. 원본은 번역되면 될수록 정전으로서 위치가 굳어진다. 드 만은 원본이 번역을 필요로 하므로 순수하게 그 자체로 정전일 수 없고, 또 번역될 수 있으므로 최종본이 될 수도 없다고 한다. 번역은 원본을 정전화하고, 잠정적으로 동결하며, 이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원본의 유동성과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서양 문학의 시조인 『오뒷세이아』도 끊임없이 번역되지 않으면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다, 다양한 번역이 여러 목소리를 낼 때마다, 고정되고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원본이라는 신화는 무너진다. 번역을 통해 우리는 원본을 받아들이며 영향을 받아 달라지지만, 원본도 늘 번역을 겪으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다시 복원되고 변모한다. 『오뒷세이아』 4장에 나오는 해신(海神) 프로테우스는 사자, 뱀, 나무, 물 등 어떤 모습이라도 될 수 있지만, 온 힘을 다해 꽉 붙들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으면 변신하기를 포기하고 진실을 들려준다. 번역도 때로는 그렇게 꽉 붙드는 일이다. 무수히 변하는(폴리트로폰) 원본을 고정하고 틈새에 스며 있던 의미까지 꽉 짜내어 진실을 듣기 위해서. —본문 204-2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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