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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25.2.14
페이지
228쪽
상세 정보
정반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상황은 로맨스 장르의 유구한 클리셰 중 하나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존재가 갖가지 난관을 헤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란 그토록 매력적이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또한 이 공식을 따르지만, 클리셰가 인물을 넘어 소재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짙은 호소력을 지닌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두 수록작을 이끌어 가는 소재는 죽음과 호르몬이다. 〈로으밤 로으밤〉의 주인공 록기는 자신이 며칠 뒤에 죽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주인공 세린은 ‘사랑 호르몬’을 잃은 상태이고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행복이며 낭만과는 거리가 한참 먼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두 사람은 독특한 출발점만큼이나 색다른 전개를 거쳐 자신이 로맨스 스토리의 주인공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김효인 작가는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로 화제를 모은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SF8’ 중 한 작품인 〈우주인 조안〉의 원작자다. 황폐해진 세상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을 따스하게 그려 냈던 작가는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조금 더 낯선 각도로 사랑을 조명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담은 작품들은 흥미로운 연애담이자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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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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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정반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상황은 로맨스 장르의 유구한 클리셰 중 하나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존재가 갖가지 난관을 헤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란 그토록 매력적이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또한 이 공식을 따르지만, 클리셰가 인물을 넘어 소재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짙은 호소력을 지닌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두 수록작을 이끌어 가는 소재는 죽음과 호르몬이다. 〈로으밤 로으밤〉의 주인공 록기는 자신이 며칠 뒤에 죽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주인공 세린은 ‘사랑 호르몬’을 잃은 상태이고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행복이며 낭만과는 거리가 한참 먼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두 사람은 독특한 출발점만큼이나 색다른 전개를 거쳐 자신이 로맨스 스토리의 주인공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김효인 작가는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로 화제를 모은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SF8’ 중 한 작품인 〈우주인 조안〉의 원작자다. 황폐해진 세상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을 따스하게 그려 냈던 작가는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조금 더 낯선 각도로 사랑을 조명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담은 작품들은 흥미로운 연애담이자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의 기록이다.
출판사 책 소개
사랑을 모르는 자에게 닥친 죽음
〈로으밤 로으밤〉의 주인공 록기는 사랑을 모른다. 타고난 집돌이인 데다 연애와 결혼을 금지하는 직장에 소속된 재택근무자라 오랫동안 홀로 지내 왔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느껴 왔기에, 보통은 버겁다고 느낄 만한 직장의 근무 조건이 오히려 달가웠다. 로맨틱한 감정에 대한 욕구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채우면 그만이었다. 록기는 자신의 삶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 삶이 내일모레 밤에 끝난다는 정보를 얻게 되기 전까지는. 죽음의 시기를 예측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인 록기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하고 만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 일을 고민하다가 자신이 죽게 될 다음 날 방영될 드라마의 마지막 회와 우리나라 대표 팀의 월드컵 8강전을 떠올린다. 하루만 더 살면 모두 볼 수 있다. 록기는 시차를 이용해 삶을 조금만 더 늘리기로 결심하고 목적지를 하와이로 정한다.
휴가철이라 하와이 직항 편을 구하지 못한 그는 여러 도시를 경유하는데,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행객 라라와 뜻밖에도 동행하게 된다. 더욱 뜻밖인 지점은 라라에게 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록기는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죽음이 드리운 그림자는 록기의 마음에 제동을 건다.
사랑을 믿지 않는 자에게 닥친 이별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주인공 세린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의 분비가 멈추면 사랑은 끝나니, 영원히 사랑하는 일이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린의 사랑 호르몬들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더 일찍 사라졌다. 호르몬 조절제 개발 과정에서 실시된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가 부작용을 겪게 된 것이다. 연인에 대한 애착과 관계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작용이 전염된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는 바람에 자가 격리 대상이 되어 버렸다.
자가 격리 대상자는 임상 시험 참여자와 그의 동거인이다. 세린은 남편인 우연과 함께 격리되었다. 문제는 두 사람이 부부이기는 하지만 이혼 준비 중이었다는 점, 그리고 영화감독인 우연이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잔뜩 예민해진 두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서로에게 날을 세운다.
사랑이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
세린은 집에 갇혀 있기도 하고 과학적 사실에 갇혀 있기도 하다. 호르몬 수치가 곧 사랑의 지표라 굳게 믿고 있기에 호르몬의 작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록기는 연애와 담을 쌓듯이 지내 온 자신의 과거와 머잖아 닥칠 자신의 죽음에 갇혀 있다. 사랑이 찾아왔음을 바로 감지하지 못하고, 겨우 감지한 뒤에는 마음을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구원의 실마리는 스스로 들어간 감옥의 바깥에 있다. 세린이 신봉하는 과학은 믿음직스러운 학문이지만 아직 인간의 모든 행동을 분석해 내지는 못했다. 록기는 자신의 처지를 상기하며 애써 기쁨을 마다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록기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는, 곧 죽게 된다는 사실보다는 사랑을 향한 스스로의 의지다.
이 지점에 이르면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만난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닌 결의이자 판단이고 약속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이란 뜻하지 않은 감정에 수동적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니, 과연 세린과 록기가 끄덕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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