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팀 블랙번 지음 | 김영사 펴냄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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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12.20

페이지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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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안에는 40억 년의 지구가 들어 있다. 작은 생명의 거대한 세계로 만나는 냉혹과 우연의 생태학. 나방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한 생태학자가 작은 나방으로 거대한 자연의 퍼즐을 맞추어나간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나방의 탄생과 죽음을 생생히 관찰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에 깃든 생존과 번식, 자원과 경쟁, 피식과 포식, 군집과 이주의 규칙을 하나의 지도로 연결한다.

혼돈과 질서가 뒤얽힌 이 지도는 법칙이 있는 듯하면서도 없고, 자주 우연에 좌우되며, 인간의 방정식으로는 전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경이롭다.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시적인 문체로 ‘다양성’의 감각을 길러주는 생태학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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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이라는 생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나방을 향한 열정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다양한 나방의 생태를 탐구하며, 그것이 우리 환경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나방이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방 한 마리의 생사가 다른 생물과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지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시간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이 ‘멸종’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기를 바라며, 나 또한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 409
인류는 끝없는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체군, 군집, 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답을 미리 말해주자면, 우리 인간일 것이다.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팀 블랙번 지음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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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나방 안에는 40억 년의 지구가 들어 있다. 작은 생명의 거대한 세계로 만나는 냉혹과 우연의 생태학. 나방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한 생태학자가 작은 나방으로 거대한 자연의 퍼즐을 맞추어나간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나방의 탄생과 죽음을 생생히 관찰하는 동시에, 그들의 삶에 깃든 생존과 번식, 자원과 경쟁, 피식과 포식, 군집과 이주의 규칙을 하나의 지도로 연결한다.

혼돈과 질서가 뒤얽힌 이 지도는 법칙이 있는 듯하면서도 없고, 자주 우연에 좌우되며, 인간의 방정식으로는 전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경이롭다.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시적인 문체로 ‘다양성’의 감각을 길러주는 생태학 입문서다.

출판사 책 소개

“규칙은 삶의 양상을 정의하고, 운은 그것에 색을 입힌다”
매일 밤 어둠 속에서 관찰한 자연의 숨겨진 법칙

2016년 7월 10일,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맞붙은 UEFA 유로 2016 결승전의 주인공은 승리한 포르투갈도, 패배한 프랑스도 아니었다. 그날 밤 경기장을 뒤덮고, 부상으로 쓰러진 호날두 선수의 눈썹에도 내려앉은 비녀은무늬밤나방이었다. 주로 밤에 활동해 인간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나방이 왜 단체로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이는 오랜 진화가 나방의 삶에 빚어놓은 규칙의 결과다. 빗방울 무게에 불과한 작은 나방은 그들의 조상이 그래왔듯 성장과 번식을 위해 대륙을 횡단했고, 다른 나방처럼 달빛과 별빛을 기준 삼아 직선 경로를 따라갔다. 그러나 큰 경기를 앞두고 밤새 불을 켜둔 파리의 경기장은 이들의 감각을 교란했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비행하던 그들을 끌어내렸다. 나방은 빛을 쫓은 것이 아니라 빛에 갇힌 셈이다.
30년 넘게 생물 다양성 연구에 몰두해온 생태학자인 저자는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The Jewel Box)≫가 나방에 관한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봉쇄된 시기, ‘나방 덫’에 찾아온 나방의 이름을 찾고 놓아주는 취미에 빠져든 저자는 점차 생태학자의 시선으로 나방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한정된 자원 위에서 이루어지는 생존과 번식, 피할 수 없는 탄생과 죽음의 길목에는 생태학이 있었다. 나방의 생태계는 프랙털처럼 자연의 규칙을 반영한다. 이 책은 나방의 삶과 죽음 속에서 생태학의 여러 이론과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이끈다.

벌만큼 귀하다, 나비만큼 예쁘다!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나방

이 책은 보잘것없다고 여겨온 동물의 어마어마한 진실을 하나씩 보여준다. 우선, 나방은 벌 못지않은 중요한 수분 매개자다. 그러나 밤에 활동한다는 이유로 낮에 활동하는 인간에게 거의 주목받지 못할뿐더러 나방을 만지고 눈을 비비면 실명된다거나, “예쁘면 나비, 못생기면 나방” 같은 근거 없는 구별법 속에서 혐오에 시달린다. 그러나 우리가 찬양하는 나비도 생물학적으로 이 거대한 종족의 일원이다. 낮에 활동하는 나방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인류는 이 어둠 속 생물에게 수천 년간 식량과 옷을 빚져왔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나방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은 어떤 열매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방은 대부분 작으며, 짧고 굵게 산다. 나방은 아무리 커도 포식자인 새나 박쥐에게 맞설 수 없다. 따라서 몸집을 키워 양질의 알을 낳는 대신, 덜 성장하더라도 잡아먹히기 전에 빨리 알을 낳기로 ‘선택’했다. 생태학의 렌즈로 보면 나방이 저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방은 모든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나방 덫’에 날아드는 나방의 종류와 수는 이웃이 심은 식물에 따라 달라지고, 영겁의 시간과 대륙의 작용도 얽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환경이라는 ‘서사’를 떼어놓은 채 나방만 이야기해서는, 나방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외래종은 파괴자일까 구원자일까?
멸종을 둘러싼 이주의 힘 그리고 딜레마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시대에 이주는 생태학의 중요한 주제다. 이주해온 개체는 줄어드는 기존 개체군을 멸종위기에서 구할 수 있고, 황무지를 개척할 수도 있다. 애벌레 시절을 연못에서 보내는 물베니어나방은 개별 연못이 마르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지만, 이들이 성충이 되어 가까운 연못으로 날아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연못이 마를 확률은 거의 없으므로 종이 멸종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이다. 사실 토착종으로 불리는 것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주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종의 이주가 없었다면 세상 대부분의 지역은 생명체가 전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갈수록 파괴되는 상황에서 이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생태학에는 ‘도움 이주’라는 개념이 있다. 기후위기 등의 변화 속에서 멸종위기종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이 개체를 분포 한계 너머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전부 알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인간의 방식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사후 수습보다는 사전에 파괴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운다.

경이롭게 뒤엉킨 강둑의 세계
다양성이 사라질수록 불운도 잦아진다!

멸종이 가속화하면서 ‘생물 다양성’은 점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 다양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희귀종을 잘 보존하면 될까? 이 책은 오히려 흔한 종의 소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흔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종이 포함된 생태계 전체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방은 대부분이 흔한 종에 속하는데, 오늘날 개체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얕게 퍼져 있어 그들의 생태계는 살얼음처럼 위태롭다.
이 책에 따르면 멸종 자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종분화와 함께 멸종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지탱해왔다. 현재 멸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멸종이 발생하는 속도 때문이다. 야생에서 개별 종은 언제든 우연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개입은 종이 이러한 불운에 더 취약해지게 만들고, 불운을 더 자주 마주하도록 만든다.
찰스 다윈은 생태계를 다양한 식물과 새와 곤충과 애벌레가 뒤덮인 ‘뒤엉킨 강둑’에 비유했다. 저자는 ‘뒤엉킨 강둑’이 그 너머의 더 큰 환경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뒤엉킨 강둑에는 그곳에 사는 동식물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대륙과 시간의 작용도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러한 상호작용의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알아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세계를 지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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