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 모요사 펴냄

오키나와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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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7.8

페이지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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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오키나와 스파이』가 출간됐다. 그는 그간 “독특한 소재와 형식, 특유의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작품들에 이어 역사를 소재로 시대의 아픔과 내몰린 자들의 고통을 특유의 서사와 언어로 써왔다. 그의 문학세계는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줬다. 일본군‘위안부’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에서 동아시아로 상상력을 펼쳤고 중앙아시아로(『떠도는 땅』), 일본 · 중국 · 만주로(『잃어버린 사람』) 사유의 폭을 넓혔다. 마침내 이 소설에서는 오키나와로 확장됐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반도와 대륙을 넘어 아시아의 남도에까지 뻗쳤다.

이번 신작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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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일본이지만 오키나와인은 일본인인가?

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모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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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오키나와 스파이』가 출간됐다. 그는 그간 “독특한 소재와 형식, 특유의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작품들에 이어 역사를 소재로 시대의 아픔과 내몰린 자들의 고통을 특유의 서사와 언어로 써왔다. 그의 문학세계는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줬다. 일본군‘위안부’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에서 동아시아로 상상력을 펼쳤고 중앙아시아로(『떠도는 땅』), 일본 · 중국 · 만주로(『잃어버린 사람』) 사유의 폭을 넓혔다. 마침내 이 소설에서는 오키나와로 확장됐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반도와 대륙을 넘어 아시아의 남도에까지 뻗쳤다.

이번 신작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출판사 책 소개

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출간
구메지마 조선인 일가족 참살 사건, 최초로 소설화!


이 시대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김숨의 12번째 신작 장편소설 『오키나와 스파이』가 출간됐다.
그는 그간 “독특한 소재와 형식, 특유의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작품들에 이어 역사를 소재로 시대의 아픔과 내몰린 자들의 고통을 특유의 서사와 언어로 써왔다. 그의 문학세계는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줬다. 일본군‘위안부’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에서 동아시아로 상상력을 펼쳤고 중앙아시아로(『떠도는 땅』), 일본 · 중국 · 만주로(『잃어버린 사람』) 사유의 폭을 넓혔다. 마침내 이 소설에서는 오키나와로 확장됐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반도와 대륙을 넘어 아시아의 남도에까지 뻗쳤다.
이번 신작은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 본섬 서쪽의 작은 섬 구메지마(久米島)에서 실제로 벌어진 참혹한 학살 사건을 다룬다. 일본군이 선량한 주민 20명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학살당한 20명의 주민, 그중에는
갓난아기를 포함한 조선인 일가족 7명도 있었다!


김숨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참고자료를 탐독했고, 구메지마를 비롯해 오키나와 여러 곳을 수차례 답사했다. 여러 작품들에서 그가 꾸준히 보여준, 보이지 않는 과거(역사)를 현재로 소환해 재현하려는 ‘기록’과 ‘증언’의 문학적 실천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일본 제국의 광기 어린 폭력이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유린한 역사의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당시 구메지마는 차마 감당할 수 없는 폭력과 죽음이 난무했다. 생명과 삶이 가차 없이 파괴된 무간지옥이 펼쳐졌다. 스파이 혐의로 민간인들이 일본도와 총검에 처형됐고, 살해당한 이들의 가족이 비통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십 대 소년들이 이웃들을 무자비하게 칼로 찔러 죽였다. 전쟁의 폭력과 스파이 공포증이 이 섬을 뒤덮었다. “미군 삐라를 줍는 사람, 미군에게 겁탈 당한 여자, 미군에게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사람. 오키나와 말을 해도, 섬 사투리를 써도 스파이다. 군인들보다 좋은 음식을 먹어도 스파이다.”(122쪽) “기무라 총대장이 스파이라고 하면 스파이다.”(99쪽)
일본군은 우군이 아니었다. 주민 전체를 잠재적 스파이로 간주해 스파이 혐의를 씌울 자들을 찾는 데 혈안이었다. 그리고 ‘스파이 장부’에 이름이 오른 자들을 인정사정없이 처단했다. 그중에 ‘구중회’(具仲會, 일본 명 다니카와 노보루)의 일가족 7명도 있었다.
구중회(소설에서는 ‘조선인 고물상’으로 등장)는 오키나와 여성과 결혼한 후 오키나와 본섬에서 구메지마로 흘러들어온 51세의 성실하고 선량한 조선인이었다. 리어카를 끌며 고물상을 해 가족의 생계를 꾸리던 그는 전쟁이 나자 남의 논밭에 품을 팔거나 해초를 줍고 구걸을 해 목숨을 부지했다. 그에게 스파이 혐의가 씌워진 이유는 어처구니없었다. “구중회는 누구처럼 미군과 동행한 적도, 미군에 연행된 적도 없었다. 스파이 혐의를 씌울 만한 것이 전혀 없었지만, 굳이 찾자면 마을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것이 이유라면 이유랄까. (…) 거기다 조선인은 위험한 존재라는 주민들의 편견도 한몫했다.”(오세종의 발문, 361쪽)
‘조선인 고물상’의 가족 중에는 아직 호적에 올리지 못하고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젖먹이도 있었다. ‘조선인 고물상’과 아내, 두 아들과 두 딸, 갓난쟁이 이 7명이 한밤중에 들이닥친 군인들과 ‘인간 사냥꾼’(스파이들을 색출해 죽이는 사냥꾼. 십 대의 소년들이었다)들에게 무참히 학살됐다. 그날은 일본 천황이 항복 선언을 한 지 5일이 지난 때였고, 오키나와의 추석 명절이었다. 주민들은 전쟁이 끝났다고 안심했으나, 구메지마의 일본군 총대장은 스파이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총대장으로 있는 이 섬에서는 끝나지 않았어. 총대장인 내가 죽기 전에는 아무도 이 전쟁을 끝내지 못해.”(304쪽)

전쟁의 폭력과 죽음이 겹겹이 쌓인 오키나와
전쟁이 낳은 비극 중 이보다 더 참혹한 비극이 있을까


역사적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쓰인 이 소설은 당시 섬의 상황과 전쟁의 양상을 정치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당시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폭력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증언과 연구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구메지마는 오키나와 전투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이 섬에서는 다양한 층위의 폭력이 존재했다. 일본군의 일차적 폭력이 난무했고 주민들 간에도 ‘스파이 공포증’이 불러일으킨 여러 폭력이 혼재했다. 십 대의 어린 소년들이 군국주의 사상에 혼을 빼앗겨 무고한 주민들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워 찢어 죽이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든 폭력의 극악함을 보여준다. 들리지 않는 폭력의 목소리, 보이지 않는 폭력의 아우성이 요동쳤다. 작가 김숨은 이 역사의 지층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전쟁의 폭력에 영혼과 육신이 유린되고 소멸되는 사람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이 보다 더 참혹한 전쟁의 비극이 또 있을까 싶다.
전쟁의 참상과 상흔을 드러내는 방법에서 작가는 창의적이다. 우선 차례가 눈에 띈다. 총 12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네 개의 부에만 제목이 붙어 있다. 1부 「9명」, 4부 「1명」, 9부 「3명」, 12부 「7명」. 다른 부들은 공백으로 두고 네 개의 부에만 씌어진 이 숫자들은 섬뜩함을 불러일으킨다. 각각의 숫자는 스파이 혐의로 참살당한 주민의 수다. 미군에 잡혔다 풀려난 것을 일본군에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복을 권고하는 미군의 서신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미군은 선량한 주민들을 죽이지 않는다며 주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조선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조리 스파이 혐의가 씌워져 살해당했다.
소설의 시작인 9명의 처형 장면과 마지막인 7명의 살해 장면에 대해 문학평론가 박혜경은 “영화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 계단 장면처럼 한 장면 한 장면 몽타주하듯 서술”(373~374쪽)했다고 설명했다. 학살의 현장 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제의적 장면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은 인물과 시공간의 배치에서도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이번 소설에서 김숨은 구술을 통해 묘사나 서술을 구사하는 대신 서사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그 방식이 인상적이다. 중심인물들이 전면에서 줄거리를 이끌어가지 않고, 여러 인물들이 종횡으로 등장하며 최후의 비극을 향해 스릴 넘치게 사건이 전개된다. 또 ‘아홉 명이 처형되기 이틀 전’, ‘아홉 명이 처형되기 열 달 전’, ‘아홉 명이 처형되기 일 년 전’과 같이 소설 속 시간 구성을 입체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당시의 긴박한 상황 속으로 빠져드는 데 긴장과 몰입을 배가시킨다. 김숨의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기법으로, 그가 이번 소설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바늘로 살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고혈로 찍어 썼다.

한국문학에서 전쟁소설의 영역을 확장한 역작

오키나와 전투 당시 구메지마의 주민 학살은 ‘스파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태였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화가 겹겹의 층으로 쌓여 있었으며, 다양한 균열과 모순이 가득했다. 김숨은 이 섬에 진동하는 전쟁의 폭력과 죽음을 둘러싼 다층적인 당시 상황을 특유의 예리한 상상력과 범상치 않은 통찰력으로 파헤친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너무도 분명한 악과 악행과 악인을 상상하는 것이,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을 어떻게든 끝맺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상해야 했고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야만 했다”(392쪽)라고 했다. 너무도 끔찍한 죽음의 실상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소설은 분노와 무력감이 혼재하는 복잡한 감정에 시달리며 기어이 써낸 역작임이 분명하다.
김숨은 이 소설에서 ‘기억의 채록자’, ‘역사의 채록자’를 자임했다. 일본과 오키나와 문학계에서도, 한국의 문학계에서도 다뤄진 없는 구메지마 주민 학살 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용기 있게 써낸 이 소설은 전쟁이 남긴 상흔과 참혹한 죽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기록 너머의 기록’이며 ‘증언 이상의 증언’이다. 또 한국문학에서 전쟁소설의 영역을 보다 넓게 확장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전쟁의 비극을 환기시키고 증언하는 것, 폭력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반폭력’의 문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 오키나와를 통해 식민과 전쟁이라는 한국의 역사적 현실과 겹쳐서 사유하는, 그래서 식민과 전쟁의 상흔을 공유하는 것, 결국 역사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 전대미문의 전쟁 폭력에 고통 받은 오키나와, 이른바 ‘오키나와 문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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