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밝은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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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10.15

페이지

520쪽

상세 정보

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4년 신작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가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육십여 나라를 여행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 지성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스토리, 빠른 전개, 의표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원더풀 랜드》는 2036년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자유와 민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며 세계를 선도한 나라, 풍부한 부존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기반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불린 미국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내부의 고질적인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두 나라로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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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네버

@yhkles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난 건, <빅 픽처>를 통해서다. 한창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있다가 조금 시들해진 쯤이었는데, 당시에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고 읽히다 보니 그저 그런 유행을 선도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다 궁금해서 읽게 된 <빅 픽처>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너무 재미있는데,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정말 숨도 못 쉬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빅 픽처"가 그 빅 픽처인 것을 알고 뒤늦은 깨달음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라는 제목이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의 눈에 띄는 제목들보다 조금 평이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 문장에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나면 너무나 읽고 싶어질 수밖에~.



진짜다! 책을 펼치면 미국 지도가 한 페이지에 나오는데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거기에 중립지대가 표시되어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지도를 잘 살펴보고 도대체 미래의 미국이 어떻게 됐다는 건지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올해가 2024년,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사실 2036년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둘로 갈라진다고?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읽다 보면 막~ 수긍이 간다.



작가는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펼쳐낸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니 읽는 독자는 진짜 그럴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정말 놀라웠다.



"트럼프는 상스럽고 거칠고 마구잡이로 떠드는 저질 백인 남성의 언어를 구사했고,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라는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걸었다."...49p



그러니까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표방하는 연방공화국(하지만 사생활이 일일이 감시당할 수 있다)과 완전 보수를 꿈꾸는(그들의 정치 체제를 위해서 역사 왜곡도 전혀 게의치 않는) 공화국 연맹으로 나뉜다. 각각의 사회는 장단점을 가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 사회가 좀더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주인공 샘 스텐글을 통해 첩자로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심리 묘사도 아주 뛰어나다. 그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자신의 사생활 따위 까발려지고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샘은 중심을 잡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때론 애처롭게, 때론 강인하게 느껴지면서 이 소설에 홀딱 빠져들게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던 작가가 좀더 큰 세상 속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함께 평화를 논할 수가 없다. 서로 원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바로 그 모습조차 바로 우리, 이 땅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진정 우리가 꿈구는 원더풀 랜드는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밝은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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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4년 신작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가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육십여 나라를 여행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 지성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스토리, 빠른 전개, 의표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원더풀 랜드》는 2036년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자유와 민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며 세계를 선도한 나라, 풍부한 부존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기반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불린 미국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내부의 고질적인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두 나라로 분리된다.

출판사 책 소개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

-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
-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로 분리된 나라, 그들의 이상과 기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4년 신작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가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육십여 나라를 여행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하고 생생한 묘사, 지성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스토리, 빠른 전개, 의표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은 모두 합해 17권이다. 새로운 소설을 출간할 때마다 크게 주목받았고, 모든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빅 픽처》, 《모멘트》, 《템테이션》 등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최근에는 《오로르》 시리즈를 출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국인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고, 2006년 프랑스에서 문화공로훈장을 받았다. 《빅 픽처》, 《데드 하트》, 《파리5구의 여인》이 영화화되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토털 판매 부수 7위(2019년 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원더풀 랜드》는 2036년에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지구방위대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에도 보이듯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두 번의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전성기를 구가해온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내부의 극단적 대립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나라로 분리된다. 물론 소설일 뿐이지만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합의를 도출해내기는커녕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하며 목소리를 높여온 다양한 갈등을 고려해볼 때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은 나름 타당성을 갖춘 가설로 보인다. 4년 주기로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만 봐도 미국은 이미 두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로 심각하게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진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정책은 단일안으로 수용되기에는 차이가 크고,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도 힘들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고자 노력할 뿐 상대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시스템은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방해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는 독선적인 행태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미국 사회의 화합을 저해하는 인종 문제, 종교 갈등, 젠더 문제, 노사 갈등, 실업 문제, 이민 문제 등으로 중첩된 극단적 대결의 정치는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적대 세력 혹은 개도 대상으로 여기면서 비타협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 사회의 특성상 뿌리 깊은 갈등은 끝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충돌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2036년을 기해 두 나라로 분리되기에 이른다.
국민들에게 폭 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복지 증진과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연방공화국은 미연방을 탈퇴해 독자적인 나라를 설립한다. 청교도적 신권정치를 표방하는 공화국연맹은 신성 모독죄를 저지르거나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경우 화형에 처할 수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한다. 연방공화국의 이념과 가치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고, 공화국연맹은 공화당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화국연맹은 국경을 봉쇄하고 시민들에게 당분간 거주하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한다. 애리조나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한다. 연방공화국을 선택한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는 공화국연맹에 둘러싸여 고립된 형국이 된다. 미시건주와 일리노이주는 연방공화국에 포함되었고, 그 사이에 낀 위스콘신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한다.
미네소타주는 주를 이등분할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 접경 지역에는 공화국연맹 지지자들이 많고,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주민들은 대부분 연방공화국 지지자들이다. 공화국연맹은 미네소타주 주민 절반이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투표했으니 절반을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다. 연방공화국은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그 가까이에 있는 로체스터에 인구가 몰려 있는 만큼 주를 반으로 정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며 반박한다.
공화국연맹을 이끄는 12사도는 석유와 에너지 공급이 막힐 경우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기에 연방공화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공화국연맹은 미시시피강 서쪽을 영토로 하겠다고 주장한다. 미니애폴리스 서쪽 주민 98퍼센트가 분리에 찬성한 만큼 연방공화국은 그 지역을 끝까지 지키려고 애쓴다. 그 결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은 중립지대로 남게 된다. 중립지대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게임이 펼쳐지는 정글로 변해 스파이 행위와 감시 행위, 하이테크 사보타지가 판을 친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상대를 적국으로 규정하고, 중립지대에 벽을 세워 국경을 만든다. 마치 통독 이전의 독일처럼 공화국연맹은 허락도 없이 국경을 넘어 연방공화국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을 경우 가차 없이 저격해 사살한다. 두 나라는 중립지대를 서로의 체제 우위를 선전하기 위한 선전장으로 활용한다.

모든 구성원들의 바람과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나라는 없다.

중립지대에 투입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정보 요원들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불꽃 튀는 첩보전을 벌인다. 이 소설의 화자는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베테랑 요원 샘 스텐글이다. 공화국연맹 경찰국의 케이틀린 스텐글과 엄마는 달라도 아버지가 같은 이복 자매다.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미국이 분리될 당시 각기 다른 나라를 선택한 결과 현재는 서로 적대국이 된 나라에서 정보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자매는 상대를 제거해야만 자신이 사는 벼랑 끝의 승부를 펼치기 위해 중립지대에 투입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베테랑 요원인 샘 스텐글은 공화국연맹 경찰국에서 정보 요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케이틀린 스텐글은 중립지대에서 활동하는 연방공화국 정보원 막심을 납치해 공화국연맹의 신성 모독죄를 적용해 법정에 세웠고, 그 결과 막심이 화형당해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막심은 샘 스텐글 요원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가끔 서로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던 친구 사이였다.
이제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복 자매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서로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능력과 수단을 동원한다. 두 나라의 방식은 많이 다르지만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첨단 변장술을 활용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바꾼다. 스텐글 자매가 중립지대에서 펼치는 첩보전은 흡사 통독 이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졌던 첨예한 스파이 전쟁을 떠올릴 만큼 치열하다.
두 나라로 분리된 나라의 구성원들은 이제 원하는 정부를 갖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게 되었을까? 연방공화국은 국론 분열의 주요 원인이었던 종교 갈등, 인종 문제, 젠더 갈등, 노사 문제, 실업 문제, 이민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한 만큼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 복지 증진, 행복이 보장되는 ‘원더풀 랜드’를 구현하게 되었을까? 미국 사회에서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들었던 난제인 동성 간 결혼, 임신중지 수술 등이 자유롭게 허용되고, 성별을 비롯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사라진 나라가 되었으니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게 되었을까? 두 나라 구성원들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이루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었을까?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공화국연맹 국민들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나라의 감시를 받고,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신을 부정하거나 모욕할 경우 신성 모독죄를 적용받아 화형당한다. 연방공화국 역시 원활한 행정과 투명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체내에 삽입한 정보 칩 때문에 온 국민이 감시당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모든 불만과 갈등이 사라진 완벽한 나라가 과연 존재할까? 자유와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나라,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 건설을 목표로 출범한 연방공화국은 과연 애초의 목표를 이루었을까? 기독교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한 공화국연맹은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점수를 받고 있을까?
두 나라를 대리해 싸우는 이복 자매 샘 스텐글 요원과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은 서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대화를 통한 화해의 여지를 발견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도와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밀접한 교감을 통해 상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소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대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이복 자매의 모습을 통해 분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화합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모든 구성원들의 이상과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나라는 없다. 아무리 완벽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이 저절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삶은 미처 예기치 못한 다양한 환경과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에 완벽하게 준비된 삶의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는 없다. 뿌리 깊은 대립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시켜줄 수 있는 법과 제도, 정책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연방공화국 정부가 국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편의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 체내에 삽입한 생체 칩이 실제로는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인간이 만든 제도의 역설이다. 다른 한편 공화국연맹에서 청교도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신성 모독죄와 화형식은 중세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나라는 없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모든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는 추론은 오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단이 고착화되다시피 한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큰 소설이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도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갈등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샘 스텐글 요원과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이 처음에는 각기 소속된 나라의 체제 우위를 주장하다가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대결의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며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나간다. 나라든 개인이든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려면 먼저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대화와 교감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 공전하다가 기적적으로 화합을 이루었다가 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분화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삶의 정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살아갈 때 방심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언제나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종교, 이념, 법과 제도,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들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하면서 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결국 면면이 이어져온 인간의 역사에서 파생된 보조적 산물일 뿐 그 자체로 본질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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