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얼굴

김영희 외 9명 지음 | 봄날의책 펴냄

돌봄의 얼굴 (요양보호사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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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9.5

페이지

368쪽

상세 정보

책 속, 일곱 분의 요양보호사들 - 김영희, 김춘숙, 김홍남, 박순화, 오귀자, 이분순, 정찬미 - 의 일기에서 노인들은 저마다의 얼굴과 목소리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습관과 기억, 미련과 꿈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 역시. (좋은) ‘돌봄’을 통해 노년의 시간은 단순히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람과 사건과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시간이 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의 노년도 기꺼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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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미래는 돌봄에 달렸있다.

공공돌보의 최전선의 그녀들의 이야기
일이지만 마음을 다해서 어르신들을 대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마음 따뜻해졌고
온 마음을 다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나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미래이다.

돌봄의 얼굴

김영희 외 9명 지음
봄날의책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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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책 속, 일곱 분의 요양보호사들 - 김영희, 김춘숙, 김홍남, 박순화, 오귀자, 이분순, 정찬미 - 의 일기에서 노인들은 저마다의 얼굴과 목소리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습관과 기억, 미련과 꿈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 역시. (좋은) ‘돌봄’을 통해 노년의 시간은 단순히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람과 사건과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시간이 된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의 노년도 기꺼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출판사 책 소개

노년의 당신, ‘어떤’ 돌봄을 받고 싶으신지요?
질문을 바꿔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은 어떤 요양보호사를 만나고 싶으신지요?


요즘, 몇 집 건너 한 집 꼴로, 노년의 부모형제가 계시지 않은지요? 특히 아픈 몸의 노년이요? 그때 떠오르는 곳,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요양원, 그리고 요양보호사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곳, 그들은 쉬 드러나지 않고, 예외적으로 사건사고의 현장으로, 또 대개는 가해자로 출현합니다. 그것도 극도로 과장된 모습으로요. 이 책에서는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일곱 분의 요양보호사가 등장합니다. 소문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요. 당신이 무심히, 일로만 만난다면 아마 아래의 소개글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이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요.

김영희, 포항에 있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에서 15년 이상 근무.
김춘숙,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64세의 9년 차 요양보호사.
김홍남, 9년 차 요양보호사. 사방이 자연림에 둘러싸인 산속 요양원에서 근무.
박순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65세의 8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오귀자. 15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이분순,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68세의 7년 차 요양보호사.
정찬미, 13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
책 속의 일곱 요양보호사―김영희, 김춘숙, 김홍남, 박순화, 오귀자, 이분순, 정찬미―는 노인들이 혼자서 꾸려가기 어려운 일상의 면면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노인들의 일상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것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을 나눌 수 있기에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산책길을 함께하면서 고립된 일상에 새로운 습관과 익숙한 장소를 더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바깥출입이 어려운 노인에겐 길에 핀 들꽃을 전해주는 전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돌봄을 통해 노년의 시간은 단순히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람과 사건,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시간이 됩니다.

*
이들의 일기 속에는 돌봄 노동의 전문성에 대한 노동자로서의 자부심, 돌봄이 지속됨에 따라 만들어지는 노인의 일상과 관계의 변화에서 느끼는 성취감, 노인에 대한 호기심과 노인과의 관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먼저 나이 든 다른 이에 대한 공감이 담겨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면서도 노인들의 자존심을, 일상을, 삶을 지키고자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는 돌봄노동자의 일상뿐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놓인 곤궁한 처지에 대해 묻게 합니다.
그이들을 좀더 자세히, ‘주인공’으로 소개합니다.

김영희
포항에 있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 시설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다. 김영희에게 ‘시설’은 저마다의 삶의 이력과 개성을 가진 노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곳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있다. 김영희는 그곳 생활자인 노인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과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그러다보니 일의 효율은 다소 떨어지고 뒤처리하는 일에 많은 품이 들지만, 노인들이 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송편 빚기, 김장, 동지팥죽 만드는 일에 참여시키고 있다.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강둑길을 걷는 게 운동이자 즐거움이다.

김춘숙
9년 차 요양보호사로 고양이 왕점이, 작은점이와 함께 살고 있으며, ‘바닐라’라는 이름의 아빠 고양이는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젊어서 봉제공장 등에서 일했고 간병인 파견 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독거노인 생활지원사를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었다. 치매전문요양보호사로 2년가량 활동하다 지금은 ‘3등급 일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치매전문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동안, 치매전문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보호자의 간섭과 개입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고, 돌봄 대상자와 보호자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도 의견을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돌봄 대상자의 인지와 운동 능력이 좋아지도록 성심껏 돌보았고 그 결과 대상자 중 한 명의 치매 인지 활동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게 됐다. 김춘숙은 대상 노인을 돌보면서 둘만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았고, 운동을 위해 밖으로 나갈 때면 그 시간 동안 대상자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끔 신경을 썼다. 요즘 김춘숙은 돌봄 노동에서 오는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한번은 그림을 배우고 있는 화가로부터 요양보호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거 같다는 얘기를 듣고 김춘숙은 이렇게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족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요양보호사가 채워주니까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흥남
요양보호사 경력 9년 차로 산속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김흥남이 일하는 요양원엔 치매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저마다 증상이 다르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 주의를 늦출 수 없다. 그가 일하는 곳엔 집에 가겠다며 날마다 보따리를 싸는 노인, 교통사고 날 리 없는 요양원에 있으면서 교통사고가 났다며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 애착인형을 아기로 착각하고 음식물을 입으로 씹어선 그걸 ‘아기’에게 먹이려는 노인, 식탐이 많아 다른 이들의 밥상과 자신의 밥상을 비교하는 노인 등 인지 기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이들 노인은 고령이라 건강이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래서 현 상태에서 악화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돌보고 있다.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돌보더라도 순간적인 사고로 노인들이 다칠 수 있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인지 능력이 돌아와 바른 소리를 하고, 나이로 기선 제압하려는 신규 입소자 앞에서 ‘나는 멥살, 찹살, 보리살, 좁살 다 먹어봐서 몇 살인지 모르오’ 하며 제압하는 노인들을 보며 웃는다. 김흥남은 긴장된 생활 속에서도 벌레 소리,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곤 한다.

박순화
서울에 거주하며 8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로, ‘내가 받고 싶은 돌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가능하도록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등에서 꾸준히 교육받고 있다. 박순화는 ‘명품 사장님’과 ‘깔끄미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데, 박순화의 글을 읽다 보면 돌봄 노동자의 역할 범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돌봄 대상자가 사기임이 분명한 일을 겪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만류할 수 없는 돌봄 노동자의 위치와, 무리한 노동을 강요당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의 입장이 담겨 있어서다. 돌봄 대상자와의 관계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위치이지만 박순화는 대상자의 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도움을 받게끔 역할을 한다. 또한 채팅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돈을 송금하느라 식재료를 살 수 없는 ‘명품 사장님’을 위해 사비로 반찬거리를 사 가고,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깔끄미 어르신’의 요구가 무리할 때도 그것을 감내한다. 그런 상황이 부당한 것임을 알지만 돌봄 대상자들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는 박순화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돌봄 활동은 공적인 관계임에도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이해가 작동하고 있음을 박순화를 통해 알게 된다.

오귀자
요양보호사 경력 15년 차로, 돌봄 받는 이와 긴밀하게 관계 맺는 게 좋아서 재가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해왔다. 재가방문 돌봄은 약속한 시간이 끝나도 관심과 정서적인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귀자는 동파주의보 발령이 나면 어르신 집으로 달려가 보일러를 확인하고, 보일러 고장으로 추위에 떨고 있다는 전화라도 받으면 아들이 깔고 자는 전기장판을 빼서 들고 달려가기도 한다. 밥맛이 없다고, 목욕하기 싫다고, 당뇨임에도 단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어르고 달래는 일, 약을 과용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 기분 전환이 되도록 꽃을 꽂아두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그가 돌보는 어르신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귀자는 백 명의 돌봄 대상자가 있다면 백 명에게 맞는 방식으로 돌봐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일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역할에 회의가 들 때가 있었다. 그러한 일과 역할이 돌봄 대상자나 그의 가족, 사회로부터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다. 그럼에도 오귀자는 구름을 보고, 꽃을 보고, 공원을 산책하며 ‘마음속 돌’을 누르며 대상자 곁은 지켜왔다.

이분순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68세의 7년 차 요양보호사로, 이분순이 돌보는 노인들은 돌봄 대상이면서 이웃이다. 일기에 ‘당신이 하는 것을 사랑하세요’라는 글귀를 인용한 이분순은 이 말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이다. 10년 넘게 ‘반려닭’을 키우고 있으며, 텃밭을 가꾸고, 일일 영어를 익히고, 돌봄 활동이 끝난 뒤에도 돌봄 대상자들의 안부를 걱정한다. 돌봄 대상자의 가사와 일상 지원 활동은 물론이고 정서 보살핌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남자 노인의 경우 사회적 단절로 인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어서 그것을 줄이고자 애쓰고 있다. 이분순이 활동하는 장소가 농촌, 특히 집성촌이라 도시에서와 다른 분위기의 돌봄 형태를 엿볼 수 있고, 보다 관계지향적인 농촌 지역의 돌봄 활동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다. 돌봄 대상자와 자잘한 해프닝도 있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향의 이분순은 그런 갈등을 여유롭게 대처한다. 어쩌면 이분순이 대상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입장보다 돌봄 대상자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그 자신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정찬미
13년 경력의 요양보호사로,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했다. 아침, 저녁이면 데이케어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승합차에 타거나 내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만나게 된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오르거나 내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노인들이 하루를 보내는 데이케어센터 풍경은 그다지 평화롭지 않다. 정찬미가 들려주는 데이케어센터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환장파티’다. 남자 노인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가 하면, 어떤 노인은 식탐을 부리기도 하고, 귀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에 가겠다며 고집을 피우며, 노인 한 명이 이를 가는 문제로 동료 노인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정찬미는 베테랑답게 그런 상황을 노련하게 대처한다. 새로 입소해서 적응하지 못한 노인이 마음을 열도록 돕고, 엄마와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우는 98세 노인에게 <섬집아기>를 불러주며 달래고, 걷기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노인을 다독여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을 떼게 하고, 망상과 환청으로 배회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노인을 근접케어하며, 관심 받고 싶어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노인의 마음을 읽고 말벗이 되어준다. 데이케어센터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정찬미는 2022년 요양보호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되었고 현재 서울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으로 일하며 돌봄의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의 노년도 기꺼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요?

*
이 글들은 2021년 옥희살롱에서 진행했던 ‘요양보호사를 위한 온라인 사진 + 글쓰기 워크숍’과 그 후 반년 정도 ‘밴드’를 통해 이어졌던 후속모임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쓴 글들 중 일부입니다. 단행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정하고 근사한 댓글들,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던 댓글들이 미처 수록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사진들도요. 『돌봄의 얼굴』이 어느 정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면, 좀더 생생한, 좀더 입체적인 요양보호사들의 일기 시즌 2를 준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곱 요양보호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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