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즐거운 어른

이 책을 읽은 사람

나의 별점

읽고싶어요
16,800원 10% 15,120원

책장에 담기

게시물 작성

문장 남기기

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24.8.26

페이지

248쪽

상세 정보

여기 재능 있는 딸에게 절대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어머니가 있다. 학창 시절 딸에게 전교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 별난 어머니에게 딸은 왜 유명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길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는데, 너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요즘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다. 김하나 작가는 인생에 대해, 심지어 자식에 대해서도 거창한 야망이나 바람이 없는 어머니 덕분에 부담 없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안에 가훈처럼 내려오는 지령이 '만다꼬'(뭐한다고)일 정도로, 세간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가정을 경영해온 이옥선 작가가 첫 단독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즐거운 어른'.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상세 정보 더보기

이 책을 언급한 게시물3

코코댁님의 프로필 이미지

코코댁

@haeeun

  • 코코댁님의 즐거운 어른 게시물 이미지
읽으면서 내내 감탄했다.
작가님이 무려 48년생!
어린시절이야기가 무려 전쟁후 이야기이고
군사정변 시절 이야기라니

난 이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늙고 싶다.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삶에 집착하지 않고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지 않으며
말이다.

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4시간 전
0
책읽는엄마곰님의 프로필 이미지

책읽는엄마곰

@k_jin

뭐지? 이 핫하면서도 냉철하고 까칠한데 따뜻하고, 꼰대같지만 털털한 글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즐거운 어른』을 읽으며 열댓번은 작가소개를 다시 읽었다. 1978년생이라고 해도 놀라울 판단력과 솔직함, 기상천외한 말들과 웃음이 빌빌 나올 것 같은 소재들이 무려 “1948년생”, 만 76세 쥐띠 할머니의 글이라니!! 어떤 수식어를 써도 부족한 에세이. 차가운데 안 차갑고(?), 까칠한데 안 까칠하며(?), 꼰대인데 안 꼰대인(?) 에세이, 『즐거운 어른』를 소개해본다.


1. 분명 차가운데 핫해
나는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하고, 사촌들끼리 얼굴이라도 볼 작정이라면 설날은 참석하겠다고 그야말로 선언을 한 것이다. (...) 부산항대교를 지나면서 “나는 자유다”라고 크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렇게 했다. (p.23)
유방암 검사하는 사진을 찍을 때 엄청 아프게 꽉 눌러서 찍는 바람에 비명이라고 지르고 싶었는데, 보형물을 넣은 사람은 어째야 하나 걱정이 다 되네. (p.57)

『즐거운 어른』의 작가님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문장력을 가졌다. 얼마나 많이 읽고 쓰면 이런 노련함이 묻어나게 될까. 작가님은 매일 목욕탕에서, 목욕은 안하시고 필살기라도 연마하신 것처럼 문장 한 줄 한 줄 강력한 한방이 들어있다. 그래서 독자의 마음도 화가 식기도 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도 한다. “70살 되도 그림책 읽는 할머니”가 내 장래희망이었는데, 거기에 한 줄을 더하기로 했다. “70살 되도 글도 쓰는 그림책 읽는 할머니”말이다.

2. 까칠하고 따뜻해.
그들이 아무리 대단한 것을 인류에게 남겼다 하더라도 잘못한 일에 대해서 욕 정도는 해줄 수 잇는 나이란 말이지. 에라이 이노무 자슥들아! (p.44)
그런 날들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좋았던 날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p.174)

사실 몇몇 문장들은 괜히 조금 울컥했다. 얼마전 아이에게 “행복한 날들을 많이 모아두어야, 힘들 때 야금야금 꺼내먹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마치 “그래, 잘 해내고 있어”하고 등을 토닥여주시는 것 같달까.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들이 욕쟁이할머니의 국밥집에 왜 가는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아 작가님이 욕쟁이란 말은 아니다. 겉이 까칠해도 속이 따뜻하다는 소리다)

3. 쿨과 꼰대, 그 사이의 “할언니”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너 아무도 안 쳐다봐!”이다. 내가 다 퍼트렸다. (p.203)
일반인들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돈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고 야단법석이다. 성형을 하고 피부관리를 하고 식스팩을 만든다. 우리는 지금 나로서 사는 일보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나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p.65)

사실 나는 읽는 내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젊은이들보면 꼰대라고 하겠구나”하는 포인트도 만날 수 있었고, 나보다 더 쿨하시다는 생각이 든 문장도 많았다. 진짜 『즐거운 어른』를 읽는 내내 웃고 울고, 공감하고 속시원해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 나오더라. 아무 생각하지않고 풍덩 빠져 읽을 수 있는 책, “진짜 어른”이 빼곡하고 부지런히 살아온 삶의 통찰을 만날 수 있는 책, 『즐거운 어른』였다.

정말 이 책은 만나봐야 매력을 아니, 『즐거운 어른』를 제발, 부디, 꼭 만나볼 것!

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1주 전
0
Hee님의 프로필 이미지

Hee

@hee329

이옥선 작가님 신간 나왔다!
<빅토리 노트>도 아직 못 읽었지만 이번 책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멋진 어른들이 좋아ㅎ

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읽고싶어요
1개월 전
0
대여하기
구매하기
지금 첫 대여라면 배송비가 무료!

상세정보

여기 재능 있는 딸에게 절대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어머니가 있다. 학창 시절 딸에게 전교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 별난 어머니에게 딸은 왜 유명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길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는데, 너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요즘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다. 김하나 작가는 인생에 대해, 심지어 자식에 대해서도 거창한 야망이나 바람이 없는 어머니 덕분에 부담 없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안에 가훈처럼 내려오는 지령이 '만다꼬'(뭐한다고)일 정도로, 세간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가정을 경영해온 이옥선 작가가 첫 단독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즐거운 어른'.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출판사 책 소개

나는 바로 이런 할머니를 기다려왔다.
세상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맵싸한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할머니.
따뜻한 할머니는 품어주지만, 까칠한 할머니는 해방시킨다.
_김하나(작가, <여둘톡> 팟캐스터)

“야, 이노무 자슥들아~~”
호탕한 일갈과 칼칼한 유머, 씩씩한 기상을 겸비한
우리가 기다렸던 어른의 등장!


여기 재능 있는 딸에게 절대 유명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어머니가 있다. 학창 시절 딸에게 전교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 별난 어머니에게 딸은 왜 유명해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머니는 말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길 가다가 넘어질 때도 있는데, 너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107쪽)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요즘 여성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이다. 김하나 작가는 인생에 대해, 심지어 자식에 대해서도 거창한 야망이나 바람이 없는 어머니 덕분에 부담 없이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안에 가훈처럼 내려오는 지령이 ‘만다꼬’(뭐한다고)일 정도로, 세간의 집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가정을 경영해온 이옥선 작가가 첫 단독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즐거운 어른’. 매사에 쫓기듯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대인과 젊은이들에게 이옥선 작가는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당부한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자유로운 어른은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76세의 이옥선 작가는 김하나 작가가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자 보물 1호라고 밝힌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에서 범상치 않은 필력을 선보였다. 이 책은 아이를 기르며 매일을 기록하던 전업주부가 육아를 끝내고 남편을 배웅하며 인생의 모든 숙제를 끝낸 뒤 이어지는 노년의 일상과 지혜를 기록한 책이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종종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성숙해져야 하고, 마음의 여유도 챙겨야 하고, 삶에 어려움이 닥쳐도 초연하게 해답을 내려야만 할 것 같다. 게다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노년에 다가간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그저 미루고 싶기만 하다. 그런데 여기, 76세인 지금을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이라고 표현하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지금을 최대한 즐긴다. 그야말로 카르페 디엠!”을 외치는 할머니가 있다.
헛소리 헛짓거리를 남발하는 인간들에게는 이 나이에 내가 못 할 말이 뭐냐며 호탕한 일갈을 날리고,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남자들이 젖가슴 큰 걸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라고 말씀하셨다”라며 기세 좋게 칼칼한 유머를 구사하는 이 ‘즐거운 어른’에게 노년의 인생은 황혼기가 아니라 황금기다. 70대에 머리로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며 세상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유튜브 선생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이 어른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내 꿈은 고독사” “너 아무도 안 쳐다봐!” “여자라면 의리”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등 기상천외한 명언들을 쏟아내는 이 ‘즐거운 어른’이 씩씩한 기상으로 세상을 유영하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많은 돈을 쌓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굶어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돈을 아껴 모아서 집을 사야 할 일도 없다. 꼴 보기 싫은 상사가 있는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 같은 것도 안 해도 된다. 자식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오히려 나를 걱정할지도 모르는데, 자식들이 걱정한다는 것은 엄마로서 명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전화도 잘 안 한다. 엄마는 항상 씩씩하게 잘산다는 메시지를 준다. 남편 저녁밥상에 뭘 올릴지 메뉴 때문에 골치를 썩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지금 나는 팔자가 늘어진 최고의 인생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8쪽, ‘골든에이지를 지나며’)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랑성과 가벼운 마음가짐(평온함)에 기대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지구 한 귀퉁이에서 덤덤하고 조용하게 사는 즐거움을 저렇게 요란한 유명인들은 모를걸! (49쪽, ‘야, 이노무 자슥들아’)

어른이 되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때밀이 타올처럼 시원하게 벗겨주는
이‘까칠한 할머니’의 농담과 지혜를 보라!


76세 이옥선은 우리에게 익숙한 할머니의 이미지에서는 사뭇 벗어나 있다. 이옥선 작가의 딸이자 <여둘톡>의 팟캐스터인 김하나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까칠한 할머니”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의 까칠함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꼿꼿한 경계와 기준을 세워둔 자의 도통 무뎌지지 않은 감각을 의미할 것이다. 뾰족하게 살아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까칠한 태도는 마치 때밀이 수건처럼 세상사에 짓눌려 있던 우리 마음의 묵은 때를 벗겨준다. 이 까칠함은 부당하고 낡은 세상의 관습을 마주할 때 무엇 하나 그러려니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와 삶의 태도를 찾아내려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다.
1부 ‘인생살이, 어디 그럴 리가?’에는 까칠한 할머니의 호탕한 일갈이 담겼다. ‘야, 이노무 자슥들아’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등 1부에 속한 글의 제목만 봐도 거침없음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 이 한국 사회를 견뎌온 한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뜨겁게 때로는 시원하게도 만든다.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을 쉽게 나무라는 옛 어른들의 힐난이 흔해빠진 세상에서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라며 ‘사태 파악’을 빠르게 마친 현대의 여성들을 격려하는 말은 폭소와 함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이런 글들은 오랜 세월 가부장제를 견뎌낸 여자 어른이 현시대의 젊은 여자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거센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출생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이니까. 인구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들은 안 봐도 알 것 같은데, 50대 중반을 넘은 고위직 남자거나 남성적 돌파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일 것 같다. 아이 하나 낳는 데 돈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얄팍한 정책 가지곤 먹혀들지 않는다. 제도적 결혼 안에서만 인구를 늘리려는 생각으로는 절대로 인구가 늘지 않는다에 500원 건다. 아니 5천 원 건다. (26~27쪽, ‘새판을 짜야 할 때가 왔다’)

비단 말뿐만이 아니라 이옥선 작가는 자신의 실제 삶에서도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적 관습을 혁파해나간다. 가문의 남자들이 다 죽고 다른 성씨의 여자들만 남아 집안의 제사를 치르는 지경이 되자 과감하게 제사 지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시가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으며 시사時祀나 벌초, 기제사 등등에도 남편은 못 가더라도 내가 다 참석했던 것인데, 코로나 동안의 학습으로 굳이 명절이나 제사에 같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벌을 주거나 집구석이 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남편의 장례식이 끝난 뒤 달포쯤 지났을 때 시아버지의 기제사에 참석했다. 이제 이 집안의 남자 어른들은 다 떠나고 동서들은 아프거나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어차피 바로 손위 동서와 나의 결정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외로 손위 동서는 다른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 하고, 사촌들끼리 얼굴이라도 볼 작정이라면 설날은 참석하겠다고 그야말로 선언을 한 것이다. 그날 제사를 끝내고 음복주에 취해 옆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남편도 없이, 오밤중에 빙글빙글 도는 우주로 통할 것 같은 부산항대교를 지나면서 “나는 자유다!”라고 크게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렇게 했다. (22~23쪽, ‘새판을 짜야 할 때가 왔다’)

이토록 유쾌하고 자유로운 어른이건만, 단 하나 죽음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죽음을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도 나날이 뚜렷해진다. 이옥선 작가는 “심장마비로 고독사하기를 원한다”는 충격적인 장래희망을 밝힌다. 저세상으로 떠나는 길, 갑자기 의료시스템에 멱살 잡혀 붙들려와 의미 없는 수명 연장 끝에 누구더러 나 간병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매정하다 싶을 만큼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독자적인 그이지만, 그러다가도 이내 죽음이 닥칠 어느 날을 상상하며 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남기는 유언은 보는 이들의 코끝을 시큰해지게 한다.

그냥 나도 생각난 김에 한마디하자면,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남편의 장례식을 끝낸 것, 뒷정리를 다한 것이 나의 제일 큰 숙제였다)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 73~74쪽, ‘유언에 대하여’)

기상천외한 명언들을 일상에서 뿜어내는 이 즐거운 어른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


기상천외한 명언들을 일상에서 뿜어내는 이 즐거운 어른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은 특유의 명랑성과 씩씩한 기상에 있다. 2부 ‘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에 안도하며’에는 그 명랑과 기상이 배가된 글들을 모았다.

나는 인류에 공헌하겠다거나 다른 인간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다. 뭔가 더 발전해봐야 지구만 망가진다. 모두 다 저 잘난 맛에 자기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왔고, 부수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또 감당할 만큼만 살아왔다고 본다. 흔히들 야망을 가져라, 또 꿈꾸는 자가 성공한다 기타 등등, 요즘 애들 말로는 ‘갓생을 살겠어’라며 자신의 인생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이력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98세에 타계한 중국의 석학 지셴린 선생이 95세에 펴낸 에세이 『다 지나간다』(허유영 옮김, 추수밭)라는 책이 있다. 제목은 도연명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선생은 인류의 체인에서 내가 할 일은 고리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라 했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242~244쪽, ‘다 지나간다’)

이 책은 나이든 어른이 제시하는 거대한 담론도 아니고, 거창한 통찰력을 과시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3년간 교사로 일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채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한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실한 기록이자, 지금도 매일 목욕탕에서 세상과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정돈하며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재미나게 노는 법을 알고 있는 한 노년의 평범하고 사소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일상성과 사소함으로 아름답다.
노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 돈 많은 어른? 존경받는 어른? 거창한 유산과 말을 남기는 어른? “나이는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 자세에서 드러난다”며 자세를 꼿꼿이 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나 인물들”을 오래오래 구경하고 싶어서 건강관리에 힘을 쏟겠다는 이옥선의 이야기는 우리도 다만 ‘즐거운 어른’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다.
명랑하고 자유로운 할머니, 이옥선은 『즐거운 어른』을 통해 노년기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나이듦의 즐거움을 전한다. 기력이 쇠하고, 삶에 미련이 없어지고, 세상만사 시들해질 것만 같은 노년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생생하게 증명해낸다.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배움은 어디에나 있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 일상은 즐거운 일투성이다. 이옥선의 글을 통해 전해지는 이토록 단순한 진리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되고, 마침내 우리의 어깨는 가뿐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한 김하나 작가의 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게 된다.
우리는 “바로 이런 할머니를 기다려왔다”고.

무제한 대여 혜택 받기

현재 25만명이 게시글을
작성하고 있어요

나와 비슷한 취향의 회원들이 작성한
FLYBOOK의 더 많은 게시물을 확인해보세요.

지금 바로 시작하기

FLYBOOK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