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아사이 료 지음 | 은행나무 펴냄

누구 (제148회 나오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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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7.5

페이지

308쪽

상세 정보

만 23세 최연소 나이로 제 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작가 아사이 료의 대표작 《누구》가 새로운 표지와 가벼운 장정으로 다시금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이었던 작가가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 일본 문학계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책의 내용이었다.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 얘기, 혹은 자아 찾기, 그도 아니면 관계니, 상실이니 운운하는 기존의 청춘소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적나라하고 솔직한, 그래서 더 오싹한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 비평가들의 극찬과 주인공과 같은 세대의 독자들로부터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이 작품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더 소름 끼칠 만큼 충격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대학 졸업반 친구 다섯 명의 취업활동 이야기와 SNS를 통한 그들의 내면 심리를 보여 주는 단면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소설이다. 《누구》의 주인공들은 다수의 이력서를 쓰고, 취업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자기 PR을 위해 명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꿈에 대해 생각하는 등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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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문

@yiseomoon

"아르바이트를 업무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너의 노력이 부족해서 실현하지 못한 기획을 '없어졌다'고 말해 보기도 하고, 사실은 미칠 듯 되고 싶으면서 '주위 사람에게서 편집자나 아티스트가 되면 어떠냐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그런 사소한 표현 하나하나로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겠다는 그런 모습, 아무도 이해 안 해. 아무도 따라와 주지 않아."
미즈키는 아무도, 하고 말의 윤곽을 한 번 더 더듬듯이 되풀이했다.
"다카요시는 계속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과정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 그런 말을 늘 하고 있어. 누구를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었다, 이런 것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 이런 책을 읽고 있다, 이런 것을 고찰하고 있다, 주위는 내게 이런 것을 기대한다."
미즈키는 숨을 들이마셨다.
"10점이어도 20점이어도 좋으니 네 속에서 꺼내. 네 속에서 꺼내지 않으면 점수조차 받을 수 없으니까.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멋진 말로 어필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모두에게 보여줘. 너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끝에 네 속의 것을 꺼내 놓아 봐.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봐 주지 않아. 100점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숙성시켰다가 표현한들 너를 너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니까."
미즈키는 거기까지 말하다, 정신을 차린 듯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
미즈키는 발밑에 놓여 있던 가방을 낚아채듯 들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너무나 빠른 동작이어서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다카요시는 아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리카는 고개는 돌리지 않고 눈으로만 다카요시를 보고 있다. 고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펫 위에 떨어져 있는 한입 크기 치즈의 포장지를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 무엇이든 걸작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너는 줄곧 그 속에서 나오지 못할 거야."

"지금의 내가 얼마나 촌스럽고 꼴불견인지 알아. 외국 자원 봉사를 무시하는 대학생이나 어른이 많은 것도, 학생 주제에 명함 따위 갖고 다닌다고 지금까지 만난 어른들이 속으로 비웃을 거란 것도 알아."
알고 있어.
리카는 한 번 더 확인하듯이 말했다.
"비웃는다는 걸 알면서 어째서 그런다고 생각해?"
리카는 이를 악물면서 그다음 말을 쥐어짜는 듯이 보였다.
"그것 말고는 내게 남은 길이 없기 때문이야."
입술에서가 아니라 온몸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촌스럽고 볼썽사나운 나를 이상적인 나에 가깝게 하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이렌이 울리는 것 같군, 나는 생각했다.
"촌스럽고 볼썽사나운 지금의 내 모습으로 '이렇게까지 하는데?' 할 정도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단 말이야!"
떨듯이 그렇게 말하는 리카는 마치 온몸이 울리는 것 같아 보였다.
귓속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자신은 자신밖에 될 수 없어. 아무리 유학하고 인턴하고 자원봉사를 해 봤자,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걸. 동경하는, 이상형인 누군가도 될 수 없었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고 낯선 땅에 학교를 세우기도 한 손으로, 남의 메일 주소로 트위터 계정이나 찾고, 남이 합격한 회사를 검색하고. 그게 블랙 회사라는 소문이 도는 곳이라면 좀 위안을 받고. 지금도 촌스럽고, 볼썽사납고, 추한 나 자신인 채로야. 뭘 하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 앞으로는 이제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내 이름은 바뀌지 않는구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의 나인 채로잖아, 앞으로 줄~곧.
"하지만 이 모습으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잖아."
소리가 소용돌이가 되어 간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아무리 비웃어도 인턴도 외국 자원봉사도 어필할 것이고, 취업 정보 센터에도 다니고, 내 명함도 뿌릴 거야. 볼썽사나운 모습인 채로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칠 거야. 그 방법에서 도망쳐 버리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 10점이어도 20점이어도 좋으니 네 속에서 꺼내. 네 속에서 꺼내지 않으면 점수조차 받을 수 없으니까. 100점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숙성시켰다가 표현한들 너를 너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니까.

누구

아사이 료 지음
은행나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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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만 23세 최연소 나이로 제 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작가 아사이 료의 대표작 《누구》가 새로운 표지와 가벼운 장정으로 다시금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이었던 작가가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 일본 문학계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책의 내용이었다.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 얘기, 혹은 자아 찾기, 그도 아니면 관계니, 상실이니 운운하는 기존의 청춘소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적나라하고 솔직한, 그래서 더 오싹한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 비평가들의 극찬과 주인공과 같은 세대의 독자들로부터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이 작품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더 소름 끼칠 만큼 충격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대학 졸업반 친구 다섯 명의 취업활동 이야기와 SNS를 통한 그들의 내면 심리를 보여 주는 단면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소설이다. 《누구》의 주인공들은 다수의 이력서를 쓰고, 취업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자기 PR을 위해 명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꿈에 대해 생각하는 등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출판사 책 소개

”너, 실은 나를 비웃고 있지?”
SNS 시대 취준생들의 섬뜩한 자화상
★2013년 제148회 나오키상 수상작★
만 23세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아사이 료 화제의 청춘소설

만 23세 최연소 나이로 제 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던 작가 아사이 료의 대표작 《누구》가 새로운 표지와 가벼운 장정으로 다시금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사회인이었던 작가가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 일본 문학계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책의 내용이었다.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 얘기, 혹은 자아 찾기, 그도 아니면 관계니, 상실이니 운운하는 기존의 청춘소설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적나라하고 솔직한, 그래서 더 오싹한 청춘들의 진짜 이야기. 비평가들의 극찬과 주인공과 같은 세대의 독자들로부터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이 작품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SNS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더 소름 끼칠 만큼 충격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대학 졸업반 친구 다섯 명의 취업활동 이야기와 SNS를 통한 그들의 내면 심리를 보여 주는 단면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소설이다. 《누구》의 주인공들은 다수의 이력서를 쓰고, 취업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자기 PR을 위해 명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꿈에 대해 생각하는 등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과 동세대인 작가는 자신이 겪은 혹은 주변 친구들을 통해 느꼈을 법한 젊은 세대의 아픈 현실과 불안한 심리를 고도의 리얼리티를 살려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남에게 보여지고 싶은 그럴 듯한 자신의 모습으로 SNS 안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그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오늘날 젊은이들의 모순적인 실상을 보여준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30여 페이지는 누구나 아파할 이 시대 청춘들의 가슴 서늘한 자기 고백이라 할 수 있다.

규정된 크기로 재단된 이력서 사진처럼 살아가는
아주 보통의 젊은이들의 아픔과 현실

취업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면서 친해지게 된 다섯 명의 대학 졸업반 친구들이 있다. 지금까지 취직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다쿠토, 다쿠토의 룸메이트인 고타로, 해외 연수 경험을 갖고 있는 미즈키, 학생 단체의 리더 경험도 있으며 이미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한 리카, 취업활동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리카의 남자 친구 다카요시.
어제까지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던 이들도 취업활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달라진다. 지금까지 해 본 적 없는 철저한 ‘자기 분석’을 통해 자기를 소개하고, 익숙하지 않은 정장을 입고 취업설명회나 면접에 간다. 자신을 열심히 어필하지 않으면,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된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여러 명의 낯선 자아를 발견해간다.
물론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지 모른다. 모두 다 그렇기에.

취업활동이 고통스러운 건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물론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 것.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체험을 몇 번이나 되풀이한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별로 대단치 않은 자신을 대단한 것처럼 계속 얘기해야 한다는 일이다.

나의, 내 친구의 일상을 꿰뚫는 듯한
섬세한 리얼리티의 오싹한 청춘소설

《누구》는 취업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취업 분투기’를 다룬 소설이 아니다. 실제적인 구직활동이 나오는 장면은 딱 한 장면밖에 없다. 그보다 이 작품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취업활동을 통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는 학생들의 자의식이 이 소설의 소재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은 선택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자기 자신을 좀 더 대단하게 부풀려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 결국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다쿠토가 아무도 모르게 비밀 트위터 계정을 갖고 마치 다른 사람인 양 떠드는 것처럼. 실제 살아 가는 자신과 살고 싶은 자신의 모습, 현실 속 진짜 나와 온라인 SNS 속 나의 모습은 점점 괴리가 생기고, 그것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아사이 료의 가장 큰 장점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보여줬듯, 소설의 설정이나 구성, 등장인물이 마치 독자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대화다. 《누구》는 그 장점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들의 너무나 일상적인, 그래서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리얼리티의 견고한 성이 구축되고, 이는 후반부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폭발력을 뒷받침한다.

“고타로? 벌써 어딘가 면접 봤어?”
“전에 다들 모인 뒤로 초조해져서. 일단 바로 면접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엔트리시트 보냈더니, 글쎄 통과한 거야. 어제 설명회 갔다가 그대로 1차 면접을 받고 왔어.”
“진짜로? 너 언제 그런 걸 한 거야?”
“설명회와 면접을 함께 하는 곳이 있지. 별로 크지 않은 회사에서 흔히 하는 유형이야.”
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별로 크지 않은 회사에서, 라는 마지막 한마디가 식은 홍차 속에서 녹지 못한 각설탕처럼 이 방 어딘가에 남았다.

트위터로 일상을 보고하고 남들을 관찰하는
솔직함을 가장한 허세, 배려 뒤에 숨은 잔인함

전화보다는 ‘카톡’이 더 일상적인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생활의 일부분과도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무슨 커피를 마시는지, 어디에 가는지, 주말에 본 영화가 어땠는지 등을 낱낱이 SNS에 적는 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일과에 가깝다. 《누구》의 주인공들도 다르지 않다. 클럽에 간 이야기, 면접에 대한 초조함, 취업 활동에 대한 단상 등을 ‘솔직하게’ 적는다.
그러나 작가 아사이 료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SNS에 올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음으로써 온라인상에서의 그 ‘솔직함’ 뒤에 숨겨져 있는, 아니 이제는 너무나 만연해 있어서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는 그들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말투, 혹은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면서 ‘쿨하고 시크한’ 제3자스러움을 드러내는 단어들. 자신을 낮추는 듯하면서 은근히 과시하고, 다른 사람을 관찰하면서 비판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야유하기도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자신에 대한 막연한 바람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자기애를 증폭시키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미묘한 불화와 상하관계를 만들어낸다.

누구@NUGU
오늘은 룸메이트의 합격 축하를 겸해 밥을 쐈다. 제1지망은 떨어지고, 합격한 곳 중에 중견 출판사로 결정했다고 한다. 출판은 사양 산업이고, 중견 출판사는 상당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추억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니, 자신의 인생에서 발견한 드라마가 그렇게도 중요한 건가.

작가는 이런 오늘날 젊은이들의 단면이 ‘취업활동’에 가장 여실히 드러난다고 생각해 이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취업소설인 듯 시작한 이 소설은 이러한 점에서 인터넷 환경이 초래하는 커뮤니케이션과, 연결된 듯 단절된 개인들의 관계를 담아낸 사회소설로 탈바꿈한다.
여기에 소셜미디어 시대의 관찰하기와 관찰당하기의 양면성이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모든 사람이 관찰자의 위치에만 서는 건 아니다. 관찰자인 동시에 관찰을 당하는 대상이 된다. 자신이 ‘관찰자’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를 즐기던 다쿠토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자신의 계정을 리카가 줄곧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황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관찰자는 어디에도 없다. 줄곧 ‘멋진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부끄러운 관찰대상자’가 되는 세상이다.

생각한 것을 남기고 싶다면 노트에라도 쓰면 될 텐데, 그걸로는 부족하지? 자기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있는 장소에 없으면 이제 어디에도 설 수 없는 거지. 볼썽사나운 모습인 채로 몸부림치지 못하는 너의 진짜 모습은 누구에게나 전해져. 그런 사람을 어떤 회사에서든 원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일지도.
나도 트위터에서 내 노력을 실황 중계하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어.

진솔함과 통찰력 있는 이야기꾼으로 성장할
일본 문학계의 예비 슈퍼스타 탄생을 예고한 작품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어린 나이에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아사이 료의 데뷔작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의 중심이 된 바 있다. 또한 데뷔 후 3년 만에 쓴 《다시 한 번 태어나다》가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작가로서의 삶은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지만, 아사이 료는 취직을 했다. 전업작가의 길을 버리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두 시간씩 글을 쓰고 출근하는 삶을 선택했다.
“소설을 쓰는 것이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좋지 않은 경험도 많이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는 작가가 입사한 후 바로, 약 3개월에 걸쳐 쓴 작품이다. 신입 사원으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정신없이 지내는 시기에 쓴 것이다. “‘안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면 창작 의욕이 줄어든다’는 등의 말을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말할 사람들에게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아사이 료의 20대 대표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서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이 트위터가 보급되면서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쓰는 것도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바보 같은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 몸을 던지듯 내 나름대로 ‘행동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건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이렇듯 일본문학계의 예비 슈퍼스타로 주목받던 작가는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넘어선 베테랑 이야기꾼으로 성장했다. 2014년 《세계지도의 초안》으로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2021년 《정욕》으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나가키 고로, 아라가키 유이 주연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문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동시에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이 작품은 그런 문화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을 잘 반영하고, ‘지금’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완성된 소설 《누구》는 젊은 작가가 세상에 묻은 타임캡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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