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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24.4.20
페이지
404쪽
상세 정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한 손에 들고 다니고, 또 그걸로 바람을 부친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실 부채는 두루마리, 족자, 화첩, 병풍과 더불어 전통회화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모두 사각형인 다른 매체들에 비해 부채꼴 선면에 그려졌다는 독특함이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용자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일상에서 향유했던 미술품이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미술사에서는 별도의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하였다.
『선면화의 세계』는 부채그림(선면화)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미술사연구자인 저자 이인숙은 이 책에서 한국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부채그림의 기원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부채그림 명작 80선을 꼽아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미학을 조명한다.
상세정보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한 손에 들고 다니고, 또 그걸로 바람을 부친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실 부채는 두루마리, 족자, 화첩, 병풍과 더불어 전통회화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모두 사각형인 다른 매체들에 비해 부채꼴 선면에 그려졌다는 독특함이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용자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일상에서 향유했던 미술품이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미술사에서는 별도의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하였다.
『선면화의 세계』는 부채그림(선면화)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미술사연구자인 저자 이인숙은 이 책에서 한국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부채그림의 기원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부채그림 명작 80선을 꼽아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미학을 조명한다.
출판사 책 소개
부채그림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부터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까지,
부채꼴 화폭에 펼쳐지는 선면화의 향연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한 손에 들고 다니고, 또 그걸로 바람을 부친다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실 부채는 두루마리, 족자, 화첩, 병풍과 더불어 전통회화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이다. 모두 사각형인 다른 매체들에 비해 부채꼴 선면에 그려졌다는 독특함이 있을 뿐 아니라, 당대의 사용자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일상에서 향유했던 미술품이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미술사에서는 별도의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하였다.
『선면화의 세계』는 부채그림(선면화)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미술사연구자인 저자 이인숙은 이 책에서 한국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부채그림의 기원과 발전상을 소개하고,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부채그림 명작 80선을 꼽아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미학을 조명한다.
바람을 부치는 부채, 감상화의 매체가 되다
부채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역사와 함께해 왔다. 청동기시대 유적인 다호리 고분에서는 부채자루가 출토되었고,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부채를 든 인물이 등장한다. 부채는 고려와 조선의 특산품이기도 하였다. 고려 이래로 제지술이 뛰어났고, 질 좋은 대나무가 났으며 죽세공 기술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살에 종이를 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한 접선은 본래 중국에는 없었는데, 조선에서 보낸 접선에 감탄한 영락제가 이를 본떠 만들게 하면서 명나라 황실에서 애용되었고, 그 영향을 받은 중국 문인들 사이에도 퍼져 나갔다.
부채, 특히 접부채에 감상화를 그린 선면화(부채그림)는 고려 때부터 시작되었다. 11세기~12세기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고려에서 온 사신들이 들고 있는 접선에 남녀 인물, 물가 풍경, 꽃과 새 등 온갖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접부채는 회화의 매체로 활용되었다. 이후 조선 후기에 명나라 말기 중국 강남 지방의 문인문화의 영향을 받은 조선의 사대부들이 접부채에 그려진 부채그림을 애호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전하는 수많은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부채꼴 화폭에 펼쳐진 부채그림의 미학과 그 위상
부채그림은 비사각형의 부채꼴의 화폭에 그려지기에 일반적인 그림들과는 다른 고유한 미감을 가지고 있다.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화폭이 산수화와 매우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다른 주제로 그릴 때도 대상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여 액자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채꼴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도 있어 여기에 매료된 조선 후기의 사대부들은 부채꼴 모양의 백자연적 등 문방구를 애용할 정도였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상표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동화약방(동화약품)의 부채표이다.
부채의 휴대품으로서의 특성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사대부들은 다른 휴대품들은 수행인에게 맡겨도 부채만큼은 직접 들었고, 부채를 통해 자신의 품위를 드러냈다. 이처럼 부채그림은 휴대하고 다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며 이야깃거리의 소재로 삼을 수도 있는 독특한 미술품이었기에, 전반적인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으며 아무에게나 그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지금 전하는 부채그림 중 유독 이인상, 강세황과 같은 이름 높은 문인화가들의 작품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조선 후기부터 21세기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부채그림
부채그림은 다양한 소재로 그려졌다. 부채그림은 특이한 화폭의 형태, 선면 뒤의 대오리의 존재 등으로 인해 그리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옛 대가들은 자신들의 솜씨를 남김없이 발휘하였다. 부채그림을 정착시킨 선구자는 윤두서였고, 겸재 정선은 금강산 전부를 한눈에 조망하는 금강전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들을 선면에 거침없이 그려냈다. 김홍도는 스승 강세황이 ‘나비 가루가 손에 묻을 것만 같다’라는 감상평을 적을 정도로 실감나는 나비 그림을 그렸다. 강세황과 그 손자 강이천의 선면 초상화가 남아 있는 것 역시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이인문, 심사정, 최북 등도 모두 부채그림을 남겨, 이 책에 실린 부채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선 후기의 쟁쟁한 화가들 대부분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에도 이상범과 변관식과 같은 전통회화의 대가들은 부채에 산수화를 그렸으며 김창열은 물방울 그림을, 천경자는 개구리 그림과 아프리카 기행화 등을 그려 부채그림의 지평을 넓혔다. 손동현은 접으면 사라지고 펼치면 나타나는 부채그림의 특성에 착안하여 공간을 뛰어넘어 워프하는 우주선 50개를 그린 《하이퍼스페이스》연작을 그렸다. 『선면화의 세계』는 이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그려진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의 부채그림 명작 80선을 장르별로 나누어 소개하여 우리 부채그림의 진면목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림 속 부채로 살펴보는 당대의 생활상
부채에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였지만, 그림 속에 부채가 그려진 경우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속 말 탄 양반은 한 손으로는 부채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고삐를 쥐고 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에도 부채는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휴대품으로 숱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영석이 그린 형 조영복의 초상, 정조 대의 명재상 채제공의 초상, 망국에 분노하여 자결한 황현의 초상에도 부채는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부채는 조선 사람들의 필수품이었다.
조선 말기에는 부채 자체가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책가도에 부채가 그려지는가 하면, 아예 부채만 수십 개를 모아서 구성한 백선도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백선도는 같은 구성의 작품을 반복해 제작하기 위한 초본, 그리고 이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완성품이 모두 남아 있어 조선 말기 미술시장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생생히 증언한다.
부채로 통했던 옛사람들, 그 문화적 교류를 살펴보다
부채그림은 문인들과 화가들의 교유에도 애용되었다. 단짝 친구였던 강세황과 허필은 하나의 선면을 반으로 나누어 반절씩 그림을 그렸고, 김홍도와 강세황은 그림과 글씨로 합작하여 〈서원아집도〉를 완성하였다. 김정희는 먼 길 떠나는 친구를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자작시를 써서 선물로 주었다. 안중식과 조석진을 비롯한 근대의 화가들은 한자리에 모여 부채에 그림과 글을 쓰며 합작하기도 하였다.
부채를 통한 교류는 나라를 넘어 이어지기도 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부채그림도 중종 때인 1537년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 공용경이 그려서 이조판서 심언광에게 준 것이며, 임진왜란 중에 명나라 구원군을 이끌고 온 이여송이 부채에 대나무 그림을 그려 류성룡에게 주기도 했다. 18~19세기 북경에 온 조선 사신들에게 청나라 문인들이 준 부채그림들은 당대의 활발했던 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증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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