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 알렙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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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6.15

페이지

648쪽

상세 정보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의 역사였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거울들』에서 기존의 세계사를 거꾸로 세운다. 즉, 그동안 ‘보편’으로 여겨져 온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가 아닌 비서구, 유색 인종, 원주민, 여성, 민중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예리한 시각으로 세계사의 이면을 투사해 진실을 들춰내고자 한 갈레아노는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갈레아노가 선택한 방법은 ‘문학’, 다시 말해 ‘이야기’의 힘에 기대는 것이었다. 갈레아노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비화(祕話)와 이설(異說), 사건과 장면 들을 담은 577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거대한 한 폭의 모자이크화로 세계사를 직조한다. 이를 통해 갈레아노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캐내고 위장된 진실의 허위성을 벗겨낸다.

갈레아노는 대표작 『수탈된 대지』(원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와 『불의 기억』 3부작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언어로 조명한 바 있다. 『거울들』은 이러한 방법을 세계사에 적용해 낸 성취이다. 갈레아노는 스스로 “이 책은 내가 『수탈된 대지』와 더불어 시작해서 『불의 기억』과 더불어 지속시켜 왔던 내 작업의 최고 결정판이다”라고 말했다. 알렙은 『거울들』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원서에 충실하도록 제목과 구성을 고치고, 시간의 흐름에 발맞추어 번역과 옮긴이의 주해를 다듬어 『거울들』을 새롭게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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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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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의 역사였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거울들』에서 기존의 세계사를 거꾸로 세운다. 즉, 그동안 ‘보편’으로 여겨져 온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가 아닌 비서구, 유색 인종, 원주민, 여성, 민중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예리한 시각으로 세계사의 이면을 투사해 진실을 들춰내고자 한 갈레아노는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갈레아노가 선택한 방법은 ‘문학’, 다시 말해 ‘이야기’의 힘에 기대는 것이었다. 갈레아노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비화(祕話)와 이설(異說), 사건과 장면 들을 담은 577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거대한 한 폭의 모자이크화로 세계사를 직조한다. 이를 통해 갈레아노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캐내고 위장된 진실의 허위성을 벗겨낸다.

갈레아노는 대표작 『수탈된 대지』(원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와 『불의 기억』 3부작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언어로 조명한 바 있다. 『거울들』은 이러한 방법을 세계사에 적용해 낸 성취이다. 갈레아노는 스스로 “이 책은 내가 『수탈된 대지』와 더불어 시작해서 『불의 기억』과 더불어 지속시켜 왔던 내 작업의 최고 결정판이다”라고 말했다. 알렙은 『거울들』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원서에 충실하도록 제목과 구성을 고치고, 시간의 흐름에 발맞추어 번역과 옮긴이의 주해를 다듬어 『거울들』을 새롭게 다시 소개한다.

출판사 책 소개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가 아닌 ‘거의 모든 사람’의 역사

“이 책은 내가 『수탈된 대지』와 더불어 시작해서
『불의 기억』과 더불어 지속시켜 왔던 내 작업의 최고 결정판이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의 역사였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거울들』에서 기존의 세계사를 거꾸로 세운다. 즉, 그동안 ‘보편’으로 여겨져 온 서구, 백인, 남성, 권력자가 아닌 비서구, 유색 인종, 원주민, 여성, 민중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다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예리한 시각으로 세계사의 이면을 투사해 진실을 들춰내고자 한 갈레아노는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갈레아노가 선택한 방법은 ‘문학’, 다시 말해 ‘이야기’의 힘에 기대는 것이었다. 갈레아노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비화(祕話)와 이설(異說), 사건과 장면 들을 담은 577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 거대한 한 폭의 모자이크화로 세계사를 직조한다. 이를 통해 갈레아노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캐내고 위장된 진실의 허위성을 벗겨낸다.
갈레아노는 대표작 『수탈된 대지』(원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관』)와 『불의 기억』 3부작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언어로 조명한 바 있다. 『거울들』은 이러한 방법을 세계사에 적용해 낸 성취이다. 갈레아노는 스스로 “이 책은 내가 『수탈된 대지』와 더불어 시작해서 『불의 기억』과 더불어 지속시켜 왔던 내 작업의 최고 결정판이다”라고 말했다. 알렙은 『거울들』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원서에 충실하도록 제목과 구성을 고치고, 시간의 흐름에 발맞추어 번역과 옮긴이의 주해를 다듬어 『거울들』을 새롭게 다시 소개한다.

인류의 죄를 고발하는 갈레아노의 명징한 시선,
감춰진 진실을 비추는 577개의 거울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급진적 언론인이자 위대한 작가로, 평생에 걸쳐 식민 지배와 군부 독재, 자본의 착취에 맞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특히 갈레아노는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책으로 알려진 대표작 『수탈된 대지』에서 서구에 의한 라틴아메리카 수탈의 역사를 통렬히 고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08년 4월 15일 아르헨티나, 에스파냐, 멕시코에서 동시 출간된 『거울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현실에 천착해 온 그의 시선이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전 세계를 향한 결과물이다. 인류사 시초부터 현재까지 세계사의 단편들을 담은 577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감춰진 진실을 비추는 ‘거울들’이다. 『거울들』은 장구한 세계사의 이면을 투사해 진실을 들춰내는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고,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역사책에 맞서는 또 하나의 역사책이다. 갈레아노가 그러모은 거울들에 비춘 역사 속에서, 우리는 폭력과 정복을 통해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서구·백인·남성·권력자가 아닌 비서구·유색 인종·원주민·여성·민중의 시각으로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유일한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편’이 독점한 역사, 그 맞은편에서 역사를 다시 쓰다


책의 서두에서 갈레아노는 『거울들』을 이루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확실한 문헌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비록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었다고 해도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갈레아노가 수집한 이들 이야기는 그동안 공식 역사는 물론, 신문에도 제대로 실린 적이 없는 것들이다. 갈레아노는 공식 역사가 기술하기를 거부했거나, 왜곡해 기술함으로써 역사의 바깥으로 밀려난 진실들을 발굴해 한 권에 담아냈다. 이렇게 해서 『거울들』에서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고, 익명의 존재, 무명씨가 이름을 되찾는다.
갈레아노는 가려진 진실을 캐내고 위장된 진실의 허위성을 벗겨내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그는 “신문은 자신들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을 통해 내게 가르침을 준다. (……) 아마도 신문이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그리고 종종 신문이 하는 말은 진실을 거짓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거울들』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갈레아노는 공식 역사 너머를 바라보기 위해 시대와 장소, 글쓰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화, 민담, 민요, 대중가요, 신문 기사, 일기, 편지, 시, 소설, 평론, 역사책, 각종 문헌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를 수용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서구와 비서구가, 근대와 비근대가, 자연과 인간이, 남성과 여성이, 주인과 노예가, 삶과 죽음이, 높음과 낮음이, 고상함과 비루함이 각자 고유의 존재 방식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채 되살아난다. 갈레아노는 “영혼의 경계도, 글쓰기 기법의 경계도 인정하지 않는다.”

불의한 현실을 폭로하는 유머, 풍자, 아이러니, 시적 감수성
갈레아노가 증명하는 문학과 이야기의 힘


갈레아노의 책이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와 평자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 즉 역사를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 덕분일 것이다. 문학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학은 독자가 역사의 씨줄과 날줄에 내재한 숨결을 포착하고, 자신이 속한 현실과 관계를 맺어 현실과 삶을 돌이켜 보면서 새롭게 기획하도록 한다. 갈레아노의 이야기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하찮게 여겨지던 존재들이 특유의 ‘문학적’ 언어를 통해 역사의 주체로 되살아난다. 갈레아노 특유의 유머, 신랄한 조롱과 풍자, 감칠맛 나는 아이러니, 시적 감수성이 불의한 현실을 폭로한다. 정치적 압제로 고통을 겪어온 민중의 고난이 고발되고, 역사적·정치적 현실에 대한 민중의 투쟁과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고 질긴지가 드러난다.
갈레아노는 역사적 진실을 발굴하는 작업에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역사가’라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에게 공식 역사는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숨이 끊어진”, “교과서에서 배신당하고 교실에서 거짓으로 포장되고, 연표 속에 잠들어 있는”, “박물관에 갇힌”, “꽃이 놓인 동상이나 대리석 기념물 밑에 매장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작가”로 남고 싶어 했다. 갈레아노에게 문학은, 가혹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무기였던 것이다.

진실을 비추는 거울들 속의 이야기로

『거울들』은 고전주의 학자들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고,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을 해체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도, 전설 속의 영웅도, 인류 역사의 위인들도 갈레아노의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 『거울들』에서 인류사의 영웅들은 죄인이 되고, 역사가 계몽과 진보의 연속이라는 주류 역사관은 전복된다. 갈레아노가 서구 중심주의, 인종주의, 남성 우월주의, 영웅사관, 진보사관에 맞서 길어낸 진실들의 일단을, 예문들과 함께 소개한다.

갈레아노는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며, 비가시화되었던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원주민 사회 등 비서구 사회의 역사와 시각을 발굴했다.

유럽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봄으로써 세상을 보았다./ 거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세 가지 발명품, 즉 나침반, 화약, 인쇄술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피타고라스보다 1,500년을 앞서 나갔었다. 인도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지구의 나이를 측정했다. 또 마야 사람들은 별, 밤의 눈(目), 시간의 신비에 관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런 자잘한 것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유럽이 모든 것이다」

갈레아노는 백인이 가한 인종주의의 만행을 거침없이 폭로한다.

맨 위에 백인이 있다./ 백인 고유의 순수성은 아래층의 더러운 피부를 지닌 인종들, 즉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메리카 인디오, 아시아 황인종에 의해 파괴되고 있었다. 맨 아래 계층에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기형인 아프리카 흑인이 있었다./ 과학은 흑인을 항상 지하실에 배치했다./ 1863년 런던 인류학회는 흑인이 백인에 비해 지적으로 열등하며, 유럽인만이 흑인을 “인간화하고 문명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은 자신들의 가장 훌륭한 에너지를 이 고귀한 임무에 투여했으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약 1세기 반 뒤인 2007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제임스 왓슨은 흑인이 백인에 비해 여전히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사실이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인종차별주의의 과학적 기원」

갈레아노는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역사를 밝히며,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역사와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저항을 증언한다.

그녀는 남아메리카에서 어린 시절에 사냥당한 뒤 여러 차례 팔리면서 이 주인 저 주인의 손을 거쳐 북아메리카의 세일럼 마을로 갔다./ 노예 티투바는 그곳 청교도의 성소(聖所)에서 목사 새뮤얼 패리스의 집 하녀로 일했다./ 티투바는 악마의 요리법으로 파이를 만들었다며 기소되었고,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대답할 때까지 채찍질을 당했다./ 티투바는 악마의 연회에서 벌거벗은 채 춤을 추었다며 기소되었고,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대답할 때까지 채찍질을 당했다./ 티투바는 사탄과 함께 잠을 잤다며 기소되었고,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대답할 때까지 채찍질을 당했다./ 그리고 고문하는 사람들이 그녀에게 그녀의 공범은 단 한 번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두 노파라고 말했을 때, 기소된 여자는 이제 기소하는 여자로 바뀌어, 마귀에 홀린 두 명의 여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킴으로써 더 이상 채찍을 맞지 않게 되었다./ 그 후 기소당한 다른 여자들이 또 기소를 했다./ 그렇게 해서 교수대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티투바」

갈레아노는 영웅 중심 역사 서술의 허위성을 단호히 배격하며, 그것이 폭력과 정복의 역사임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하러 가면서 거대한 부대의 선두에 서서 알프스를 넘었다./ 그 장면을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렸다./ 그림 속의 나폴레옹은 프랑스군 총수의 화려한 정복을 입고 있다./ (……) 실제 나폴레옹은 군복을 입지 않았다. 그는 두꺼운 회색 외투로 온몸을 가리고 겨우 눈만 내놓은 채, 이름 모를 미끄러운 바위산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암갈색 노새를 타고 추위에 벌벌 떨면서 땡땡 얼어붙은 그 높은 산을 넘었다. ⏤「프랑스의 공식 예술」

그 대신 갈레아노가 귀 기울인 것은 영웅들 뒤에 가려진 밑바닥 민중의 삶,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어느 무명 병사의 관점에서라면 트로이 전쟁은 어떻게 기술되었을까? 신들로부터는 무시를 당하지만 전장 위를 선회하는 독수리들이 유독 탐을 내는 어느 그리스 보병의 관점에서라면? 농사를 짓다 전사가 되어 그 누구의 찬사를 받지도 못하고, 그 누구도 그의 상(像)을 만들어주지 않은 어느 농부의 관점에서라면? 의무적으로 타인을 죽여야 했지만 왕비 헬레네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이 죽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던 평범한 남자의 관점에서라면?/ (……) 트로이가 멸망한 지 3,000여 년이 지난 뒤, 참전 기자 로버트 피스크와 프란 세비야는 전쟁이 냄새를 풍긴다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여러 전쟁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하면서 온갖 것을 겪으며 썩은 냄새, 뜨거운 냄새, 달콤한 냄새, 끈적거리는 냄새를 맡았는데, 그 냄새는 사람 몸의 모든 피부 구멍을 통해 들어와 몸속에 자리 잡게 된다./그 냄새는 당신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구역질을 유발할 것이다. ⏤「영웅」

더 나아가 갈레아노는 인류의 역사가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선형적 진보사관을 거부하고, 근대 문명에 관한 근원적 비판을 제기했다.

우리는 숲과 시냇가를 찾아 방황하는 데 지쳐 있었다./ 우리는 정착을 해갔다. 마을을 세워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했으며 뼈로 바늘을, 등뼈로 작살을 만들었다. 그런 도구는 우리의 손을 연장하고, 손잡이는 도끼, 괭이, 칼의 힘을 증가시켰다./ (……) 우리는 “네 것”과 “내 것”이라는 단어를 발견했고, 땅은 주인이 있고,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며, 아버지는 자식들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문명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우리의 삶은 더 안전해졌지만 우리는 덜 자유로워졌고, 더 많은 시간 일했다. ⏤「문명의 간략한 역사」

기계들은 우리를 위해 작업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약속했다./ 이제 우리는 기계들을 위해 작업한다./ 우리가 식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발명한 기계가 굶주림을 증대시킨다./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발명한 무기가 우리를 죽인다./ 우리가 움직이기 위해 발명한 자동차가 우리의 활동을 막는다./ 우리가 서로 만나기 위해 만든 도시가 우리를 서로 못 만나게 한다./ 우리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발명한 거대한 매스컴이 우리의 말을 듣지도 우리를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기계의 기계다./ 기계들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말은 맞다. ⏤「기술 혁명의 간략한 역사」

이처럼,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발버둥 친” 갈레아노의 명징한 시선을 따라, 세계와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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