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 각본집

주톈원 외 1명 지음 | 글항아리 펴냄

비정성시 각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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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4.2.28

페이지

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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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정성시 각본집』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비정성시」의 간략한 줄거리와 그 가치, 무게를 최우선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 막 벗어난 타이완. 린 가네 사 형제와 그 처자식들은 정치·사회적 혼란과 곤궁 속에서 각자 처한 운명에서 벗어나려, 자기 욕망을 발현하려 분투한다.

그 가운데 타이완 2·28사건이 발생하고, 인물들은 가족과 이웃이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폐해와 그러 인한 피폐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밥을 지어 먹으며 당도한 시간을 살아낸다.

1989년 공개된 영화 「비정성시」가 각별한 이유는 비정悲情이라는 정서를 '슬픔'이라는 단 한 점의 종착지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허우샤오셴, 주톈원, 우녠전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에도 '산 사람은 살아가는' 다소 잔인하지만 당연한 그림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는 영화와 각본을 통해 타이완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를 통해 그 시간을 다 알게 됐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생에는 많은 고난이 닥친다, 갈등도 닥친다, 사람은 죽는다, 가까운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러고도 삶은 이어진다는 깨달음, 생활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 그렇기에 슬픔의 도시 '비정성시'는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그곳임과 동시에 분명한 이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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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톈원 외 1명 지음
글항아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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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책 『비정성시 각본집』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비정성시」의 간략한 줄거리와 그 가치, 무게를 최우선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 막 벗어난 타이완. 린 가네 사 형제와 그 처자식들은 정치·사회적 혼란과 곤궁 속에서 각자 처한 운명에서 벗어나려, 자기 욕망을 발현하려 분투한다.

그 가운데 타이완 2·28사건이 발생하고, 인물들은 가족과 이웃이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폐해와 그러 인한 피폐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밥을 지어 먹으며 당도한 시간을 살아낸다.

1989년 공개된 영화 「비정성시」가 각별한 이유는 비정悲情이라는 정서를 '슬픔'이라는 단 한 점의 종착지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허우샤오셴, 주톈원, 우녠전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에도 '산 사람은 살아가는' 다소 잔인하지만 당연한 그림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는 영화와 각본을 통해 타이완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를 통해 그 시간을 다 알게 됐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생에는 많은 고난이 닥친다, 갈등도 닥친다, 사람은 죽는다, 가까운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러고도 삶은 이어진다는 깨달음, 생활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 그렇기에 슬픔의 도시 '비정성시'는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그곳임과 동시에 분명한 이곳이기도 하다.

출판사 책 소개

“빛과 그림자가 겹치고 명암을 가릴 수 없는 그곳에서 삶은 계속된다”

제4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허우샤오셴 연출, 양조위 주연 영화 「비정성시」를
텍스트로 만나는 시간


『비정성시 각본집』의 구름과 창문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말을 건넨다. 소설과 시나리오의 중간 형태에 가까운 이 각본집으로 우리는 주톈원과 우녠전의 탁월한 필력도 엿볼 수 있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영상으로 옮긴 허우샤오셴의 내공도 알 수 있다. 영화만으로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던 역사와 정치의 디테일이 마술처럼 풀려가는 가운데, ‘하늘의 뜻’과 ‘자연의 섭리’ 아래 사람들의 삶을 찍고 싶다던 허우샤오셴의 말도 불현듯 깨닫게 된다. 미완성으로 남은 「비정성시」 초기 버전에 주윤발이 출연할 뻔했다는, 각본 외의 풍성한 글과 자료도 흥미롭다. 「비정성시」라는 걸작의 운명이 여기에 담겨 있다. _주성철 영화평론가, 씨네플레이 편집장

「비정성시」는 그 제목이 나타내듯이 ‘슬픈’ 이야기다. (…)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사람들과의 헤어짐이 「비정성시」의 슬픔의 정체인데, 오히려 허우샤오셴 감독은 주인공들의 불행이 마치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천재지변의 탓이기나 하듯이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역사적 허무주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 대신 결국은 잘못된 역사를 디디고 살아나갈 사람들의 생명력을 암시함으로써 허우샤오셴은 ‘슬픔’ 저편의 낙관주의를 보여준다. _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에서

영화를 글로 읽는 행위의 분명한 기쁨

책 『비정성시 각본집』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비정성시」의 간략한 줄거리와 그 가치, 무게를 최우선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 막 벗어난 타이완. 린 가네 사 형제와 그 처자식들은 정치‧사회적 혼란과 곤궁 속에서 각자 처한 운명에서 벗어나려, 자기 욕망을 발현하려 분투한다. 그 가운데 타이완 2‧28사건이 발생하고, 인물들은 가족과 이웃이 눈앞에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참혹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의 폐해와 그러 인한 피폐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밥을 지어 먹으며 당도한 시간을 살아낸다.

1989년 공개된 영화 「비정성시」가 각별한 이유는 비정悲情이라는 정서를 '슬픔'이라는 단 한 점의 종착지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허우샤오셴, 주톈원, 우녠전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에도 '산 사람은 살아가는' 다소 잔인하지만 당연한 그림을 우리에게 건넨다. 우리는 영화와 각본을 통해 타이완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목격하지만, 그를 통해 그 시간을 다 알게 됐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생에는 많은 고난이 닥친다, 갈등도 닥친다, 사람은 죽는다, 가까운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러고도 삶은 이어진다는 깨달음, 생활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된다. 그렇기에 슬픔의 도시 '비정성시'는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그곳임과 동시에 분명한 이곳이기도 하다.

책의 「비정성시 13문 13답」에서 주톈원은 동양의 문학적 전통이 서정시에 있다고 쓰며 “시는 구원으로 해소에 이르지 않고, 평생 끝없이 읊으며 깊은 생각에 묵묵히 잠기는 것”(66)이라고 했다. 해결과 해소를 바라지 않고 그저 끝없이 또 묵묵히 침잠하는 것. 「비정성시」의 정서도 동일 선상에 자리하며 그것이 「비정성시」가 오래 기억되고, 크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와 각본은 일치하지 않는다. 영화에 없는 장면이 각본집에는 있다. 영화에 대사와 눈빛과 육성과 음악이 있다면, 각본집에는 대사와 그 대사의 구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눈빛과 육성을 자아내는 지문이 있다. 영화를 텍스트로 읽는 일은 인물의 행동을 몸짓이 아닌 언어(이를테면 ‘하염없이’ ‘멀뚱히’ ‘힘껏’ ‘꽉’ 등)로 이해하게 되는 일이어서 독자로 하여금 영화가 품고 있는 의도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 어디로 떠나야 하는지 모른 채로 짐을 챙기는 원칭과 콴메이의 모습을 수식하는 ‘묵묵히, 허둥지둥’이라는 말이 그들이 처한 상황의 절박성, 맹목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알아채기를 넘어선 들여다보기를 가능케 하는 것, 그렇게 두 결실 사이의 틈을 들여다보는 것, 차이를 발견해내는 것이 각본집을 읽는 효용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감독, 배우, 영화 제작 비하인드를 담은
주톈원의 13문 13답 수록!


책에는 영화 「비정성시」가 제작된 당시의 타이완 영화계 분위기, 감독 허우샤오셴의 기질적 특징과 연출‧편집에 대한 그의 시각, 서양 영화와 갈리는 타이완 영화만의 서정적 특징과 강점, 그에 대한 타이완 영화인들의 자긍심에 대한 텍스트도 담겼다. 20세기 동양 영화, 그중 타이완 영화를 바라보는 당시 서양의 시선, 시장에서의 성공과 시장 그 자체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주톈원의 소신, 플롯이 탄생하고 확충되고 변형된 과정, 양조위 배우가 맡은 린원칭 역이 청각 장애인으로 설정된 배경, 전문 배우가 아닌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현장의 한계 등 허우샤오셴과 열여섯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 자신의 소설도 썼던 작가 주톈원의 사고를 통해야만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아끼는 지난 세기 영화의 비화를 지금 세기에 듣는 일은 그 시차가 자아내는 그리움, 반가움, 또 지연된 깨달음으로 읽는 이에게 설레는 경험이 된다.

총 88개 장면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쓴 주톈원의 1989년 당시 후기를 읽는 일 역시 ‘디깅’의 기쁨과 견줄 만하다. 영화, 감독과 관련해 ‘관계자’만이 알고 있는 여러 상황, 사건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허우샤오셴의 고요함. 장장 2개월에 달하는 편집 기간 동안 그와 편집자 랴오칭쑹은 촬영한 모든 재료로 지금의 이 영화를 완성했으나, 어떤 때는 하루에 겨우 두세 쇼트밖에 편집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 영화의 편집법에 랴오칭쑹은 ‘기운氣韻 편집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단약을 만드는 도사가 화로를 응시하는 것처럼 허우샤오셴은 이 영화의 편집에 참여하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은 냉정하고 이성적인 방관자로서 새로이 쇼트를 조합하고 대담하게 화면을 조정했다.”(323) 그의 글에서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한 적 없는 허우샤오셴을 만날 수 있다. 즉, 「비정성시」와 관련해 이 책에 없는 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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