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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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3.12.25

페이지

324쪽

상세 정보

집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작은 새들을 죽인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이 관찰한 미국 남부의 울창한 자연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세계다. 하지만 마거릿 렌클은 자신의 정원에서 박새를 죽인 집굴뚝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귀여운 갈색빛 몸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집굴뚝새의 난폭한 본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특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이 죽은 박새를 발견했던 둥지는 잠시 비워졌다가 다른 박새의 안식처가 되었다.

렌클은 아름답고도 무심한 야생 생물들을 바라보면서 삶에 관한 지혜를 배운다. 미국 남부 지방 대가족 출신인 그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해 왔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죽음은 아름답게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노쇠함은 늙어 가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짐을 지운다. 멋진 추억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늙고 병든 몸을 가진 오늘 앞에서 쉽게 휘발해 버린다.

렌클은 자신과 남편을 키워 주었던 어른들을 돌보게 될 때마다 그렇게 지쳐 버리는 마음을 다독여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이었다. 지금껏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이나 오늘을 무사히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지니지 않은, 오직 ‘지금’만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작은 동물들. 어느 청설모는 ‘청설모 방지 새 모이통’에 입을 들이대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씨앗을 하나씩 뽑아 먹는다. 그때 ‘지금’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진다. 그 작은 동물의 배가 부를 때까지.

태어나는 삶도, 저물어 가는 삶도 모두 각각의 기적적인 ‘지금’들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면서도 꿋꿋이 번성을 꾀하는 자연의 흥망성쇠는 이 책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흐름처럼 느껴지며, 거기서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게 존중받는다. 자신의 온 삶과 이 세상을 허허로운 따뜻함으로 둘러싸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포근한 이불 같은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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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네버

@yhkles

보통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나 책임감, 그 끈끈함이 서양에서는 잘 없을 거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런 감정은 모두 동양에서나 가능한 거라고.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꼭 그런 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가풍이 어떤지에 따라 그런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나 "모지스 할머니"의 에세이들을 읽다 보면 꼭 이전 세대라서가 아니라 가족과 전통을 중요시하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과 생각들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또한 그런 책이다. 맨 겉표지를 넘겨 속표지에는 "나의 가족에게"라는 페이지로 시작한다. 그 다음 페이지엔 "마거릿 렌클의 모계 가계도"가 그려져 있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 넘겼다가도 읽어나가는 와중에 자꾸만 들춰보게 되는 건, 이 가족이 얼마나 끈끈하게 이어져왔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다.



1931년, "외할머니가 전하는 내 어머니가 태어날 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누군가가 태어나고, 자라는 이야기에서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죽어가고, 땅에 묻히고 이별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은 독특하게도 그 중간중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저자가 발견한 숱한 자연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대부분은 정원 안에 들어온 다양한 새들의 이야기, 벌레와 정원의 주를 이루는 다양한 식물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그 자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생태계를 이어가기 위한 죽음과 탄생이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견은 이 가족에게도 이어져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는가 하면 누군가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감정을 나 혼자 떠안아야 하기에 오랜 시간 그리워하고 원망했다가 슬퍼하고 사랑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 대상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생기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잘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음을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나의 하루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지는 않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그래서 오늘도 게으르지 않게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는 읽는 와중보다 읽고 나서가 더 좋았던 작품이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3일 전
0
Limhyo님의 프로필 이미지

Limhyo

@limhyo

자연은 태어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의 의미와
살아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알아야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특히 내가 이별할 때마다 혹은 세상을 떠날 때
떠올릴 수 있는 많은 추억이 있다는 것이
언제가 있을 내 허허로운 삶을 따뜻하게 채워주겠구나,
이것도 가르쳐주었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읽었어요
9개월 전
0
HYOSI님의 프로필 이미지

HYOSI

@hyosifxfk

1. 자연의 따스함과 서늘함 그 사이 어딘가.
2. 자연이 늘 따스하지않듯, 우리의 모든 관계도 그렇다.
가족을 바라보는 애뜻한 시선과 그리움, 여기에 작가의 솔직함이 현실적인 한겹을 더해준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9개월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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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작은 새들을 죽인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이 관찰한 미국 남부의 울창한 자연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세계다. 하지만 마거릿 렌클은 자신의 정원에서 박새를 죽인 집굴뚝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귀여운 갈색빛 몸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집굴뚝새의 난폭한 본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특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이 죽은 박새를 발견했던 둥지는 잠시 비워졌다가 다른 박새의 안식처가 되었다.

렌클은 아름답고도 무심한 야생 생물들을 바라보면서 삶에 관한 지혜를 배운다. 미국 남부 지방 대가족 출신인 그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해 왔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죽음은 아름답게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노쇠함은 늙어 가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짐을 지운다. 멋진 추억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늙고 병든 몸을 가진 오늘 앞에서 쉽게 휘발해 버린다.

렌클은 자신과 남편을 키워 주었던 어른들을 돌보게 될 때마다 그렇게 지쳐 버리는 마음을 다독여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이었다. 지금껏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이나 오늘을 무사히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지니지 않은, 오직 ‘지금’만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작은 동물들. 어느 청설모는 ‘청설모 방지 새 모이통’에 입을 들이대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씨앗을 하나씩 뽑아 먹는다. 그때 ‘지금’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진다. 그 작은 동물의 배가 부를 때까지.

태어나는 삶도, 저물어 가는 삶도 모두 각각의 기적적인 ‘지금’들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면서도 꿋꿋이 번성을 꾀하는 자연의 흥망성쇠는 이 책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흐름처럼 느껴지며, 거기서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게 존중받는다. 자신의 온 삶과 이 세상을 허허로운 따뜻함으로 둘러싸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포근한 이불 같은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자연으로부터 배운
상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집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작은 새들을 죽인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이 관찰한 미국 남부의 울창한 자연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세계다. 하지만 마거릿 렌클은 자신의 정원에서 박새를 죽인 집굴뚝새를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에 따르면 집굴뚝새가 구애할 때 부르는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이며, 갈색빛을 띤 작은 몸은 무척 귀엽게 생겼다. 집굴뚝새의 난폭한 본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특성일 뿐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이 죽은 박새를 발견했던 둥지는 잠시 비워졌다가 다른 박새의 안식처가 되었다.

렌클은 아름답고도 무심한 야생 생물들을 바라보면서 삶에 관한 지혜를 배운다. 미국 남부 지방 대가족 출신인 그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해 왔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죽음은 아름답게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노쇠함은 늙어 가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짐을 지운다. 멋진 추억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늙고 병든 몸을 가진 오늘 앞에서 쉽게 휘발해 버린다. 렌클은 자신과 남편을 키워 주었던 어른들을 돌보게 될 때마다 그렇게 지쳐 버리는 마음을 다독여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이었다. 지금껏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이나 오늘을 무사히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지니지 않은, 오직 ‘지금’만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작은 동물들. 어느 청설모는 ‘청설모 방지 새 모이통’에 입을 들이대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씨앗을 하나씩 뽑아 먹는다. 그때 ‘지금’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진다. 그 작은 동물의 배가 부를 때까지.

성장과 쇠락 속에 공평히 깃든
아름다움을 꼼꼼히 포착하다


렌클은 이 작은 깨달음의 순간들을 공들여 묘사한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담고 있는 교훈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이 책 속의 자연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는 마치 서로를 비유하듯 마주 보고 있는데, 독자는 그 비유를 통해 인간이 이 자연 세계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먹고 먹히는 새들의 먹이사슬에 관한 이야기는 베트남전에 얽힌 저자 가족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자연이 때로 소박하지만 기적적인 순간들을 선보일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 역시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기억을 남긴다. 어린 시절 성당에서 할머니의 손등을 주물렀던 기억은 이 책에서 가장 덧없이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다.

“나는 올리 할머니의 손을 내 손안에 잡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손가락을 가로질러 움직이게 하면서, 할머니의 손이 내 손가락 밑에서 물처럼 유연하게 잔물결을 일으키는 방식에 놀라면서 부드럽게 토닥인다. 올리 할머니의 피부는 할머니의 오래된 성경책과 비슷하다. 그 성경책은 종이가 얇고 모서리가 닳아서 부드럽게 느껴진다. 나는 외외증조할머니의 가운뎃손가락 관절 위 피부를 살짝 꼬집는다. 그런 다음 놓아준다. 그 피부가 몇 초 동안 내가 사는 시대보다 훨씬 전 시대 빙산의 능선처럼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하며 수를 헤아린다. 그것은 천천히, 천천히 내려앉는다. 천천히, 천천히 자신을 바닷속에 던진다.”

태어나는 삶도, 저물어 가는 삶도 모두 각각의 기적적인 순간들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면서도 꿋꿋이 번성을 꾀하는 자연의 흥망성쇠는 이 책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흐름처럼 느껴지며, 거기서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게 존중받는다. 자신의 온 삶과 이 세상을 허허로운 따뜻함으로 둘러싸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포근한 이불 같은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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